GTX 개통에도 수혜지역 부동산 찬바람 '쌩쌩'

호재 선반영·부족한 일자리와 인프라 영향 미쳐

입력 : 2025-01-30 오전 11:03:00
 
[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부동산 시장 침체가 장기화한 가운데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노선 개통에 따른 집값 상승효과는 제한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미 가격이 선반영된 데다 적정 호가에 대한 간극이 존재해 거래 역시 더딘 상황입니다.
 
GTX-A노선의 서울역~운정중앙역 구간이 지난달 28일 운행을 시작하면서 정차역이 있는 경기 파주 운정신도시 일대 집값이 오를 것이란 기대가 커졌습니다. 그러나 운정중앙역 역세권 단지의 호가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고, 한동안 끊겼던 매매 거래 역시도 아직은 활기를 띠지 못하는 모양새입니다. 정부의 대출 규제와 정치적 불안정성이 가중되면서 교통 호재도 얼어붙은 매수 심리를 되살리기엔 역부족인 것으로 풀이됩니다.
 
운정신도시 대장 아파트는 일명 ‘힐푸아’로 불리는 ‘힐스테이트운정’ ‘운정신도시센트럴푸르지오’ ‘운정신도시아이파크’ 3곳인데요. GTX 개통에도 관망세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운정중앙역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비상계엄령 선포 이후 가격이 뒷걸음질 치고 있으며, 매매 문의는 있지만 아직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지는 않고 있다"면서 "GTX 개통으로 그나마 가격 방어가 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운정신도시 센트럴 푸르지오 전용 84㎡는 지난 18일 6억6900만원(25층)에 실거래 됐습니다. 이 단지는 집값이 오르던 2021년 9억4000만원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기록했습니다. 운정신도시아이파크 역시 지난해 12월 7억원에 거래되며 최고가에는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용 84㎡ 기준 9억원대까지 치솟았던 운정신도시 집값은 현재 15~20%가량 빠진 상태입니다. 한국부동산원 1월 셋째 주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을 보면 파주시는 0.02% 하락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해 12월 27일 경기 파주시 운정중앙역에서 열린 GTX-A 운정중앙-서울역 구간 개통식에서 열차 시승 행사 참석자들이 열차에 탑승해 있다. (사진=뉴시스)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 월별 추이. (자료=한국부동산원)
 
전문가 "호재 선반영…일부 역세권만 강세 보일 것"
 
전문가들은 호재 선반영, 제한적 수요, 좋지 않은 시장 상황이 주요한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습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교통이 좋아지면 전세수요는 늘어 전셋값은 올라가지만 시장이 안 받쳐줘 매매가가 치고 올라가지는 못한다"면서 "이미 교통 호재는 선반영된 데다 불확실성이 해소될 때까지 매매는 한템포 늦추는 것이 좋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교통 호재가 상방 요인이 될 수 있지만 지금 시장에서는 주요하게 느끼지 못하는 분위기"라면서 "대내외적인 불확실성이 강하고, 시장이 거래가 없는 데다 수요가 유입되는 서울마저 외곽 지역은 가격이 빠지는 상황이 동반되다 보니 교통망 확충이 집값 상승으로 시현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이어 "가격이 선반영 된 부분이 있고, 운정중앙~서울역 구간이 분리 개통된 점도 작용했을 것"이라고 부연했습니다. 
 
GTX-A 노선이 정차하는 킨텍스역과 대곡역 주변도 비슷한 분위기입니다. 킨텍스역 역세권인 ‘한화포레나킨텍스’ 전용 84㎡의 최근 거래가는 11억4500만원(11월, 44층), 10억7500만원(9월, 9층)입니다. 지난해 10월 11억4000만원(16층), 9월 11억4500만원(35층)과 비교하면 큰 차이가 없습니다. 또 다른 역세권 단지인 ‘킨텍스원시티M2블럭’ 전용 84㎡ 역시 최근 거래가는 12억4000만원(12월, 42층), 12억9500만원(12월, 44층)입니다. 지난해 13억(8월 48층), 13억5000만원(6월, 46층)보다 떨어졌습니다. 
 
일자리와 인프라가 미흡한 데다 대곡·창릉 개발에 대한 기대감도 GTX 효과를 반감하는 요인이 됐다는 평인데요. 정부는 앞서 고양 대곡 역세권에 9400가구 규모의 신규 택지를 공급하겠다고 밝혔죠. 또 3기 신도시인 고양 창릉에는 3만8073가구가 들어서고요. 이들 지역 모두 GTX-A 노선이 지나가 서울에서 거리가 더 먼 파주나 일산의 선호도는 상대적으로 낮아질 수밖에 없죠. 결국 '공급 폭탄' 속에서 GTX-A를 도보로 이용할 수 있는 역세권 아파트를 제외하고는 집값 변화는 크게 없을 것이란 전망입니다. 
 
김인만 김인만경제연구소소장은 "삼성역은 2028년이 돼야 개통이 돼 당장 효과가 크지 않다"면서 "GTX역까지 가는 시간을 고려할 때 역세권 아파트를 제외하면 큰 메리트가 없기 때문에 완전 개통 시 역 주변의 랜드마크 아파트 가격만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지난해 3월 개통한 GTX-A노선 수서~동탄 구간의 수혜 지역인 화성시도 역세권 일부 단지에서만 상승 거래가 나왔는데요. 신고가 거래가 나오기도 했지만 전체의 집값 상승까지는 확산세를 이끌지 못했다는 평입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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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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