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폭탄’ 한 달 유예…정유업계는 예의주시

캐나다, 아시아에 수출 확대 가능성
원유 도입 원가 절감, 공급처 다변화
정제마진 개선 기대…업계 ‘예의주시’

입력 : 2025-02-04 오후 2:11:39
[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이명신 인턴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25% 관세 부과 시행을 하루 앞두고 전격 유예했습니다. 관세 품목 중 캐나다산 원유도 포함돼 있어 국내 정유업계가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었는데요. 국내 정유업계는 이번 유예 조치가 한시적인 데다 트럼프 대통령이 석유 품목에 대한 관세 부과 의지를 밝힌 상태인 만큼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행정명령에 서명한 후 취재진에게 이를 들어 보여주고 있다. (사진=뉴시스).
 
트럼프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 및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과 각각 통화하고 양국에 대한 25% 관세 부과를 한 달간 유예하기로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현지시간) 불법 이민 및 마약 유입 단속이 미흡하다는 이유로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에 따라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습니다. 이 중 캐나다의 에너지(석유·가스) 제품에 10%, 멕시코 에너지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었습니다.
 
미국은 세계 최대 원유 생산국이지만, 미국 정유사들은 원유 수입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캐나다와 멕시코는 미국의 주요 원유 수입국인데요. 미국은 전체 원유 수입량의 60% 정도를 캐나다로부터 들여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관세가 부과되면 미국 정유업계가 수입하는 캐나다산과 멕시코산 원유의 수입단가가 오르고, 사용하던 원유를 미국산으로 대체할 수 있습니다. 이에 미국 측 수요 감소로 캐나다와 멕시코가 새로운 수요처를 찾기 위해 가격을 내릴 가능성이 큽니다.
 
업계에서는 캐나다 원유업계가 아시아 수출로 활로를 모색한다면 중동이나 중남미 등 다른 원유 업계와 가격 경쟁을 펼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중남미와 중동산 중질유는 캐나다 원유와 경쟁해야 한다"며 "아시아 업체의 원가 수혜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렇다 보니 국내 정유업계의 반사이익 기대감이 커지는 상황입니다. 원유 도입 단가를 낮춰 원가를 절감하고, 미국의 석유 제품 생산 및 수출 감소로 마진도 높아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원유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이 중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산 원유 비중이 60~70%에 달합니다.
 
다만 최근에는 에너지 안보 등을 고려해 수입국을 다변화하는 추세인 만큼 국내 정유업계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캐나다산과 멕시코산 원유를 수입할 수 있습니다. 현재 SK에너지, GS칼텍스 등 일부 정유사가 캐나다산 원유 도입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석유 제품 측면에서도 정제마진이 개선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정제마진은 석유 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수송 운영비 등 비용을 뺀 값으로 정유업계의 수익성을 가늠하는 주요 지표로 활용됩니다.
 
미국은 세계 주요 경유 수출국인데, 수입한 원유에 관세가 붙어 생산비용이 늘어나면 판매 가격이 오르게 됩니다. 이에 가격경쟁력이 떨어져 미국의 경유 수출이 줄어들고, 글로벌 공급량이 부족해져 경유 가격이 올라 정제마진이 개선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만 상황이 유동적인 만큼 국내 정유업계는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대응 전략을 검토 중입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관세 외에도 변수가 많은 상황”이라며 “트럼프 관세 유예 조치로 수요 공급 변화에 따라 정제마진이 어떻게 변동할지 면밀히 검토 중”이라 했습니다.
 
배덕훈 기자·이명신 인턴기자 si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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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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