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오승주 기자] 고등학교 때 교련시간이라고 있었습니다. 요즘 고교생들은 생소한 단어일겁니다. 고무로 만들어진 M16 모형총을 들고, ‘적’을 찔러 죽이는 총검술을 교련 선생 주도하에 운동장에서 갓 17세 학생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습니다.
물론 시험도 봤습니다. 제대로 못하면 군출신 교련 선생의 ‘조인트’가 ‘소년병’들의 정강이로 날아오기도 했습니다. 고무총을 갖고 대다수는 전쟁놀이로 여기며 장난치곤 했더랬지요. 어린 아이들에게 총은 그저 애들 놀이개로만 인식된 겁니다.
그러다 대다수 대한민국 남자 아이들은 때가 되면 군대란 곳을 갑니다. 총을 실제로 본 것은 훈련소입니다. 기억이 가물거리긴 하지만 실제 총을 받고 총번을 외우고, 무슨 엄숙한 신고식 치르듯 총기 수여식도 가졌습니다.
그래도 실탄을 안 줬으니, 고교 때 고무총과 다른 느낌은 없었습니다. 한달이 다 돼 가던 무렵인 듯 한데, 사격을 했습니다. 그 전에 뭐 이런저런 몸이 고달픈 사격훈련준비(PRI)를 하고, 총구 가늠자 부분인가에 바둑돌이었나 작은 조약돌이었나를 올려두고 빈 총을 쏜 뒤 돌이 떨어지면 빨간 모자를 쓴 ‘청년 아저씨’ 입에서 각종 욕설이 튀어나오곤 했습니다.
순번 맞춰 좌탄인지 우탄인지 복명복창하고, ‘사로’에 서고, 탄창 끼우고 엎드린 뒤 표적을 향해 ‘인생 첫 사격’을 합니다.
“준비된 사수로부터 사격 개시”. 확성기에서 울리는 중대장의 말이 떨어지고 방아쇠를 당깁니다.
윤석열씨가 2월 6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탄핵 심판 6차 변론에 출석해 있다. (사진=뉴시스)
‘쾅’
인생 첫 총소리. 글로 표현할 수 없는 소리의 타격감. 영화에서 보고 듣던 ‘빵야, 빵야’와는 차원이 달랐습니다. 실탄을 모두 쏘고 나면 귀가 멍멍합니다. 사로에 들어서긴 전 들었던 ‘재밌겠다’는 상상은 공포로 변합니다.
총기 소유가 합법인 국가들의 해외 유튜버들은 각종 총을 실탄 사격으로 보여주기도 합니다. 영상에서 나오는 총소리는 ‘공포감을 준다‘는 느낌은 잘 들지 않지요. 그런데 실제 총소리, 귀로 들으면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공포스러운 소리가 납니다. 벼락을 바로 머리 위에서 맞는 충격이라고나 할까요.
총소리만 들어도 공포감이 덮쳤는데, 실제 총을 맞는다면.
총 이야기를 꺼낸 것은 대통령으로 헌정사상 처음으로 탄핵심판과 형사재판을 동시에 받는 윤석열 씨 때문입니다.
윤씨는 계엄 당일인 지난해 12월3일 국회장악이 마음먹은대로 되지 않자 계엄군 가담 장성들에게 의원들을 “총 쏴서라도 끌어내”라는 지시를 직접 내렸다고 검찰은 관련자들에 대한 공소장에 적시했습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 심판정에서는 “총 쏴서 끌어내라고 한 적 없다”고 윤씨는 주장합니다.
윤씨의 ’총 쏴‘ 발언에 대한 주장은 또 있습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2차 체포영장을 집행하러 갈 당시 경호처 차장에게 ’총을 쏠수는 없냐’고 했다는 주장입니다.
윤씨는 부동시로 군대를 다녀오지 않았습니다. 가끔씩 군부대 등을 방문해 총을 겨누는 자세는 사진으로 남았지만, 정작 ‘총소리’를 직접 실탄을 쏘면서 들어본 적은 있을까요.
‘총의 두려움’은 아는 사람은 총에 대한 이야기를 쉽사리 입에 꺼내지 못합니다. 윤씨는 총에 대한 공포심을 알고 툭하면 총을 거론하는 걸까요. 두렵습니다.
오승주 공동체부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