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한덕수 국무총리가 6일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전체회의(청문회)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김유정·이선재 인턴기자]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6일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논란이 되고 있는 '국가비상입법기구 쪽지'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제 얼굴을 보더니 참고하라는 식으로 해서 옆에 누군가가 전해줬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쪽지 전달을 부인한 윤석열씨의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발언입니다. 윤씨의 거짓말이 또다시 드러난 셈입니다.
최 대행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국조특위) 3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최 대행이 내란 국조특위 청문회에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쪽지 실체 인정했지만…최상목, 끝까지 '책임 회피'
최 대행은 '비상계엄 선포 당일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으로부터 쪽지를 받았느냐'는 질문에 "(윤 대통령이) '기재부 장관'이라고 부르셨고, 그 자리에서 옆에 누군가가 참고자료라고 전달해 줬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쪽지 지시의 주체가 대통령이냐'는 질문엔 "일단 그 당시에 참고하라고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12월13일 국회 긴급 현안질문 등에서 밝힌 입장을 재확인한 겁니다.
최근 언론을 통해 공개된 해당 쪽지에는 "정부 예비비를 확보하고, 국회 예산을 완전 차단하고, 국가비상입법기구 예산을 편성하라"는 3가지 지시사항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해당 쪽지는 이번 계엄을 통해 국회 기능을 무력화하려는 시도가 있었는지를 입증할 수 있는 핵심 증거로 꼽힙니다.
다만 이날 최 대행의 발언은 비상입법기구 예산을 편성하라는 쪽지를 준 적이 없었다는 윤씨의 주장과는 달랐습니다. 또 쪽지의 존재를 언론 기사를 통해 처음 알았다는 윤씨의 발언과도 상반되는데요.
앞서 윤씨는 지난달 21일 헌법재판소에서 "쪽지를 준 적도 없고 계엄 해제 후 한참 있다가 언론 기사에서 봤다"고 했습니다. 이후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쪽지를 자신이 작성·전달했다고 밝혔습니다. 김 전 장관은 지난달 23일 헌재에서 열린 탄핵 심판 4차 변론에 출석해 "(계엄 전 국무회의에) 최 대행이 늦게 와서 직접 만나지 못해 실무자를 통해 줬다"고 설명했습니다.
최 대행은 쪽지 수령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그 자리에서 보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이날도 쪽지 내용에 대해선 알지 못했다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최 대행은 '대통령이 건넨 자료라면 봤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계엄이라는 초현실적 상황에서 경황이 없었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는 "쪽지 형태로 받았기 때문에 간부한테 줬고 기획재정부 1급 회의가 끝날 때쯤 (간부가) 리마인드 시켜줘서 내용을 보니 계엄과 관련된 문건으로 인지했다"고 했습니다.
이와 함께 최 대행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위법이라는 데 동의하느냐'는 질의에 "잘못된 결정이라고 생각했고, (계엄 선포 전) 그 자리에서도 강하게 반대했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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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비상계엄 전부 반대"…김용현 증언 반박
이날 최 대행과 함께 출석한 한덕수 국무총리도 12·3 비상계엄 선포 직전 열린 국무회의와 관련해 "(국무위원) 전부 다 반대하고 걱정하고 대통령에게 문제를 제기했다"고 전했습니다. 한 총리는 '김용현 전 장관이 11명 참석자 중에 일부 계엄에 찬성하신 국무위원들이 있다고 한다'고 지적하자 "단 한 명도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김 전 장관이 지난달 23일 헌재 탄핵심판 변론 당시 '국무회의 당시 동의한 사람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동의한 분도 있었다"며 "제가 말씀드리기는 곤란하다"고 증언한 것과 배치되는 주장입니다.
한 총리는 계엄 직전 열린 국무회의를 정식 회의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답도 했습니다. 그는 '계엄 선포와 관련한 국무회의는 실제적으로 없었던 것이냐'라는 질문에 "도저히 정식 국무회의로 보기 어렵다"며 "그 자리에 있었던 국무위원 어느 누구도 정식의 국무회의로써 진행되지 않았다는 데 생각이 같다"고 언급했습니다. 최 대행 역시 이 회의(계엄 선포 관련 국무회의)를 "국무회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청문회에서도 비상계엄 해제 이후 군 병력 철수 시점을 놓고 공방이 오갔습니다.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 시간인 지난해 12월4일 오전 1시 이후 곧바로 철수를 지시했다는 윤씨의 주장과는 다르게, 당시 계엄사령이었던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은 군 철수 시간에 대해 "오전 2시50분에 가까울 듯하다"고 답했습니다. 이 역시 계엄 해제 이후 즉각 철수를 지시했다는 윤씨의 설명과 배치됩니다.
박주용 기자·김유정·이선재 인턴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