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윤석열씨 탄핵으로 가시화하는 조기 대선은 전·현직 경기도지사들의 각축전이기도 합니다. 국민의힘에선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민주당에선 이재명 대표가 전직 경기지사입니다. 김 장관은 경기지사 재임 시절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를 추진했습니다. 이 대표는 지사로 재직할 당시 청년기본소득을 추진하며 '기본소득' 브랜드를 구축했습니다. 하지만 현직인 김동연 경기지사는 '한 방'이 없다는 분석입니다. 이 대표와 정책적 차별성을 보여주려고 하는 시도들도 효과가 별로 없다는 평가마저 나옵니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6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에서 열린 2025년도 노동현안 점검을 위한 전국 기관장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 지사는 지난 5일 한 방송국 유튜브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금융투자소득세도 그렇고 52시간도 그렇고, 민생회복지원금도 그렇고, 우리가 가려고 하는 방향과 가치는 분명히 하되 방법 면에 있어서 실용적인 접근은 좋지만 그 자체의 목표가 바뀌는 것은 맞지 않다, 또는 아주 신중히 검토를 해야 될 것"이라고 발언했습니다.
그날 김 지사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해당 프로그램에서의 자신의 발언들을 요약한 뒤 "쥐는 사라지고 고양이만 남으면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쥐를 제대로 쫓아가서 잡아야 한다. 민생회복지원금 포함한 민생 추경, 지금 당장 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앞서 지난 4일에도 김 지사는 자신의 SNS에 "인공지능(AI) 기술 진보 시대에 노동시간을 늘리는 것이 반도체 경쟁력 확보의 본질이냐. 시대를 잘못 읽고 있는 것은 아니냐"며 "다른 데 시간 허비하지 말고 인프라 확충과 용전·용수 문제 해결 방안부터 빨리 논의하라"고 했습니다.
이는 최근 이 대표의 '우클릭'을 겨냥한 말이었습니다. 이 대표는 금투세 폐지 기조로 돌아섰고, 반도체 특별법에서 주52시간 예외를 검토했습니다. 올해 조기 추가경정예산에서는 민생회복지원금을 뺄 수 있다고 했습니다. 지난달 23일 신년 기자회견에서는 "검든 희든 쥐만 잘 잡으면 좋은 고양이 아니겠느냐"고 발언하기도 했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정책소통플랫폼에서 격려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같이 김 지사가 이 대표와 각을 세우는 배경으로는 김 지사에게 '한 방 정책'이 없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경기도는 국내 최대의 인구를 지닌 광역자치단체로서 정책을 시험해 볼 수 있는 무대입니다. 김문수 장관이 지사 재임 시절 내세운 GTX는 현재 수도권에서 가장 중요한 교통정책이 됐습니다. 이 대표는 경기도 차원에서 청년기본소득을 추진했고, 이를 토대로 기본소득을 자신의 브랜드로 공고히 했습니다.
하지만 김 지사는 두 사람에 비해서 각인되는 정책을 내세우지 못하고 있습니다. 김 장관과 이 대표는 도지사 재임 때 정책의 성패와 무관하게 자신을 브랜화할 수 있는 한 방이 있었지만, 김 지사는 그러지 못하는 겁니다.
김 지사는 도지사 임기 초반 경기북부특별자치도를 밀어붙인 바 있으나 아직까지 실현되지 못하는 중입니다. 북부자치도 신설을 뒷받침하는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 등에 관한 특별법안'이 아직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RE100 3법도 감감무소식입니다.
7일 김동연 경기도지사(왼쪽 2번째)가 '브레인벤쳐스'를 방문해 현장 직원과 재택근무 중인 직원들과 (영상)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경기도)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7일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가 지난 총선 땐 다 자기 사람으로 사람으로 공천했는데 당시 김 지사는 대부분 침묵을 지키거나 특별히 각을 세우지 않았다"며 "이제 와서 한두 마디로 각을 세워 떠보려고 하는 건 너무 늦었고 의미도 없는 데다 비겁해 보인다"고 했습니다.
일각에서는 김 지사가 경제 문제에 천착하는 전략 자체가 문제라는 인식도 있습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사람들은 경제 문제를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경제 문제 건드리면 아무도 관심 가진다. 왜냐하면 경제가 복잡하기 때문"이라며 "매일 생계에 허덕이는 사람 입장에서는 복잡한 52시간보다 '저 사람 신기하네'라고 생각할만한 걸 던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정치는 설명하는 순간 행정이 돼버린다"며 "차별성을 설명을 통해서 (실현)하려고 하면 안 된다. 이미지로 찔러야지. (김 지사는) 그런 점을 보완해야 한다고 본다"고 덧붙였습니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