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우클릭 앞세워 '대권' 앞으로…당도 명분 대신 '실익'

김대중부터 문재인까지…'정통성' 뒤집기
52시간제·금투세·상속세 과거와 '정반대'

입력 : 2025-02-06 오후 5:41:08
[뉴스토마토 차철우 기자·김유정 인턴기자]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연일 '실용주의'를 강조하며 '우클릭'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분배 대신 '성장'을 통해 외연 확장을 이어가며 대권 주자로서 면모를 부각하고 있는데요. 앞서 당내에서 이 대표의 우클릭을 둘러싸고 이견이 발생했지만 결국 전향적 입장으로 선회했습니다. 그동안 지켜온 명분 대신 '실익'을 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진성준 정책위의장이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8회 국회(정기회) 제5차 본회의 외교, 통일, 안보에 관한 질문에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분배 대신 ' '5년 내 3%' 성장
 
민주당은 6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대선 준비 기구 '집권플랜본부' 신년 세미나에서 경제 성장 우선의 전략 구성을 발표했습니다. 집권플랜본부장을 맡은 김민석 민주당 의원은 "현 시점 대한민국의 최대 숙제 중 하나는 민주주의와 성장의 회복"이라며 전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집권플랜본부는 구체적인 경제 성장률 수치까지 제시하는 등 경제성장을 위한 청사진까지 제시했습니다. 민주당이 집권하면 적극 투자로 '5년 내 3% 경제 성장' 달성을 목표로 설정한 겁니다. 
 
조기 대선 가능성이 거론되자 민주당이 보수진영의 기치인 '성장'을 재차 강조했습니다. 정권초기 성장 중심의 경제정책을 그만하겠다며 성장률 목표치도 제시하지않던 문재인정부와 정반대 기조인 겁니다. 
 
이 대표는 기존의 당 핵심가치인 분배 보다 '성장'에 방점을 찍으며 거침없이 우클릭을 하고 있습니다. 이날 집권플랜본부 세미나에서는 성장을 먼저, 복지는 나중에 가능하다고 계속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이 대표의 핵심 경제 기조인 '먹고 사는 문제'를 이륙시키려면 성장이 전제돼야 한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설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달 30일 오후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 대통령 사저를 찾아 문재인 전 대통령과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재명 우클릭에 '주 52시간'도 전향적 검토 
 
당내 기류에도 변화 조짐이 감지됩니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반도체특별법 '52시간 예외'를 빼고 처리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진 의장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 문제의 해법을 새롭게 마련하자고 해도 시간이 조금 필요하다"며 "문을 닫아걸고 논의하지 않겠다는 게 아니라 열어 놓고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충분히 52시간 근로시간 예외를 논의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보입니다. 
 
진 의장은 수도권 거주 중산층의 상속세 부담이 주택 가격 상승 등으로 커져, 상속세 완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냈습니다. 진 의장은 "배우자 공제 한도를 늘리고, 일괄공제 한도를 높여서 중산층의 부담을 덜어야 한다"며 "정부 여당이 초부자 감세안을 들고 나와 지난 정기국회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상속세법 개정을 논의하자고 하면 정부 여당이 이전에 추진하던 초부자 감세안을 다시 들고 나올 것"이라며 "다만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장이 국민의힘 소속이라 민주당 뜻만으로 법안이 처리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민주당이 고수해왔던 기존 입장과 비교해 다소 전향적인 입장으로 선회한 겁니다. 
 
민주당의 상속세법 개정 추진은 이 대표가 지난해 열린 전당대회 이후 "상속세 세율 인하에는 반대하지만, 상속세 때문에 집에서 쫓겨나는 상황은 막아야 한다"며 "배우자·일괄 공제 한도 금액을 올려야 한다"고 말한 게 시발점입니다. 
 
상속세를 줄곧 강화해왔던 과거 민주당의 움직임과는 대조적인데요. 김대중정부 때인 2000년 최고세율이 50%까지 치솟았고, 노무현정부 당시에는 상속세 '완전포괄주의'가 도입돼 상속세 부담이 커졌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사실상 민주당의 기치를 변모하겠다는 의지도 읽힙니다.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에 관해서도 진 의장은 입장을 밝혔습니다. 진 의장은 "금투세 폐지 문제도, 우리 주식시장이 이렇게 어려운데 '지금 시기에 투자소득에 대해 세금 부과하는 게 과연 민생 위한 태도냐'는 문제 제기를 받아 수용했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그런 방침에 대해 동의하지 않지만 좌우의 문제, 진보 보수의 문제로 재단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금투세 도입은 문재인정부에서 결정된 정책인데요. 이 역시 민주당의 정통성을 지키기보다 이 대표에게 도움이 되는 '실익'을 택한 셈입니다. 
 
하지만 당내 강경파들의 반발은 잦아들지 않고 있습니다. 이인영 민주당 의원은 지난 5일 이 대표의 52시간 예외 검토에 "민주당은 윤석열이 아니다. (이 대표의 우클릭은) 실용이 아닌 퇴행"이라며 "단순한 우클릭과 기계적 중도 확장은 오답이다. 오히려 민주당이 쌓아온 '민주당 다움'만 허물어진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021년 5월19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마루아트센터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2주기 추모 전시 '사람 사는 세상'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사진. 뉴시스)
 
차철우 기자·김유정 인턴기자 chamat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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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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