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김태은 인턴기자]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앞세운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거친 압박 행보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와 마찬가지로 '미치광이 전략(madman strategy)'을 통해 말 한마디로 필요할 때마다 국제 사회를 압박하며 원하는 결과를 이끌어내고 있는데요. 각 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불허 말과 행동에 백기 투항 또는 강대강 충돌을 선택하며 일촉즉발의 위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국 또한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데요. 문제는 12·3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으로 '외교·안보 최고사령탑 부재'라는 악조건에 처해있어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할 수 있는 리더가 없다는 점입니다. 전문가들은 국내 정치적 혼란을 어서 빨리 해결해 트럼프 대통령의 미치광이 전략에 대응할 다양한 시나리오를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매드맨' 트럼프, 전 세계 '들었다 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0일(현지시간) 취임 이후 압도적인 속도전으로 세계 각 국의 긴장감을 높이고 있습니다. 지난 1일에는 행정명령을 통해 동맹국인 캐나다·멕시코에 25%를, 중국에 10%의 관세를 각각 부과하기로 밝혔는데요. 이후 관세 선제공격을 당한 캐나다와 멕시코가 마약과 불법 이민 관련 양보 조처를 내놓자, 트럼프 대통령은 시행을 하루 앞두고 한 달간 전격 유예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반면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 제소와 미국에 상응하는 반격 조치를 선택해 강대강 충돌을 예고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연합(EU)을 향해서도 "새로운 관세를 확실히 부과할 것"이라고 공언하며 관세 폭탄을 예고했습니다. EU는 "필요한 경우 언제 어떻게든 우리의 이익을 보호할 것"이라고 응수하면서도 트럼프 정부의 관세 위협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 미국산 제품의 수입을 늘리고 대중 제재에 협조하는 한편, 관세 위협이 과도할 경우 비례하는 대응책을 모두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뿐만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향해서는 "미국이 점령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면담한 뒤 기자회견에서 "현장의 무기 해제를 책임지고, 파괴된 건물을 철거하고, 지역 주민에게 일자리와 주거를 무한정 공급해 경제를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는데요. 그러면서 가자지구에 거주 중인 팔레스타인 주민 220만여명을 인근 이슬람 국가로 강제 이주시키고, 필요하면 현지에 미군을 파견해 미국 통제 속에 폐허를 개발하겠다는 구상도 밝혔습니다.
전 세계는 트럼프 대통령의 미치광이 전략에 비판의 목소리를 내면서도 우려감을 나타냅니다. 그러면서 언제, 어떻게 튈지 모르는 불똥에 긴장감도 숨기지 못합니다. 이스라엘 매체 <예루살렘포스트>는 "트럼프가 가자지구의 '뱀'들을 놀라게 하려고 중동의 '풀'을 일부러 때렸다"고 진단했으며, <뉴욕타임스>는 "트럼프의 백악관 첫 2주의 요점은 홍수, 압도적인 속도와 물량"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가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공동 기자회견 도중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트럼프 타깃 임박했는데…출구 없는 한국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미치광이 전략이 언제든지 한반도를 향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지난해 상품 교역에서 사상 최대 무역적자를 기록한 미국 입장에서는 작년 경상수지 흑자가 1000억달러에 육박한 한국이 곱게 보이지만은 않습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는 가장 아름다운 단어"라며 "무역적자를 제로(0)로 만들겠다"고 강조해 왔는데요. 미국의 사상 최대 무역적자가 무역전쟁의 새로운 트리거가 될 수 있는데, 최대 무역흑자국인 한국이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실제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무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상품수지 적자는 1조2117억달러로 전년 대비 1484억달러(18.7%) 늘었습니다. 상품 수출은 2조838억달러로 1.9% 증가했지만, 수입이 3조2956억달러로 6.0% 늘면서 적자폭이 커졌습니다. 반면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4년 12월 및 연간 국제수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경상수지는 990억4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습니다. 2015년 1041억달러 흑자 이후 9년 만의 최대치로, '역대 2위' 흑자 기록입니다.
정부는 미국이 대미 흑자국에 관세 부과를 벼르고 있는 만큼 긴장하는 분위기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화살이 당겨졌을 때, 이를 상대할 리더가 없다는 게 문제로 꼽힙니다. 대통령과 국무총리는 탄핵 소추돼 직무 정지 상태이고, 대행의 대행인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아직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도 못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치광이 전략이 펼쳐져도 사실상 국가수장이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의미입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정 공백 상태인데, 제대로 대응이 되겠냐"며 "헌법재판소가 우선적으로 한덕수 국무총리의 탄핵부터 먼저 처리해야 한다"고 꼬집었습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도 "헌정질서를 빨리 회복해서 정상적으로 대통령 선거를 치러야 한다"며 "국운이 분열돼서 더 큰 갈등으로 가면 미국의 밥이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한국 입장에서는 지도부 공백 상태이니, 오히려 이런 점을 잘 부각시켜 트럼프 대통령의 날카로운 관세 압박을 완화시켜야 한다"며 "국가수장 공백 상태에선 이런 외교력 발휘라도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7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합동참모본부 지휘통제실을 방문해 김선호 국방부장관 직무대행, 김명수 합동참모의장, 육·해·공군 참모총장, 연합사부사령관 및 해병대사령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회의에서 군사대비태세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진아 기자·김태은 인턴기자 toyouj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