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윤석열정부 출범 후 윤석열씨의 가장 큰 라이벌은 누굴까요. 정권과 가장 강하게 대립하는 정치인은 누굴까요. 단연 이재명 민주당 대표일 겁니다. 20대 대선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이재명 민주당 후보를 치열한 경쟁을 펼쳤습니다. 2022년 3월9일 투표함을 열어보니 윤씨는 겨우 0.73%포인트(24만7077표) 차이로 이겼을 정도입니다. 자칫 방심했다면 대통령 자리는 윤씨의 것이 아니었을 것이라는 말입니다. 이 대표는 정권재창출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됐고, 두 사람의 대립은 정권 내내 이어졌습니다.
당연하게도 윤석열정부에선 이 대표에 대한 공세가 심해졌습니다. 이 대표는 대북송금 의혹, 위증교사 의혹 등으로 5개 재판을 동시에 받는 사상 초유의 상황으로까지 몰렸습니다. 민주당에 따르면, 이 대표가 관련된 의혹들로 인해 압수수색을 당한 횟수는 376회에 이른다고 합니다. 수난은 그치지 않았습니다. 이 대표의 배우자 김혜경씨는 '10만4000원'의 음식값을 경기도지사 법인카드로 결제했다는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윤씨가 12·3 비상계엄을 선포했을 때 국군 방첩사령부와 국가정보원 등은 이 대표를 체포 1순위로 삼은 걸로 전해졌습니다. 비상계엄은 민주당 주도로 인해 채 하루를 넘기지 못하고 해제됐으며, 윤씨는 오히려 국회로부터 탄핵을 당했습니다. 민주당은 윤씨를 파면하고, 내란수괴 혐의로 형사처벌까지 하겠다는 기세입니다.
2017년 1월6일 이재명 성남시장은 서울역을 방문해 해고된 KTX 승무원들과 함께 코레일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뉴스토마토)
그런데 7년 전만 하더라도 이 대표의 '원픽'은 윤씨였습니다. '윤석열 검찰총장'을 공약 1호로 내건 겁니다.
2017년 1월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은 민주당의 유력 대권주자로서, 19대 대선출마를 사실상 선언한 상태였습니다. 1월11일 이 대표는 <SBS> 8뉴스에 출연했습니다. 앵커와 여러 대화를 나눴는데, 이 시장이 꿈꾸는 대한민국의 모습에 대한 질문을 받았습니다. 이 시장은 "70년간 쌓여온 적패와 기득권을 청산하는 공정한 나라를 꿈꾼다"고 했습니다. 공약 1호에 대한 질문엔 "억강부약"이라고 말했습니다. 억강부약(抑强扶弱)은 '강한 것은 억누르고, 약한 것은 돕는다'라는 뜻인데, 당시부터 지금까지 이 대표의 핵심 정치철학입니다.
그리고 이 대표는 그 억강부약이라는 말에 바로 뒤이어 "정부의 부정부패 요소를 완전히 뿌리 뽑을 수 있도록 윤석열 검사를 검찰총장을 기용하고 싶다"고 한 겁니다. 당시 윤석열 검사의 이미지는 지금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윤 검사는 2013년 10월 국정감사장에서 '국정원 선거 개입 사건' 수사에 대한 윗선의 외압 의혹을 공개적으로 폭로했습니다. 윤 검사는 정갑윤 새누리당 의원이 "조직을 사랑하느냐, 사람에 충성하는 것 아니냐"고 묻자 "저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기 때문에 오늘 이런 말씀을 드린 것이다"라며 받아치기도 했습니다,
윤 검사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발언으로 순식간에 화제의 인물이 됐지만, 정직 1개월 징계를 받고는 대구고검으로 좌천됐습니다. 그러다가 2016년 12월 박근혜 국정농단 사태를 특별수사하는 '박영수 특검팀'의 수사팀장으로 지명돼 중앙으로 복귀했습니다. 이 대표가 윤 검사를 '원픽'으로 삼은 건 바로 이런 강직한 성품을 눈여겨봤기 때문일 겁니다. 윤 검사는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이후엔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발탁되고, 검찰총장까지 바로 승진했습니다. 이후 역사는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모두가 아는 그대로 흘러갔습니다.
비슷한 시기 이 대표가 했던 재미있는 발언이 하나 더 있습니다. 이 대표는 <SBS>에 출연하고 한 달 뒤인 2월엔 "고용노동부 장관엔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을 사면해 발탁하고 싶다"라도 말했습니다. 이 발언에 대해선 민주당 내에선 물론 자유한국당(지금의 국민의힘), 재계에서도 논란이 됐습니다. 하지만 "윤석열을 검찰총장에 기용하고 싶다"는 말의 울림이 너무 커서일까요. '한상균 고용부 장관' 발언은 이내 묻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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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