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쏘아 올린 ‘관세 폭풍’이 점차 구체화되면서 재계도 대미 통상 외교전을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재계 단체는 사절단을 꾸려 방미에 나서는 등 현지 네트워크를 강화하며 아웃리치(대외 소통) 활동에 공을 들이는 모습입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16일 오후 민간경제사절단 만찬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17일 재계에 따르면,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이 이끄는 ‘대미(對美) 통상 아웃리치 사절단’이 19~20일 워싱턴 DC를 공식 방문합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한국의 민간 경제 사절단이 미국을 공식 방문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사절단은 현지에서 한국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미국 상·하원 의원, 정부 고위 관계자 등과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경제 협력 논의에 집중할 계획입니다.
사절단에는 관세 직격탄이 예상되는 자동차, 반도체, 철강 등 주요 수출 산업 분야의 대표들이 대거 참여합니다. 대한상의는 “트럼프 1기 당시 이미 ‘바이 아메리카’(Buy America) 약속을 적극 실천한 대미 투자의 모범 국가이자 우등 기업임을 적극 강조할 예정”이라며 “트럼프 2기에도 한국 기업은 미국이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임을 확인시키겠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내란 사태 이후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정상 외교 공백 상황은, 재계 입장에서 커다란 암초입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과 아직까지 전화통화도 하지 못했고, 외교라인에서의 장관 회담도 지난 15일에야 이뤄졌습니다. 재계 입장에서는 마냥 정부에 기댈 수 없는 조건이 이어지고 있는 셈입니다.
이에 재계가 주축이 된 단체들은 다양한 전략을 통해 대미 아웃리치 활동에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한국무역협회는 ‘바텀업’ 전략을 통한 관세 대응을 준비 중입니다. 윤진식 무협회장은 다음달 중순쯤 임원과 미국 애리조나, 텍사스, 테네시 등 남부 주들을 방문합니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트럼프의 정책으로 미국 현지에 진출해 있는 우리 기업이 영향을 받으면, 해당 기업이 자리한 주의 고용, 생산 등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그래서 해당 주를 방문해 연방정부를 설득하도록 도움을 달라고 요청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윤 회장은 오는 5월에는 회장단으로 구성된 사절단을 꾸려 미국 정·재계 인사들과 만납니다. 또한 미국 해외 투자 유치 행사인 ‘셀렉트USA 투자 서밋’에 참가해 한국 기업의 입장도 전달할 예정입니다.
한국경제인협회도 대미 사절단을 검토하는 등 아웃리치 활동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한경협은 이달 초 정철 한국경제연구원장을 미국으로 급파하고 정부와 의회를 비롯한 싱크탱크 인사들에 대한 아웃리치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한경협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건 없지만 대미 사절단 자체를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