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러 종전 직거래에…안보도 '트럼프 스톰'

이번주 우크라 종전 협상…트럼프·푸틴 정상회담 속도
우크라·유럽 빼고 만나…'마이웨이'에 국제질서 변곡점

입력 : 2025-02-17 오후 4:57:43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김태은 인턴기자] 우크라이나 전쟁 3주년을 앞두고 전쟁 종식을 위한 미국과 러시아의 밀착이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가까운 시일 내에 회담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힌 가운데, 미국 고위 당국자들이 이번 주 러시아 관리들과 만나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평화 협상을 시작합니다. 하지만 정작 전쟁의 또 다른 당사국인 우크라이나는 물론, 전쟁 영향권인 유럽 역시 협상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불만과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는데요. 경제에 이어 외교·안보 분야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직거래'가 본격화하면서 국제질서가 중대 변곡점을 맞았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우크라 없이 '종전 협상'…"18일 미·러 고위급 회담"
 
16일(현지시간) <폭스뉴스>·<CNN>·<블룸버그통신> 등 미 언론에 따르면 스티브 위트코프 미국 백악관 중동특사,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러시아 측과의 회담을 위해 이날 밤 사우디 방문길에 오릅니다. 이들은 사우디에서 현재 중동 지역을 방문 중인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합류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CNN>은 미·러 대화가 오는 18일에 시작될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2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통화한 뒤 종전 협상을 즉각 개시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이번 고위급 회담은 합의에 따른 첫 후속 조치입니다. 고위급 회담에서 어느 정도 성과가 도출될 경우, 이르면 이달 말 양국의 정상회담이 개최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플로리다주 팜비치국제공항에서 백악관 풀기자단과 만나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 시기에 관한 질문에 "시간은 안 정했지만 매우 곧 이뤄질 수 있다"고 답했습니다. 그는 이달에 만나느냐는 질문에도 "곧 이뤄질 것이다. 어떤 일이 일어날지 지켜볼 것이다"고 말했습니다. 백악관도 공식적으로 협상 사실을 확인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과 직접 대화를 시작했고, 앞으로 몇 주 동안 협상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유럽 관리들에게 부활절인 오는 4월20일까지 휴전에 합의하고 싶다는 의중을 전했습니다. 다만 이 같은 일정표가 비현실적이라는 지적 속에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말까지 휴전 협상을 이끌어낼 가능성이 높다고 소식통은 전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유럽, 우크라 협상 '패싱'에 경계…17일 긴급회동
 
문제는 협상 과정에서 우크라이나와 유럽이 배제됐다는 점입니다. 키스 켈로그 미 우크라이나 특사는 "대규모 그룹 토론은 협상을 망가뜨린다”며 유럽 참여를 거부했고, 트럼프 대통령 역시 "협상 초기 단계에서 유럽 개입은 비현실적"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이에 우크라이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리를 배제한 비밀 거래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고, 유럽 역시 안보 문제가 단독 결정되는 것에 위기감을 표했습니다.
 
불만이 커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협상 참여 여부에 대해 "그도 관여할 것"이라고 언급했고, 왈츠 보좌관도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을 끝내기 위해 신속하게 움직일 준비가 돼 있으며, 우리는 적절한 시기에 모두를 한자리에 모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두 사람 모두 구체적인 방식이나 시점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아 '패싱' 우려는 한동안 지속할 것으로 보입니다.
 
유럽 각국은 미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휴전 협상에서 배제되는 것을 우려하며 대응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17일 파리에서 유럽 주요국 정상들을 초청해 비공식 긴급회의를 개최합니다. 영국, 독일, 이탈리아 등 주요국 정상들과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등이 참석할 예정입니다.
 
유럽 정상들은 회의에서 유럽이 종전 협상에서 배제된 데 대한 대응책과 전후 우크라이나 안보 보장 방안이 논의할 것으로 보입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유럽은 평화유지군 파병 규모와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또 유럽군 창설 가능성도 거론됩니다.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NATO 내에서의 역할 확대와 병행해 추진될 전망입니다.
 
세계 각 국은 종전 협상이 미·러 정상 간 밀실 합의로 전개되면서 우려를 표합니다. 특히 '유럽 패싱' 등의 논란이 일면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를 넘어 글로벌 지정학이 중대 변곡점을 맞게 됐다는 평가도 함께 내놓습니다. 로버트 하벡 전 독일 부총리는 트럼프가 법치와 자유민주주의 같은 서구적 가치를 공격하고 있다고 주장했으며, 프랑스 <르몽드>는 미국이 유럽을 상대로 "이념 전쟁을 선포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브랜즈 존스홉킨스 고등국제학대학원(SAIS) 석좌교수는 '트럼프가 공격성을 정상적인 것으로 여기면 푸틴과 시진핑이 승리한다'는 제목의 블룸버그 칼럼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적인 외교 정책을 당연한 것처럼 여기면 기존 국제사회 질서를 뒤흔들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미국을 구심점으로 하던 글로벌 안보 환경이 악화되고, 국제 협력이 약화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우려했습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일부 규칙들이 사라지면 세계에서 강력한 권한을 가진 미국이 유리한 위치에 설 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으나 영토 확장이 용인된다면 장기적 관점에서 초강대국조차 안전을 보장받을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오른쪽)이 지난 2019년 6월28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이 열리고 있는 일본 오사카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진아 기자·김태은 인턴기자 toyouja@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박진아 기자
SNS 계정 : 메일 페이스북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