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사이언스)덥혀진 바다, 식는 데 걸리는 시간 두 배 늘어나

지난 40년간 해양의 열적 관성 지속적으로 증가
바다가 온도 스트레스에 대한 회복력을 상실하고 있다는 것 보여줘
기상·기후 분야 최고 권위 학술지 ‘Nature Climate Change’ 게재

입력 : 2025-02-20 오전 9:38:27
이상 해수면 온도의 평균 지속 일수를 보여주는 그림 (그래픽= 송하준 교수팀 논문)
 
[뉴스토마토 서경주 객원기자] 연세대학교 대기과학과 송하준 교수 연구팀이 인공위성 관측자료를 이용해 지난 40여 년 동안 해양이 열적 스트레스에서 회복되는 속도가 점차 느려지고 있음을 밝혀냈습니다.
 
이번 연구는 연세대 송하준 교수팀이 주도해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존 마셜(John Marshall) 교수와의 협업으로 진행됐습니다. 연구 결과는 기상·기후 분야 최고 권위 학술지 ‘네이처 클라이밋 체인지(Nature Climate Change, IF 30.3, 상위 0.5%)’에 2월 6일(현지시간) 게재됐습니다.
 
지난 40여년간 지구 온난화로 인해 해수면 온도가 꾸준히 상승하면서, ‘해양 열파’로 알려진 이상 고수온 현상이 점점 더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해양 생태계뿐만 아니라 인간 활동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해양은 온도가 일시적으로 상승하더라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원래 상태로 회복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연구팀은 위성 관측 데이터를 이용해 지난 40년 동안 해양의 회복력 변화를 분석한 결과, 1980년대에는 이상 해수면 온도가 원래 상태로 회복되는 데 평균 10일 내외가 걸렸지만, 2020년대에는 이 기간이 20일 이상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원래 회복력이 상대적으로 약했던 해역에서 이러한 둔화 현상이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났습니다. 연구팀은 해양의 회복력이 점점 느려지고 있다는 사실이 해양 생태계뿐만 아니라 기후 변화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연구팀은 해양이 온도 변화에서 회복되는 속도가 둔화하는 원인을 2021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클라우스 하셀만이 기후 연구에 도입한 방법을 활용해 세 가지 주요 요인, 즉 ▲표면 혼합층(surface mixed layer)의 심화 ▲감쇠율이 감소(damping efficiency) ▲해류 같은 외부 물리적 요인의 약화가 작용했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먼저, 상층 해양의 온도 상승은 해양의 성층화(stratification)를 강화해, 표층의 열이 해양 내부로 효과적으로 전달되는 것을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이는 해양이 온도 변화를 조절하는 능력을 저하시켜 회복 속도를 둔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또한 바람 세기의 증가는 혼합층을 깊어지게 하면서 해수면 온도의 회복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이는 해양 표면에서 발생한 열적 이상 상태가 더 오랜 시간 지속되도록 하는 원인이 됐습니다.
 
그러나 이 두 가지 요인만으로는 관측된 표층해양 회복력 둔화를 충분히 설명하기 어려웠습니다. 연구팀은 추가 분석을 통해 외부 강제력, 특히 해류 및 해양 내부 순환과 같은 외부 요인의 약화가 회복력 둔화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론했습니다.
 
위성 관측을 통해 확인된 표층 해양 회복력 둔화는 상층 해양에서 해양 내부로의 열 확산 효율이 감소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그 결과 상층 해양의 과도한 열을 해소하는 과정에서 대기-해양 상호작용의 역할이 더욱 커졌으며, 이것은 해양이 인간 활동으로 인해 발생한 초과 열을 흡수하는 능력이 감소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해양은 대기보다 열용량이 커 지구상에 축적되는 열의 90퍼센트를 흡수해 왔습니다.
 
또한 이상 해수면 온도의 지속시간이 길어지는 현상은 해양 열파의 지속 시간이 증가하는 추세와 일치합니다.
 
송하준 연세대 교수는 “표층 해양의 회복력 둔화는 해양 생태계에 더 큰 열적 스트레스를 가할 가능성이 있으며 해양열파 등으로 인해 생태계가 극단적인 온도에 노출될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경주 객원기자 kjsuh5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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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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