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우지도 못한 아이들의 불꽃을 꺼버리게 누가 허락했는가. 언제까지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반복하고 살텐가"
학창 시절 나의 우상이었던 가수가 불렀던 노래의 한 소절이다. 청소년수련원 화재 사건, 이른바 '씨랜드 참사'로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나간 아이들을 추모하는 노래였다.
한동안 기억 저 편에 잊혀졌던 이 노래가 요즘 문득 문득 떠오른다. 아마도 내가 9살, 6살 두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엄마인 것도 무관치는 않을 것이다. 15살 소녀는 초등학생 아들과 유치원생 딸을 키우는 워킹맘이 됐지만 여전히 세상은 안전하지 않다. 아니, 아이들에게는 어쩌면 더 위험해졌는지도 모른다.
지난 10일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출근하는 아빠를 배웅하고 학교에 갔던 아이가 주검으로 돌아왔다. 사건이 벌어진 장소는 가장 안전할 것이라 믿었던 학교였다. 길을 건너다 교통 사고가 날 수도, 학원에서 안전 사고가 일어날 수도 있지만 학교만큼은 안전할 것이란 믿음이 무너졌다. 안전한 학교를 만든다고 안전 보안관까지 배치했지만 내부자가 일으킨 범행엔 속수무책이었다.
뒤늦은 대책들이 쏟아지고 있다. 국회에서는 학교전담경찰관(SPO)을 늘리자고 제안하기도, 교사들의 정신 건강을 챙겨야 한다고도 목소리를 높인다. 주요 지자체들은 앞다투어 돌봄 시스템을 개선해 '아동 친화 도시'가 되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그럼에도 맞벌이 부모는 불안하다. 당장에 회사를 그만둘 수는 없는 노릇이고 과연 아이를 지금처럼 학교 돌봄교실에 남겨두는 것이 옳은지, 학원을 더 보내야 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이 끊이지 않는다. 그 와중에 대책이라고 나온 대면 확인 후 귀가를 시키겠다는 방침은 워킹맘의 한숨만 더 깊게 한다.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74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이다. 출산율을 높이겠다고 정부에서는 이런저런, 대체로는 돈으로 귀결되는 정책들을 내놓고 있다. 해마다 수십조원의 예산을 퍼붓고 있음에도 출산율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무조건 '애를 낳아라'고만 몰아붙일게 아니라 아이를 키우기 좋은 환경을 먼저 만들어줘야 하는 것이 아닐까. 단순히 아이 한 명을 더 낳을 때마다 한 달에 얼마를 쥐어주는 문제로 치부할 일이 아니다. 한 밤 중 열이 펄펄 끓는 아이를 안고 이 병원, 저 병원 응급실을 전전할 때의 조급함, 학교에 혹은 학원에 간 아이가 매 시간 무탈하게 잘 있을까하는 우려를 조금이라도 공감한다면 저출산의 문제를 이토록 '이론적'으로만, 땜질식 처방으로만 생각할 수는 없다.
이미 태어난 애들조차 못 지키는 세상에 누가 애를 낳고 기르고 싶겠는가. 아이를 키우는 것이 삶의 행복을 더하기는 커녕 걱정만 늘리는 일이 된다면 누가 출산을 권할 수 있을까. 부디 아이들이 안전한 대한민국이 되길 바라며 오늘도 우리 아이들이 편안히 잠들길 소망한다.
김진양 영상뉴스부장 jinyang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