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프라임] AI, 아는 만큼 정책 나온다

입력 : 2025-02-21 오전 11:37:42
[뉴스토마토 김나볏 기자] 요즘 산업계 전반에 걸쳐 생성형 인공지능(AI)에 대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하루가 멀다하고 AI 관련 이슈가 쏟아지는데요. 일단 표면적으로 보면 거대언어모델(LLM)로 대변되는 AI모델 구축, 그리고 AI 에이전트로 대변되는 AI 서비스 출시 경쟁이 전세계적으로 뜨겁게 펼쳐지는 중입니다. AI의 근간이 되는 기술, 그리고 돈 버는 AI 기술에 대한 관심이 동시에 치솟고 있는 셈인데요. 그만큼 속도전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는 방증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오프라인 현실도 그렇지만 특히 IT 환경에선 기술적 우위 외에도 시장 선점 여부가 승패를 가른다는 것을 전세계가 이미 여러차례 목격했기 때문인 듯합니다. MS, 구글, 애플, 메타 등이 그 대표적 증거들이죠.
 
오픈AI 로고가 휴대전화에 표시된 모습. 챗GPT의 텍스트를 기반으로 이미지를 생성하는 인공지능 서비스인 달리에 의해 만들어졌다. (사진=뉴시스)
 
국내 기업들도 AI 모델과 AI 서비스 경쟁에 뛰어들었습니다. 하지만 두가지 목표 사이의 간극이 큽니다.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가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AI 모델 개발에는 천문학적 수준의 비용이 들죠. AI 서비스는 고객에게 닿는 최종적 결과물입니다. 근간이 되는 기술의 확보가 더디면 서비스 개발도 덩달아 더뎌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나마 글로벌 테크기업들이 오픈소스 정책을 내세우는 곳이 많아 다행이라고 할까요. 최근 딥시크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오픈소스 기반 LLM을 내세우며 한국 기업들에 희망을 던지기도 했습니다. 물론 중국 정부의 기술 굴기가 다시 한 번 확인되며 두려움도 함께 안겼긴 하지만요. 
 
우리 정부도 바빠졌습니다. 지난 20일 국가인공지능(AI)위원회가 '월드 베스트 LLM(WBL) 프로젝트'를 포함한 AI 종합 대책을 발표하기도 했죠. 잘하는 기업에 데이터와 GPU 등 자원을 몰아주는 정책을 구사하겠다는 겁니다. 세계 1등을 다투는 네트워크 국가 치고는 다소 늦었지만 이제라도 움직인다는 것은 참 다행스런 일입니다.  
 
다만 이 같은 발표는 선언적 성격이 큽니다. 좀더 장기적이고 구체화된, 국가적 차원의 AI 전략을 하루빨리 다듬어 나가야 합니다. 일단 IT 분야와 관련, 정부 정책의 속도가 무척이나 더디다는 점부터 자각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현재 미국과 중국이 대표적 양강으로 거론되지만 프랑스만 해도 이미 수년 전부터 정부가 AI 전략을 세워 자국 기업 미스트랄을 키워냈습니다. 구글이라는 해외기업에 포털 주도권을 일찌감치 뺏겼던 유럽국가의 뼈아픈 경험이 바탕이 된 것입니다. 어쩌면 우리나라는 자국 포털이 든든하게 버티고 있어 상대적으로 위기감이 적었던 것 아닌가 싶습니다. 하지만 그마저도 구글이 유튜브를 앞세워 어느새 살금살금 안방 시장을 점령하려 하고 있죠.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오기 전 경각심을 가져야 합니다.
 
정부는 물론 국회의 IT 공부도 필수적으로 요구됩니다. 세상을 움직이는 핵심기술이 무엇인지 눈치로라도 알아챌 수 있는 사람이 정책 입안자의 자리에 있어야 합니다. 이 점을 생각하면 국회 과방위 위원들의 구성이 아쉽습니다. 여야 할 것 없이 언론과 방송 장악 이슈에 전투력을 발휘할 만한 목소리 큰 의원들을 전면 배치한 까닭에, IT 전문가라고 할 만한 의원들을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는 점이 뼈아픕니다. IT기술 주도권을 둘러싸고 전세계적으로 사실상 총성 없는 전쟁이 벌어지는 시기인데 말이죠. 
 
올해는 이미지, 글, 영상 등에 걸쳐 여러 언어모델을 활용하는 멀티모달, 최신 정보 업데이트로 생성형AI의 정확도를 보완하는 검색증강생성(RAG)이 AI 기술 경쟁의 주요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합니다. AI모델과 AI 서비스 사이, 아직 기회는 많이 남아 있습니다. 골든타임이 빠르게 흘러가고 있다는 말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파악하고자 고군분투하는 정치가, 행정가가 점차 늘어난다면 지금의 위기는 어쩌면 기회가 될지도 모릅니다.
 
김나볏 기자 freenb@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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