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건기식 구매도 다이소?…약사들 '부글'

입력 : 2025-02-28 오후 3:51:15
 
[뉴스토마토 이지유 기자] #1. "평소 일체형 형태의 비타민에 관심이 많았어요. 다이소가 저렴한 가격에 건강기능식품(건기식)을 판매한다 하니,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습니다." (주부 박 모씨·43세 여)
 
#2. "이미지 메이킹에 나선 다이소에게 이용당하는 듯한 기분입니다." (약사 김 모씨·39세 남)
 
건강기능식품 판매에 나선 다이소를 두고 현장에서의 소비자와 약사 입장은 극명하게 엇갈립니다. 소비자들은 선택의 폭이 확대되는 만큼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일부 약사들은 다이소가 약국을 이용하고 있다며 지적하는 상황입니다.
 
이 같은 논란은 아성다이소가 지난 24일부터 전국 200여개 매장에서 대웅제약, 일양식품 건기식 30여종을 판매하기 시작한 것이 발단입니다. 물론 일양약품은 약국가의 반발이 거세지자 28일 절수 결정을 내리긴 했지만, 상당수 제약사들은 다이소에서의 건기식 회수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어 사회적 후폭풍은 만만치 않은 상황인데요.
 
선택 폭 넓어진 소비자는 환영 입장…약사들은 "이미지 메이킹에 불과"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위치한 다이소 매장 전경. (사진=이지유 기자)
 
28일 오전 방문한 서울 다이소 매봉역점 매대 한켠에는 건기식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간간이 보였습니다. 종합 비타민제부터 시작해 뼈·관절 기능에 도움이 되는 칼슘제, 루테인 성분을 함유한 눈 영양제, 체중 관리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가르시니아, 혈류 개선을 위한 오메가3 등 다양한 제품군의 건기식들이 매대를 가득 채웠습니다. 
 
이날 마주한 고객들은 3000~5000원의 균일가로 책정된 부담 없는 가격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한 소비자는 "약국을 비롯해, 네이버 및 쿠팡과 같은 온라인에서 건기식을 찾아봐도 최소 2만원 넘는 가격대가 주를 이뤘다"며 "비록 성분 함량이 낮아도 부담 없는 가격대에 건기식을 구매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매력적"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실 현재 모든 다이소 매장이 건기식을 판매하는 것은 아닙니다. 고객들이 많이 찾는 200여개 매장을 선정해 건기식 제품을 판매 중에 있다는 것이 다이소 측 설명인데요. 문제는 다이소의 공격적인 마케팅에 약사들의 반발이 거세다는 것입니다.
 
특히 다이소가 이르면 3월 종근당건강의 건기식 제품 판매에도 나설 것으로 관측되면서, 약사회는 "물론 제품의 기준이 다 다르지만 제약사에서 공급가를 차등 적용해 다이소가 균일가로 판매하게 된 부분에 대해서는 배신감이 크다"며 "솔직히 '약국 대 다이소'라는 자극적인 제목으로 언론에 노출되면, 마케팅 효과를 누가 보는 건지는 뻔한 답이 아니겠느냐"고 지적했습니다. 
 
일부 약사들도 이에 동의한다는 입장인데요.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서 약국을 운영하고 있는 한 약사는 "건기식 시장에서 약국이 차지하고 있는 규모는 약 4%대 불과하다. 다만 지난해부터 시작해서 건기식 시장이 다시 활기를 띠며 온라인 판매가 늘고, 이와 함께 약국 판매 역시 크게 증가했다"며 "매출 규모가 성장세를 보이려고 있는 와중에 다이소의 건기식 판매가 대두되면서, 약국이 '비싼 판매처'라는 오명에 휩싸이는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대웅제약X다이소 국민 건강 프로젝트 ‘닥터베어’ 26종 제품 이미지. (사진=대웅제약)
 
실제로 부진했던 약국 건기식 시장은 지난해를 기점으로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의 2024년 시장현황 및 소비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3년 3%대까지 떨어졌던 약국 건기식 점유율은 지난해 4.2%로 소폭 증가세를 보였습니다. 매출 규모 역시 1895억원으로 전년 대비 189억원 증가해  최근 몇년 사이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는데요.
 
여기에 지난해 기준 국내 건기식 시장 규모는 약 6조400억원 대로 2005년 1조2000억원에서 20년 새 5배로 성장했습니다. 아울러 오는 2030년까지 시장 규모는 25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관측되는데요. 건기식을 둘러싼 파이 나누기 경쟁이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전문가들 "플랫폼들의 경쟁 통한 소비자 편익 증진이 중요"
 
전문가들은 이 같은 경쟁 구도에 대해 약업계가 일정 부분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약업계 입장에서는 건기식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 최저가 가격을 내세우는 다이소에 대해 반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반면 소비자 편익 측면을 고려하면 좋은 기회라는 조언도 내놨습니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다이소에서 건기식을 도입해 약국으로서는 데미지가 있을 수 있다"면서도 "건기식은 일반제품으로 분류가 되고 있다. 온라인 및 다이소 등 여러 플랫폼들이 경쟁을 통해서 좋은 가격에 상품을 공급하는 등 건기식 시장이 합리적 시장으로 전환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건기식 같은 경우 특정 업태와 상관없이 일반 소매점에서도 판매될 수 있는 시대"라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다이소와 같은 채널에서 최저가 가격에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만큼 편익이 높아지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지유 기자 emailgpt1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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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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