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 선임기자] <뉴스토마토 특별취재팀>은 필리핀 수도 마닐라와 세부를 찾아 고군분투 중인 K 금융사를 응원하고 생존전략을 진단했습니다.
'필리핀 K금융' 기획에서 빼놓을 수 없는 주인공이 바로 한국인 주재원들과 현지 직원들입니다. 현지 진출한 은행을 찾아가면 손에 꼽을 정도로 적은 한국 주재원이 수십명 또는 수백병의 현지인 직원들이 같이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태어난 국가와 살아온 궤적이 다른 이들이 같은 조직 문화 속에서 호흡을 맞추는 모습이 인상이 깊었습니다.
주재원과 직원 간의 소통뿐만 아닙니다. 현지 금융당국의 허가 조건에 맞추거나 현지 기업의 대출을 늘리고, 현지 고객을 늘리기 위해서는 조직 문화를 저해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소통하느냐가 관건입니다.
필리핀 마닐라의 국내 은행 지점에는 한국 주재원과 현지 직원들이 같이 근무를 하고 있다. 기업은행 마닐라지점 직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주재원과 현지 직원간의 오해도 종종 벌어지기도 합니다. 의사소통에 주재원들은 필리핀 직원들이 사과를 잘 하지 않는다며, 초반에는 오해를 많이 했다고 말했습니다.
한 주재원은 "필리핀이 아시아에 붙어 있다고 해서 동양 문화라고 이해를 하고 접근하면 안된다"며 "동양 문화는 잘못을 했으면 일단 사과를 하고 넘기지만, 서양 문화는 사과를 하면 잘못을 시인햇으니 모든 책임을 져야한다는 사고방식이 있는 것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해외 진출 주재원에 건낸 일화를 소개했습니다. 전략회의에서 한 해외 법인장이 진옥동 회장에 질문을 했다고 합니다. '금융의 삼성'이라고 불리는 신한의 강력한 조직 문화를 현지 직원들에 심어주고 싶은데 노하우를 알려달라고 말입니다.
필리핀 마닐라의 보니파시오 지역에 위치한 신한은행 마닐라 지점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진 회장은 18년 이상 일본에서 근무한 '일본통'입니다. 지난 2017년 일본 법인장에서 한국으로 돌아와 부행장과 은행장을 거쳐 회장까지 올랐습니다.
진 회장은 해외 법인장의 질문에 "그렇게 하면 안 됩니다. 그 나라에 가면 그 나라에 맞춰야지. 현지인들을 신한으로 바꾸려고 하지말고 우리가 그 나라에 맞추되, 신한이 더 잘하는 부분을 결합하려고 노력해야 같이 성장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사진=신한금융지주)
현지 직원들의 업무 속도나 집중력이 한국인만 못하지 않냐는 질문에 베테랑 지점장은 생각을 전환하라고 조언했습니다.
이경록 신한은행 마닐라 지점장은 "필리핀들에게 우리 주재원은 소수이고, 그들을 다수입니다. 그러니까 필리핀인들이 이상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다른 것입니다"라고 했습니다. 이 지점장은 "업무 프로세스나 처리 속도가 빠른 한국 같은 나라는 잘 없다. 오히려 한국이 독특한 곳"이라고 말했습니다.
필리핀을 비롯한 블루오션을 개척하기 위해서는 저개발국에 대한 인식 전환부터 필요하다는 조언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