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대형 참사에도 로컬라이저 위치 고집

시간·예산 촉박하다는 이유
전문가들 “국제 기준 따라야”

입력 : 2025-04-14 오후 2:05:26
[뉴스토마토 오세은 기자] 국토교통부가 제주항공(089590) 참사에서 피해를 키운 무안공항 로컬라이저(방위각 시설)의 위치는 바꾸지 않은 채, 기초 구조물 교체 공사만 하기로 방침을 정했습니다. 예산 부족과 연내 재개항하려면 시간이 없다는 이유인데, 전문가들은 비용과 시간이 더 들더라도 종단안전구역을 국제 기준에 맞추고, 그 뒤에 로컬라이저를 새로 짓는 게 맞다고 지적합니다.
 
지난 1월3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서 소방당국 관계자들이 크레인을 이용해 로컬라이저(방위각 시설) 구조물이 있는 콘크리트 둔덕에 박힌 사고기 엔진을 들어올리고 있다.(사진=뉴시스)
 
14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국토부와 무안공항을 운영하는 한국공항공사는 다음달 무안공항 로컬라이저 기초 구조물 교체 공사에 착수할 예정입니다. 기존 콘크리트가 아닌 부러지기 쉬운 소재로 바꾸는 대신, 활주로 남단 끝 264m인 지금 위치는 바뀌지 않습니다.
 
국토부는 규정상 로컬라이저 위치가 문제없다는 입장이지만 국제 기준인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종단안전구역을 활주로 끝에서 300m로 정할 것을 권고하고 이 구역 안에 로컬라이저 등을 포함한 장애물을 설치할 수 없도록 하고 있습니다. 국제 기준은 국토부 고시대로 설치된 현 지점과 36m 차이를 보이는 것입니다. 
 
국토부는 국제 기준대로 위치를 변경하려면 사고 부근인 공항 담벼락을 허물어야 하는데다, 부지 매입 비용이 발생하고 위치 수정에 따른 로컬라이저 성능 테스트 재실시로 연내 재개항이 어렵다는 점을 이유로 들고 있습니다. 국토부 관계자는 “연내 개항 등을 고려해 위치는 바꾸지 않기로 했다”면서 “무안공항 종단안전구역이 199m로 국토부 고시(90m~240m)에 충족하고, 그 바깥에 설치되는 로컬라이저도 문제가 없다”고 했습니다. 종단안전구역은 항공기가 착륙 후 제때 멈추지 못하고 활주로 끝부분을 지나쳤을 경우, 항공기 손상을 막기 위해 착륙대(활주로를 감싸고 있는 최소 60m의 포장도로) 종단 이후에 선정된 구역을 말합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시간과 예산이 더 들더라도 국제 기준에 부합하도록 설계를 다시 하는 것이 상식이라고 말합니다. 이름을 밝히기 꺼린 한 항공 전문가는 “시간과 예산이 더 들더라도 이번 기회에 ICAO 권고에 부합하도록 종단안전구역을 확장한 다음, 그 뒤쪽에 로컬라이저를 다시 세우는 게 당연하다”고 했습니다. 이휘영 인하공업전문대 항공경영학과 교수는 “활주로에서 더 멀찍이 떨어진 곳에 로컬라이저를 짓는 것이 안전거리 확보에도 도움이 된다”고 했습니다. 
 
로컬라이저는 여객기를 향해 고도와 위치 등을 전파로 쏴서 항공기가 안정적으로 착륙할 수 있도록 돕는 장치인데 무안공항의 경우 기초구조물이 콘크리트로 돼 있어 피해가 더 커졌다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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