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중국이 반도체 등 첨단기술의 핵심 광물인 희토류와 희토류 자석 수출을 중단했습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부과에 따른 보복 조치로 해석됩니다.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에 전 세계 공급망 불확실성은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의 방위산업을 비롯한 각종 산업 부문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중국산 희토류 의존도가 높은 한국 또한 우려가 깊어지고 있습니다. 정부는 중국 정부의 수출 통제 영향이 일단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하지만, 향후 희토류 수급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면밀히 대응한다는 방침입니다.
중, 희토류 통제 본격화…미·중 무역전쟁 격화
14일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지난 4일부터 중국에서 전량 정제되는 6가지 희토류와 희토류 자석의 수출 제한을 명령했습니다. 이에 따라 희토류와 희토류 자석은 특별 수출 허가가 있어야만 중국 밖으로 운송할 수 있습니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를 발표한 직후 나온 것으로, 맞불 성격의 대응으로 해석됩니다.
앞서 백악관은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 최대 145% 관세가 적용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을 포함한 모든 국가에 대한 상호관세를 오는 7월8일까지 유예하고 10%의 기본 관세만 적용하기로 했지만, 중국에 대해서는 125%의 상호관세 부과를 즉시 개시했습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기존에 부과된 20% 관세까지 더하면 중국에 대한 관세는 145%에 이릅니다.
특히 <NYT>는 중국 정부가 새로운 규제 시스템을 마련할 때까지 희토류와 자석 수출이 중단됐다고 전하며 "새로운 시스템이 시행되면 미국 군수업체를 포함한 특정 기업에 대한 (희토류) 공급이 영구적으로 차단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중국의 보복 조치에 미국 역시 관세 전쟁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반도체 등에 대한 품목별 관세를 "다음 주 중 발표할 것"이라며 "머지않은 미래에 시행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일부 기업들에는 유연성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또 그는 의약품에 대한 관세도 언급, "우리는 미국에서 만들어진 약을 갖게 될 것"이라며 "우리는 의약품 공급 부분에서 중국과 다른 여러 나라에 의존하지 않을 것이다. 이는 좋은 생각이 아니다. 이 일은 매우 빨리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14일 국빈 방문을 위해 베트남 하노이 노이바이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사진=연합뉴스)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질라"…한, 대책 마련 고심
중국 정부의 희토류 수출 통제는 미국의 높은 중국산 희토류 의존도를 이용해 공세에 나선 것으로 풀이됩니다. 실제 미국지질조사국(USGS)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 세계 희토류 생산량은 39만톤으로, 이중 중국의 비중은 69%(27만톤)에 달합니다. 매장량 역시 중국이 전 세계 9000만톤의 49%로 압도적입니다. 반면 미국은 지난 2020~2023년 수입한 희토류의 70%가 중국산입니다. 현재 미국 내 희토류 광산은 단 한 곳뿐입니다.
미국은 희토류 공급망 차질에 직면하면서 미 산업계는 당장 비상이 걸렸습니다. 미국 희토류 업체 'MP 머티리얼스'의 회장 겸 최고경영자인 제임스 리틴스키는 "드론과 로봇 공학은 전쟁의 '미래'로 여겨지는데, 지금 우리는 중요한 물질 공급을 위한 미래 공급망이 닫히는 것을 보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문제는 희토류 수입에 있어 대중 의존도가 높은 한국 역시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점입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희토류 수입액 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50.8%에 육박합니다. 희토류와 희토류 자석이 필요한 자동차 업계를 비롯해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에 직간접 영향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관련 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일단 정부는 이번 중국의 수출 통제가 전면적인 금지가 아니라는 점에서 당장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봅니다. 그럼에도 장기화 시 국내 산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공공 비축 및 민간 재고, 대체재 등을 통해 대응 역량을 확보하고 민관이 협력해 면밀히 대응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나성화 산업공급망정책관 주재로 '산업공급망 점검회의'를 개최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나 정책관은 "희토류 수급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수출통제 품목별로 밀착 관리하겠다"면서 "희토류 수입·수요기업에 중국 수출허가 절차 등을 상세히 안내하고 지원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