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약고 중동’ 쏠림 줄여라…오랜 숙제에 정유업계 ‘골치’

이란·이스라엘, 휴전 국면…리스크는 여전
국내 정유 4사, 중동산 원유 의존도 62%
“수입선 다변화, 중동산 원유 의존 낮춰야”

입력 : 2025-06-25 오후 3:35:18
[뉴스토마토 박창욱 기자] 이란과 이스라엘 간 전쟁이 휴전 국면에 접어들면서, 국내 정유업계도 한숨을 돌린 분위기이지만,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계속되는 만큼 정유업계의 공급망 다변화 전략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중동산 원유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인 국내 정유업 특성상, 불확실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할 경우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전문가들은 중동산 원유 의존도를 낮추고 공급망을 다변화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25일 국내 정유업계와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 5월 국내 총 원유 수입량은 9554만배럴로 집계됐습니다. 이 가운데 중동산 원유는 5923만배럴로 전체의 약 62%를 차지하며, 여전히 절반 이상을 중동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어 아메리카(2414만배럴), 아시아(769만배럴), 아프리카(393만배럴), 유럽(56만배럴) 순으로 집계됐습니다.
 
문제는 국내 정유 4사(SK에너지·GS칼텍스·에쓰오일·HD현대오일뱅크)의 중동산 원유 수입 비율은 66.4%로 전체 평균을 웃돈다는 점입니다. 특히 에쓰오일은 총수입량(2015만 배럴) 중 90.1%에 해당하는 1815만 배럴을 중동에서 들여온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대주주인 사우디 아람코와의 장기 공급 계약에 따른 것으로, 중동 지역의 갈등이 잦아질 경우 원유 수급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이어 GS칼텍스는 2406만배럴 중 1573만배럴(65.4%), SK에너지는 2076만배럴 중 1317만배럴(63.4%)을 각각 중동에서 들여왔습니다. 반면 HD현대오일뱅크는 전체 1489만배럴 중 599만배럴만이 중동산으로 비율이 40.3%로 가장 적었습니다. 오히려 아메리카 지역에서 834만배럴을, 유럽에서 56만배럴을 수입하며 지역별 수입처를 다변화했습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정유업계의 중동 의존도는 여전히 높습니다.
 
다만 석유화학업계의 중동 의존도는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SK인천석유화학은 412만배럴 중 104만배럴(25.2%), 한화토탈에너지스는 719만배럴 중 242만배럴(33.6%), HD현대케미칼은 311만배럴 중 148만배럴(47.4%)이 중동산으로 집계됐습니다.
 
미국 뉴햄프셔주 왓포드시에 위치한 석유 시추 시설.(사진=뉴시스)
 
이란과 이스라엘 간 충돌이 휴전 국면에 접어들면서 국제유가가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지만, 여전히 원유의 주요 해상 운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리스크는 해소되지 않은 모양새입니다. 이에 전문가들은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수입선 다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습니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한때 80%에 달했던 중동산 원유 수입 비중을 71.5%까지 낮추긴 했지만, 여전히 비중은 높다”며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는 여전히 상존하고 있는 만큼 원유 수입국을 다양화하고, 중동산 원유를 대체할 수 있는 원유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업계 역시 중동발 리스크에 대한 대응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원유 수급의 안정성이 최우선 과제”라며 “중동 지역의 정세를 항상 예의주시하며, 정부와 긴밀히 협력해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의 특성상, 국제사회 권고 기준인 90일분을 넘는 약 207일분의 원유를 비축하고 있으며, 북미·남미 등으로 수입처 다변화도 병행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정부와 국내 정유업계는 중동 전쟁이 확전 양상으로 흘러가자 비상회의를 개최하고 수급 전략을 수립하는 등 즉각 대응에 나선 바 있습니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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