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명 주식 거래' 의혹을 받고 있는 이춘석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피해 엘리베이터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자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인공지능(AI) 관련 중책을 맡은 이춘석 민주당 의원(4선·전북 익산갑)의 '주식 차명 거래' 의혹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습니다. 최근 정부의 '세제 개편안' 발표로 국내 주식시장 투자자들의 반응이 싸늘하게 식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와중에 일어난 여당 핵심 인사의 일탈입니다. 이재명정부가 '코스피 5000 시대'를 앞세워 추진하는 제도 개선에 자칫 제동이 걸릴 수 있는 데다 국민의힘에 법사위원장 사퇴 빌미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해당 의혹의 파장은 점점 커질 전망입니다.
법사위원장의 차명 거래?…이해 충돌 논란까지
5일 한 매체는 이 의원의 주식 차명 거래 의혹을 제기하는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이 의원은 지난 4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 참석해 휴대전화로 '네이버' 주식을 거래했습니다. '카카오페이'와 'LG씨엔에스' 등의 주식 정보를 확인하기도 했습니다. 이 의원이 살펴보고 있던 주식계좌의 현금·신용 합계 매입액은 1억원 이상인 것으로 파악됩니다.
문제는 이 의원의 본인 계좌가 아닌, 같이 일하는 보좌관의 명의를 이용한 차명 거래로 의심된다는 점입니다. 계좌 주인의 이름이 이 의원이 아닌 데다 최근 재산공개 자료(3월27일 공개)에서도 본인을 포함한 가족의 증권 보유 현황이 전무하기 때문입니다.
지난해에도 이 의원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 도중 같은 주식계좌로 거래를 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의혹은 확대되고 있습니다.
민주당 중진인 이 의원은 당 사무총장과 인권위원장, 원내수석부대표, 대변인 등을 역임했습니다. 국회에서는 사무총장과 기획재정위원장을 지냈고, 민주당 주도로 지난 6월26일 법사위원장으로 선출됐습니다. 6·3 대선 당시 후보실장을 맡아 이재명 대통령의 승리에 기여했습니다.
새 정부 출범 후에는 국정 과제 밑그림을 그리는 국정기획위에서 경제2분과장을 맡아 AI, 산업통상, 중소벤처, 과학기술, 농·어업, 주거·SOC 등과 관련된 정책 수립을 관할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이 의원이 네이버 주식을 거래했던 날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를 수행할 정예팀 5곳을 발표하는 날이었습니다. 5곳에 선정된 네이버클라우드 컨소시엄에는 네이버가, LG AI연구원 컨소시엄에는 LG씨엔에스가 포함돼 있습니다.
'국가대표 AI' 기업 선정 여파로 지난 4일 네이버 주식은 전 거래일(22만5000원) 대비 3.33% 상승한 23만2500원에 거래를 마감했습니다. 같은 날 LG씨엔에스 주가는 전일 대비 0.29%(6만8900원→6만8700원) 하락했지만 장중 7만500원까지 오르기도 했습니다.
더팩트 기사 <[단독] "'코스피 5000' 외치는 정부…법사위원장 이춘석은 차명으로 억대 주식 거래">에 삽입된 사진. 이춘석 의원이 지난 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주식 거래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더팩트 기사 캡처)
이재명정부 정책 '직결'…국힘 "법사위원장 교체"
이 의원에 대한 의혹은 이재명정부의 대표 공약인 코스피 5000 시대 개막, 'AI 3대 강국'과 맞물려 있습니다. 코스피 5000 시대를 만들겠다며 '상법 개정안'을 밀어붙이고, AI 산업 육성을 통한 '진짜 대한민국'의 성장을 말하는 이재명정부의 국정 동력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는 사안이라는 게 정치권 시각입니다.
특히 법인세 인상과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요건 강화 내용이 담긴 '2025 세제 개편안' 발표 이후 국내 증시 악영향을 우려하는 이른바 '동학개미'(국내 주식시장 개인투자자)들이 이재명정부와 민주당을 향한 원성을 쏟아내는 시점입니다.
집권 초반 정권 불신의 단초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여당 지도부는 발 빠른 대처에 나섰습니다. 이날 오후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윤리감찰단에 긴급 진상조사를 지시했습니다. 또한 이 의원은 "국회 본회의장에서 주식 화면을 열어본 부분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사과하는 동시에 "다만 타인 명의로 주식계좌를 개설해서 차명 거래한 사실은 결코 없다. 향후 당의 진상조사 등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야권의 공세는 이어질 전망입니다. 곽규택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이 위원장은 즉시 법사위원장에서 사퇴하고 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곽 수석대변인은 "법을 심사하고 정의를 논해야 할 국회 법사위원장이 차명 거래에 휘말렸다는 사실만으로도 국회 전체의 권위와 윤리를 근본부터 뒤흔드는 사건"이라며 "이런 인물이 과연 어떻게 국민 앞에서 법을 논하고 정의를 말할 자격이 있느냐"고 직격했습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도 이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유력 정치인이나 고위 공직자의 차명 거래는 '주가에 영향을 줄 미공개 고급 정보를 다루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특히 더 나쁘다"며 "(이 의원 주식거래) 사진에 찍힌 네*버, *지 등은 민주당 정권 AI 정책과 직결되는 종목 아닌가"라며 비판했습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