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진하 기자] 집권 여당인 민주당이 제임스 김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AMCHAM) 회장을 만나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과 2차 상법 개정안(상법 일부개정법률안)의 '처리 유예' 입장을 전달했습니다. 민주당은 일부 경제단체 반발에도 한시도 늦출 수 없는 법안이라며 이달 내 처리를 강조했습니다.
국민의힘은 추가 협의를 제안했습니다. 그러면서 오는 21일로 예정된 임시국회 본회의를 미루자고 요청했는데요. 민주당도 국민의힘 전당대회 일정 등을 고려, 22일 대신 25일 본회의 개최에 동의했습니다. 다만 민주당은 노란봉투법과 상법 개정안의 처리를 미룰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했습니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제임스 김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 회장과 면담을 하기 전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암참 만난 여당 "노란봉투법, 수정 없이 처리"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제임스 김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을 만났습니다. 이번 면담은 여당이 이번 주 내 처리를 예고한 '노란봉투법'과 '2차 상법 개정안' 관련해 김 회장의 의견을 듣기 위해 마련됐습니다. 이 자리에서 김 회장은 "암참은 한국이 글로벌 공급망에서 리더십을 강화하고 한·미 기술 동맹을 심화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로 보고 있다"며 "이와 관련해 노란봉투법이 통과된다면 한국의 아시아 지역 허브로서 위상에 '부정적'인 영향이 올 것을 우려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김 원내대표는 "기업이 원하는 건 예측 가능한 정책과 투명한 규제"라며 "불합리한 규제를 개선하는 일은 정부와 민주당의 확고한 의지 때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외국인 투자 기업이 안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돕는 일도 매우 중요하다"며 이달 말 한·미 정상회담과 오는 10월에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양측의 협력을 기대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면담이 끝난 후 허영 민주당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노란봉투법은 수정할 수 없다"며 "올라간 대로 절차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확언했습니다. 처리 시점을 늦추는 방향에 대해서는 "없다"고 선을 그었는데요. 그는 "암참은 법안 통과 후 한국에 진출하거나 투자하는 기업 환경에 우려를 끼치지 않는 메시지를 잘 준비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고 밝혔습니다.
우원식 국회의장과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장 주재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 원내대표, 우 의장, 송 원내대표. (사진=뉴시스)
본회의 연기 합의했지만…여야 전운 '고조'
노란봉투법 처리 등을 앞두고 여야의 대치 전선은 한층 가팔라지고 있습니다. 다만 여야 원내지도부는 이날 우원식 국회의장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본회의를 21, 23~25일 개최할 것을 합의했다고 밝혔습니다. 국민의힘이 22일 전당대회를 이유로 본회의 연기를 요청했고, 이를 민주당이 수용하면서 22일에 본회의를 열지 않기로 합의한 것입니다. 대신 25일 추가로 본회의를 열어 민주당이 추진하는 노란봉투법과 상법 개정안을 처리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따라 다음 주 초반까지 여야의 강대강 충돌은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그동안 야당인 국민의힘은 노란봉투법을 두고 '기업 옥죄기' '불법파업 조장법' 등으로 부르며 강하게 반대해왔습니다. 여기에 상법 개정안을 놓고는 '악법'이라고 칭하며 여당의 강행 처리 예고에 비판의 목소리를 내놨습니다.
곽규택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민주당 주도로 불법파업 조장법인 노란봉투법 상정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재계가 마지막 절규를 내놓고 있다"며 "중소기업계도 오늘 국회에서 열린 노조법 개정 간담회를 통해 노란봉투법의 심각한 파급 효과를 우려했다. 특히 자동차·조선 등 대한민국의 주력 산업에 광범위한 피해를 줄 것이고 이는 곧 근로자들의 일자리와 생계로 직결된다는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경제 6단체 및 업종별 경제단체 임직원들이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계단에서 열린 노동조합법 개정안 수정 촉구 경제계 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여론전 나선 경제 6단체 "유예 시간 달라"
경제 6단체(한국경영자총협회·대한상공회의소·한국경제인협회·한국무역협회·중소기업중앙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도 같은 날 재계 입장을 반영한 조항 수정을 재차 요청했습니다. 이들은 국회 소통관에서 '노동조합법 개정안 수정 촉구 경제 6단체 공동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손경식 경총 회장은 "노란봉투법으로 산업현장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며 "노사 간 충분한 협의가 필요함을 여러 차례 강조해왔음에도 노동계 요구만 반영했다"고 말했습니다.
노란봉투법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하청 노동자에 관한 원청의 책임 강화 △합법적 노동쟁의 과정서 발생한 손해배상책임 면제 등입니다. 이와 관련해 경제 6단체는 △사용자 범위 현행 유지 △노동쟁의 대상에서 '사업 경영상 결정' 제외 △개정 시 1년 이상 시행 유예 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특히 '사업 경영상 결정' 철회를 강력히 요청했는데요. 이를 유지한다면 산업 구조조정은 물론 해외 투자까지 쟁의행위 대상이 돼 글로벌 경쟁에서 정상적 사업 영위가 어렵다는 설명입니다.
그러나 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은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경제단체가 철회를 요구하는 '사업 경영상 결정'은 주로 산업 구조조정에 관한 것"이라며 "결국 회사의 매각이나, 경영상 결정에 관해 노동자가 쟁의할 수 있는 권한을 인정해야 하는 것인데, 경영단체가 과도하게 해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반박했습니다.
이진하 기자 jh3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