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30년 차 운전기사 ’장기간 노동‘만으로 산재 인정

버스·택시 기사로 일한 60대, 허리디스크로 수술
법원, 열악한 업무 환경과 질병의 인과관계 인정

입력 : 2025-09-03 오전 10:22:06
[뉴스토마토 강석영 기자] 30여년간 운전기사로 일했던 60대 남성이 허리디스크를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받았습니다. 이 남성은 버스·택시 운전기사로 일했고, 장시간 불안정 자세에 노출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법원은 산업재해를 유발하는 직접적인 사고가 없더라도 열악한 업무 환경에서 장기간 근무한 것이 허리디스크 발병 원인이라고 판단한 겁니다. 
 
서울 중구 서울역 버스 승강장. (사진=뉴시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서울행정법원 형사5단독 신세아 판사는 윤모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 불승인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습니다. 
 
윤씨는 1993년부터 2022년 11월까지 시내버스, 마을버스, 택시 운전기사로 일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장시간 불안정한 자세와 진동, 충격에 노출됐습니다. 결국 윤씨는 허리디스크와 척추질환 진단을 받고 수술까지 해야 했습니다. 
 
윤씨는 자신의 질병이 운전 업무 환경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근로복지공단에 산재 신청을 했습니다. 그러나 근로복지공단은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심의 결과 등을 근거로 불승인 처분했습니다. 장시간 운전에 따른 부적절한 작업 자세의 반복 동작으로 요추부에 부담을 줄 수 있지만, 작업 강도 및 작업 빈도 등을 고려할 때 요추 부위에 누적된 신체 부담 정도가 높지 않아 장기간 근무력에도 업무 관련성은 낮다고 판단한 겁니다. 
 
이에 윤씨는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고, 재판부는 윤씨 손을 들어줬습니다. 신 판사는 윤씨의 상병과 업무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결했습니다. 
 
신 판사는 “윤씨가 1993년부터 운전 업무에 종사해왔고 2013년경부터 요추부의 증상으로 인해 진료받기도 했으나 계속해 운전 업무에 종사했다”며 “이 기간 동안 윤씨에게 버스 운전 업무 외 외상과 같은 다른 외부적 요인이 있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다”고 했습니다. 
 
신 판사는 그러면서 “(산재) 감정의사는 윤씨가 일 8시간 이상, 30년 정도의 기간 동안 버스, 택시 운전만을 주요 직종으로 종사한 것은 노출된 전신 진동이 노출(권고) 기준 이하라고 해도 허리 요추부의 근골격계 질환의 발병 위험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취지의 소견을 밝히기도 했다”고 짚었습니다. 
 
앞서 법원 감정의사는 재판부에 “직업적 운전수의 경우 차체로부터 전달되는 전신 진동뿐 아니라 노면 상태에 의해 지속적으로 장기간 노출되면 요추의 근골격계 질환의 발병 위험이 높고 일반 인구집단에 의해 요추 척추의 퇴행성의 변성 정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며 “윤씨는 2013년부터 요추부의 증상으로 인해 진료를 받아왔고, 과거 운전에 의해 요추부의 퇴행 변화가 발생하면서 운전 작업을 계속함에 따라 더 진행된 경과로 보인다”고 의견을 냈습니다. 
 
이번 판결은 법원이 운전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인정했단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윤씨를 대리한 임채후 변호사는 “이 사건과 같이 사고가 발생한 것이 아니라 열악한 업무 환경에서 장기간 근무로 인한 악영향이 누적돼 발생하는 질병은 업무와 직접적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매우 어렵다”며 “이 사건 역시 재해자가 장기간 운전 업무를 수행했다는 사실 외 직접 입증이 어려운 사건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임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운전 노동자가 겪는 만성적 근무 환경의 위험성을 법원이 인정한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운전 노동자의 업무 환경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안전과 직결된 중요한 문제인 만큼 이번 판결을 계기로 운전 노동자의 노동환경 개선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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