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변동성 극대화…지정학 갈등·금융 불안 여파

비트코인 2주 새 14% 급락…'업토버 랠리' 기대감 붕괴
중 희토류 수출 제한→미 100% 관세…지정학 리스크 직격탄
레버리지 청산 도미노…27조원 증발
미 지역은행 부실 공시 금융 불안 겹쳐…ETF 자금 대거 유출

입력 : 2025-10-20 오후 2:29:59
[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이 크게 흔들리고 있습니다. 미·중 갈등, 레버리지 청산 사태에 이어 미국 금융 시스템 불안까지 겹치며 급락세로 전환했습니다. 10월 특유의 상승 흐름을 의미하는 '업토버 랠리' 기대감은 무너지고 변동성이 극대화되며 투자심리가 공포 단계로 급전환됐습니다. 
 
미국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10월6일 12만6000달러대(1억7800만원)를 돌파했지만 20일에는 10만8000달러대(1억5300만원)로 하락했습니다. 2주 사이 14.3% 급락한 수치입니다. 이더리움(ETH)도 3978달러(550만원), 솔라나(SOL)는 187달러(26만원), 리플(XRP)은 2.38달러(3300원)까지 떨어지며 주요 코인도 일제히 두 자릿수 하락률을 기록했습니다. 
 
최근의 가상자산 변동성 극대화는 가상자산 시장이 구조적으로 외부 충격에 취약하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이번 급락의 신호탄은 지정학 변수였습니다. 지난 9일 중국이 희토류 합금 수출 제한 조치를 발표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에 100% 추가 관세 부과로 대응했습니다. 희토류는 반도체·인공지능(AI) 산업의 핵심 소재로 중국이 글로벌 생산의 60~90%를 담당하는 만큼, 양국의 팽팽한 대립은 공급망 붕괴 우려를 키우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이에 대부분의 가상자산 가격이 즉각 급락하는 가운데 비트코인은 최고가 대비 하루 만에 13% 떨어졌습니다. 
 
이 여파로 대규모 레버리지 청산이 이어졌습니다. 투자자들이 고배율 선물 포지션을 유지하던 중 가격이 급락해 강제 청산이 연쇄로 발생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지난 10일 약 190억달러(27조원)의 투자 자금이 증발했습니다. 단기간 유동성이 고갈되자 매도세는 급격히 확대됐고 반등 시점을 가늠하기 어려운 변동성 장세가 형성됐습니다. 
 
레버리지 청산 사태 이후 잠시 회복 조짐이 보이기도 했으나 지난 17일 미국 지역은행 부실 대출 사태가 확산되면서 다시 한번 시장 변동성을 키웠습니다. 미국 중소 은행들이 잇따라 수천만 달러 규모의 대출 손실을 공시하면서 금융 시스템 리스크 우려가 부각됐습니다. 
 
이에 따라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강화됐고 가상자산 상장지수펀드(ETF)에서는 대규모 자금 유출이 발생했습니다. 비트코인 현물 ETF에서는 12억달러(1조7018억원) 이상이 빠져나갔고 이더리움 ETF도 3억달러(4254억6000만원)가 순유출 됐습니다. 전체 가상자산 시가총액은 4조달러(5673조6000억원)를 넘겼던 수준에서 3조6000억달러(4340조3040억원) 수준까지 축소됐습니다. 
 
전문가들은 높은 레버리지 활용, 얕은 유동성 기반, 스테이블코인 의존, 거래소 간 파편화된 구조 등이 충격 전이를 키우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유동성과 결제 기능 등이 테더 등 일부 코인에 집중돼 있다 보니 레버리지 청산 시 시장 가격에 직접 충격이 미칠 뿐 아니라 급락 시 매도 물량을 받아줄 세력도 부족합니다. 이를 감시·규제할 통합된 시스템 또한 부재해 충격 전이를 막기 어렵다는 설명입니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지정학 갈등, 금융 불안, 청산 리스크가 동시에 겹치며 변동성이 극대화됐다"며 "이번 여파를 통해 여전히 전통 금융보다 외부 충격 흡수 능력이 낮다는 점이 확인됐다"고 밝혔습니다. 
 
서울 서초구 빗썸라운지 시황판에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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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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