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 넘어 파트너로…조선·방산업계에 부는 ‘상생 바람’

정부 ‘친노동’ 정책 기조 발맞춰
자금·기술 지원…공급망 안정화

입력 : 2026-02-06 오전 11:40:45
[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노란봉투법 시행을 앞두고 하청 노동자의 사용자성이 확대 인정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조선·방산 업계가 협력사와의 상생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정부가 하도급 구조 개선과 원·하청 관계 정상화를 정책 기조로 내세운 데다, 이재명 대통령이 방산업계 하도급 비리 근절을 공식화하면서 기업들도 이에 발맞춰 협력 모델을 확대하는 분위기입니다. 특히 다단계 하도급 구조가 고착화된 조선업 특성상 이런 변화는 기술·공급망을 함께 키우는 상생형 생태계로의 전환 신호로 해석됩니다.
 
HD현대 조선 부문 3개 사(HD한국조선해양·HD현대중공업·HD현대삼호)는 지난달 23일 부산 해운대구 시그니엘 에서 270여개 사외 협력사와 '2026년 HD현대 통합협의회 신년회'를 개최했다. (사진=HD현대중공업)
 
6일 업계에 따르면 조선·방산 기업들은 금융 지원, 기술 협력, 노사 관계 개선 등 다양한 방식으로 협력사와의 관계 재정립에 나서고 있습니다. HD현대(267250)는 설 명절을 앞두고 협력사 자재대금 5800억원을 최대 3주 앞당겨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조선 부문(HD현대중공업(329180)·HD현대(267250)삼호)에서 3440억원을, 건설기계 부문(HD현대사이트솔루션·HD건설기계(267270))에서 1080억원을 미리 지급합니다. HD현대일렉트릭(267260)(830억원), HD현대마린솔루션(443060)(200억원), HD현대마린엔진(071970)(190억원), HD현대로보틱스(50억원)도 자재 대금 선지급에 나섭니다. 명절 상여금과 운영자금 부담이 큰 협력사들의 자금 압박을 덜어주기 위한 조치로, 단순한 비용 지급을 넘어 공급망 안정 차원의 지원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HD현대는 지난달 23일에는 270여개 사외 협력사가 참여한 가운데 ‘2026년 HD현대 통합협의회 신년회’를 개최했습니다. 회사 측은 “협력사의 경쟁력이 곧 회사의 경쟁력”이라며 품질·혁신·ESG 분야 우수 협력사를 선정해 시상하는 등 파트너십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방산업계에서도 상생 행보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는 최근 협력사 연구개발(R&D) 비용을 전액 지원하는 ‘혁신 성과공유제’를 도입했습니다. 총 300억원 규모로 협력사가 첨단 기술 개발에 나설 경우 직접 연구비는 물론 시설 투자와 인프라 비용까지 지원합니다. 개발 성과에 따른 지식재산권을 공유하고, 기술이 사업화될 경우 물량까지 연계해주는 구조입니다. 기존 500억원 규모였던 동반성장펀드도 1500억원으로 세 배 확대했습니다. 협력사를 단순 납품업체가 아닌 기술 파트너로 육성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조치입니다.
 
지난 3일 경남 창원특례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3사업장 R&D센터에서 열린 '방산·항공우주산업 혁신을 위한 상생협력 선포식'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노사 관계 측면에서도 변화가 감지됩니다. 지난달 5일 한화오션(042660)은 사내 협력사들과 ‘원·하청 상생협력 선포식’을 열고 하청 직원에게도 직영과 동일한 성과급 지급과 손해배상 소송 취하를 약속했습니다. 29일에는 직영 노조와 체결한 ‘노사 상생협력 합의서’를 통해 그간의 고소·고발을 취하했는데, 하청 관련 파업 사안도 포함돼 있어 원·하청 갈등에서 비롯된 법적 분쟁을 사실상 일단락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정책 환경 변화와 맞물려 있습니다.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원청의 사용자 책임 범위가 확대될 경우, 원·하청 관계 전반에 걸친 관리 책임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방산업계 하도급 비리 근절을 강조하는 정부 기조까지 더해지면서 기업들이 협력 체계를 손보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특히 조선 산업은 선박 한 척을 건조하는 데 수백 개 협력사가 참여하는 다단계 구조가 일반적입니다. 원청의 생산 일정과 비용 구조가 협력사 경영에 직결되는 만큼, 협력사 안정성이 곧 산업 경쟁력으로 이어집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원가 절감 중심의 하도급 구조가 강했다면 이제는 기술과 공급망을 함께 키워야 글로벌 수주 경쟁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환경”이라며 “기업 스스로 상생 구조를 만드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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