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발’ 석유 공급망 재편에…정유업계 ‘실적 개선’ 예고

트럼프, 시진핑에 미국산 원유 수입 제안
글로벌 정제 설비 공급 확대 여력도 제한

입력 : 2026-02-06 오후 1:49:47
[뉴스토마토 박창욱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글로벌 석유 시장에 대한 개입 수위를 높이면서 국내 정유업계에 우호적인 업황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미국이 중국에 이란·러시아·베네수엘라산 원유를 미국산으로 대체할 것을 요구한 데 이어, 중국의 주요 석유 도입선인 이란과의 군사 갈등 가능성까지 가시화되면서 중 정유업체들의 원가 부담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HD현대오일뱅크 직원들이 충남 대산공장에서 설비 점검을 진행하고 있다.(사진=HD현대)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통화에서 미국산 석유 및 가스 구매 확대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지난 4일(현지시각) 밝혔습니다. 중국이 그동안 이란·러시아·베네수엘라산 원유를 주로 수입해 온 상황에서, 이 가운데 일부를 미국산 원유로 대체하는 데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는 의미가 됩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 원유를 국제 시세에 맞춰 판매하고, 그 수익을 베네수엘라 측과 배분·관리하겠다는 구상도 밝힌 바 있습니다. 그동안 중국의 소규모 정제시설인 이른바 ‘티포트(Teapot)’ 업체들은 ‘그림자 선단’을 활용해 두바이유 대비 배럴당 10~20달러 저렴한 베네수엘라산 원유를 조달해왔습니다. 그러나 미국의 개입으로 베네수엘라산 원유 가격이 정상화되거나 미국산 원유 수입이 확대될 경우, 중국 정유업계의 원가 부담 증가는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해외 에너지 매체 에너지나우 등에 따르면 중국의 베네수엘라산 원유 수입은 하루 약 47만 배럴(bpd)로, 중국 전체 해상 원유 수입의 약 4.5% 수준입니다.
 
여기에 지난달부터 이란 내 반정부 시위가 격화되면서 정부의 과잉 진압에 대해 미국이 군사적 대응 가능성을 시사한 점도 변수로 꼽힙니다. 이로 인해 중국의 이란산 원유 수입에도 차질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럴 경우 원가 상승 압력은 더욱 커질 수 있습니다.
 
이에 국내 정유업계 업황에는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될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중국 내 한계 정유업체들의 가동률이 하락할 경우 아시아 시장 전반의 공급 압력이 완화되며, 정제마진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에쓰오일은 최근 실적 발표 자리에서 “베네수엘라산 원유가 미국 쪽으로 유입이 늘고, 이란산 원유 수출이 축소되면 중국 한계 업체로 공급되던 값싼 원유에 차질이 발생한다”며 “이는 아시아 정제마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글로벌 정제 설비 측면에서도 공급 확대 여력은 제한적인 상황입니다. 러시아 정제 설비 가동 차질과 미국 내 노후 정유공장 폐쇄가 이어지면서 설비 순증설 규모는 내년 이후 급감, 2028년에는 정체 국면에 들어설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의 저가 원유 조달 기반까지 흔들릴 경우, 정유업계 업황 개선 가능성은 더욱 커질 것이란 분석입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중국 정유업체들의 원가 부담 확대는 국내 정유업계 실적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도 “다만 중국이 러시아산 원유 수입 확대 등 대체 방안을 마련할 가능성도 있어 관련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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