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조선·방산·원전까지 전방위 ‘러브콜’

조선·방산·원전·광물협약 잇따라
‘동남아 수주’ 교두보 확보 기대

입력 : 2026-03-04 오후 2:54:22
[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이재명 대통령의 필리핀 국빈 방문을 계기로 양국이 조선·방산·원전·핵심광물 등 전략 산업 전반으로 협력 지평을 넓히고 있습니다. 이번 방문을 계기로 양국 공공기관과 민간 분야에서는 조선, 원전, 식품, 의료기기, 핵심광물 등의 분야에서 모두 7건의 양해각서(MOU)가 체결됐습니다. 정부 간 제도적 기반을 강화하는 동시에 민간 기업 참여도 본격화되면서, 필리핀을 거점으로 한 국내 기업들의 수주 확대와 동남아 시장 진출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입니다. 아울러 필리핀이 니켈과 코발트, 희토류 등 첨단산업에 필수적인 핵심광물이 풍부하게 매장돼 있다는 점에서, 이번 협력이 반도체 및 배터리 등 한국 첨단산업의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하는 데 기여할지 주목됩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4일(현지시각) 필리핀 마닐라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한-필리핀 비즈니스 포럼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수빅 거점 조선 인력 교류 확대
 
4일(현지시각) 필리핀 마닐라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한·필리핀 비즈니스포럼에서 양국 기업인들은 조선·방산, 핵심광물, 문화·소비재 등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하며 실질적인 협력 방안을 모색했습니다. 이번 포럼은 이 대통령 취임 이후 아세안 지역에서 열린 첫 번째 비즈니스 포럼으로, 양국 정부 관계자와 기업인 등 250여명이 참석했습니다. 경제사절단으로는 한국 측에서 정기선 HD현대(267250)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이형희 SK(034730) 부회장, 김원경 삼성전자(005930) 사장, 정대화 LG전자(066570) 사장 등이, 필리핀 측에서는 한스 시 SM Prime 회장, 케빈 앤드루 탄 알리안스 글로벌 그룹 사장 등이 참여해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축사에서 “필리핀은 16~19세기 마닐라 갈레온 무역을 통해 아시아, 아메리카, 유럽을 하나의 경제권으로 연결하는 글로벌 무역의 대동맥 역할을 해왔다”며 “우리 기업이 수빅조선소에서 건조한 선박이 필리핀에서 생산된 제품을 전 세계로 실어 나르며 제2의 마닐라 갈레온 무역을 만들어가는 것처럼 양국 간 상호 보완적 경제협력이 더욱 강화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새로운 협력의 중심축에는 제조업, 에너지, 인프라 현대화 협력 강화가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양국 공공기관과 민간 분야에서 체결된 7건의 양해각서(MOU) 가운데 주목되는 협약은 HD현대중공업(329180)과 필리핀 기술교육 및 개발청(TESDA) 간 체결한 ‘조선산업 기술 발전 협력 MOU’입니다. 필리핀 현지 조선 인력 양성과 기술 협력을 골자로 한 이번 협약은 국내 조선업계의 숙련 인력 확보 문제 완화와 필리핀 조선산업 경쟁력 제고를 동시에 겨냥하고 있습니다. 향후 군함 유지·보수(MRO)와 추가 선박 사업으로 협력이 확대될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립니다.
 
HD현대는 현재 필리핀 수빅 조선소를 10년간 임차해 운영 중이며, 동남아 해양 사업의 전략 거점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해당 조선소는 과거 한진중공업(HJ중공업(097230))이 운영하던 시설로, 재가동 이후 군함과 상선 블록 생산 거점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4일 필리핀 마닐라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한-필리핀 비즈니스 포럼에서 정기선 HD현대 회장, 김정관 산업부 장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앞줄 왼쪽부터) 등 기업인들이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방산·에너지·자원 협력 가속
 
방산 분야에서는 ‘특정 방산물자 조달을 위한 시행약정’을 개정해 수의계약이 가능한 업체 범위를 확대하고, 무기체계 유지·보수 및 군수지원까지 협력 범위를 넓히기로 합의했습니다. 이를 통해 한국 방산 기업들은 필리핀의 49조원(약 350억달러) 규모 군 현대화 사업 등 주요 방산 프로젝트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는 평가입니다. 특히 개정된 시행약정은 단순 무기 판매를 넘어 유지·보수와 후속 지원까지 포함해 한국 기업들이 경쟁력 있는 입찰 조건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잠수함·전투기 등 고부가가치 사업에서 수주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필리핀은 그동안 HD현대중공업으로부터 호위함과 초계함 등을 도입하며 한국을 주요 해군 전력 협력 파트너로 삼아왔습니다. 지난해 11월에는 마르코스 대통령이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방한해 한화오션(042660) 경영진과 잠수함 도입 사업을 논의하는 등 협력 범위가 수상함에서 수중 전력으로 확장되는 분위기입니다.
 
양국은 필리핀 바탄 원전 재개 타당성 조사 결과와 ‘신규 원전 사업 도입 협력 MOU’를 체결하며 원전 분야 협력도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필리핀 바탄 원전은 1976년 착공했으나 1986년 체르노빌 사태 여파로 공정률 98% 상태에서 공사가 중단됐습니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은 2022년 취임 이후 고질적인 전력난 해소를 위해 바탄 원전 가동 재추진 의지를 표명해 왔습니다. 바탄 원전 재개 사업에 한국 기업 참여가 가시화할 경우, 향후 필리핀 신규 원전 건설을 비롯해 동남아 원전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확보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한국수력원자력과 수출입은행은 정상회담을 계기로 필리핀 최대 전력 기업 ‘메랄코’와 신규 원전 건설 사업 및 재무 모델 공동 개발을 위한 MOU를 체결하며 협력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핵심광물 협력을 통한 공급망 다변화도 추진됩니다. 한국광해광업공단(KOMIR)은 필리핀 환경자원부 산하 광산지구과학청(MGB)과 ‘핵심광물 밸류체인 강화 및 공동 탐사·개발 협력 MOU’를 체결했습니다. 필리핀은 니켈 생산량 세계 2위권이며, 코발트와 희토류 등 첨단산업에 필수적인 핵심광물이 풍부하게 매장돼 있는 전략적 요충지입니다. 이번 협력이 특정 국가에 대한 광물 의존도를 낮추고, 반도체 및 배터리 등 한국 첨단산업의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하는 데 기여할지 주목됩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4일(현지시각) 한-필리핀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해 페르디난드 로무알데즈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윤영혜 기자
SNS 계정 : 메일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