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사태 장기화 시 현대차도 ‘직격탄’

점유율 도요타 17%·현대차 10%
시장 점유율 높은 만큼 직접적 영향
“유가 상승, 글로벌 자동차 산업 타격”

입력 : 2026-03-09 오후 1:35:17
[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대적 폭격으로 시작된 이란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중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 완성차업계가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습니다. 중동 시장 점유율이 높은 일본 도요타와 한국 현대차 등도 위험에 직면해 있다는 분석입니다.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자동차 전용 부두에 수출용 차량이 세워져 있다. (사진=뉴시스)
 
9일 미 CNBC 등 외신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IB)이자 리서치 전문 기관인 번스타인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이란 전쟁과 이에 따른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으로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자동차 업체들이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이란 내 자동차 판매 감소, 중동 차량 운송 및 공급망 차질, 유가 상승에 따른 자동차 수요 감소 등의 상황이 아시아 자동차 업체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으로 작용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중동 지역 완성차 시장에서 한국의 현대차와 일본 도요타, 중국 체리 자동차 등 아시아 업체들이 판매 비중이 높은 만큼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번스타인 분석에 따르면 중동 지역에서 도요타의 시장 점유율은 17%로 가장 높고, 이어 현대차 10%, 체리 자동차가 5%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들 한중일 3개사의 점유율이 중동 전체 자동차 시장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수준으로 높다 보니 피해가 상대적으로 클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이란 전쟁의 여파로 현대차의 장기 비전에도 먹구름이 낀 상태입니다. 현대차·기아의 중동 판매량은 지난 202027만대에서 지난해 40만대로 5년 만에 약 54% 증가했습니다. 현대차는 오는 2030년까지 중동에서 55만대를 판매한다는 계획인데, 사태가 장기화 할 경우 이 같은 목표 달성에도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적지 않습니다. 현대차가 올해 4분기 가동을 목표로 사우디아라비아에 건설 중인 중동 생산 전초 기지 역시 암초를 맞은 셈이 됐습니다. 현대차의 사우디 공장은 반조립(CKD) 방식으로 운영돼 핵심 부품을 한국 등 외부에서 공수해야 하지만,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에 따른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는 물류비·보험비의 급등과 함께 생산 일정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까닭입니다.
 
또한 이번 이란 전쟁의 가장 큰 피해는 이란 현지 자동차 업체와 중국 기업들이 받을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이란은 중동 최대 자동차 시장으로 지난해 전체 중동 시장 판매량 300만대 중 38%가 이란인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란의 경우 이란 자동차 업체인 이란 코드로(Iran Khodro)와 사이파(SAIPA)가 시장 점유율 선두를 달리고 있는 가운데 체리 자동차가 6%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중동이 중국 자동차 수출의 주요 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만큼 다른 중국 업체들이 이번 사태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관측됩니다. 미국 등의 제재로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대부분 철수한 이란에는 체리, 장화, 하이난자동차, 창안 등 중국 주요 업체들이 적극적으로 진출해 있습니다. 번스타인은 중국 수출 데이터를 인용해 중동이 지난해 중국 승용차 수출의 약 17%를 차지한다고 전했습니다.
 
번스타인은 또 중동 지역 자동차 판매 감소 외에도 핵심 해상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국제유가 상승이 전반적인 글로벌 자동차 산업에 파급효과를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유럽 자동차 업체 중에서는 스텔란티스가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짚었습니다.
 
유니스 리 번스타인 애널리스트는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경우 운송 기간이 10~14일가량 늘어날 수 있다분쟁 장기화와 해협 봉쇄는 자동차 판매를 위축시키고 물류 비용을 높이며 차량 인도를 지연시킬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그러면서 가장 큰 위험은 전쟁이 장기화돼 유가를 끌어올리고 글로벌 경제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켜 걸프 지역을 넘어서는 지역까지 자동차 판매가 붕괴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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