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삼성전자 노동조합이 파업 여부를 두고 쟁의행위 찬반 투표에 본격 돌입하면서 노사 갈등에 따른 파업 리스크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노조는 투표 결과에 따라 5월 총파업을 전개한다는 계획으로 삼성전자가 이에 따른 대규모 생산 차질 위기에 직면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특히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 시행과 맞물려 불거진 노사 갈등에 재계 전반의 긴장감도 커지고 있습니다.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가 총파업 찬반 투표에 들어간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 직원들이 들어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9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조 공동투쟁본부는 이날부터 18일까지 열흘간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 투표에 돌입했습니다. 공동투쟁본부에 속한 노조는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 삼성전자노조동행 등으로 전체 합산 조합원 수는 약 9만명에 달합니다. 공동투쟁본부는 이번 투표에서 과반 찬성을 얻어 쟁의권을 확보할 경우 4월 전 조합원 집회를 거쳐 5월21일부터 6월7일까지 총파업을 진행한다는 계획입니다.
쟁의권 확보를 위한 투표로까지 이어진 이번 사안은 성과급 체계와 관련 노사 갈등이 핵심입니다. 노조는 초과이익성과급(OPI) 투명화와 상한제(현재 상한선 연봉 50% 기준) 폐지를 요구하고 있는 반면, 사측은 OPI 상한제 폐지 시 다른 사업부 간 격차 확대 등을 이유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양측은 지난해부터 여러 차례 협상에 나섰지만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해 최종 결렬됐고, 중앙노동위원회가 지난 3일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리면서 결국 노조는 쟁의권 확보를 위한 찬반 투표에 돌입하게 됐습니다.
더구나 이번 파업을 앞두고 노조가 강경한 입장을 내비치며 긴장감이 더욱 커지고 있는 모습입니다. 노조 측은 최근 파업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파업 불참자 명단을 관리하고 파업 불참자를 신고할 경우 포상을 주는 제도도 운영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찬반 투표가 가결되면 삼성전자는 지난 2024년 7월 노조가 창사 이래 처음으로 25일간 무기한 총파업을 진행한 지 2년 만에 대규모 총파업 국면에 들어설 것으로 보입니다. 첫 총파업 당시에는 실제 여파가 제한적이었다는 평가가 많았지만, 이번 파업은 반도체 슈퍼사이클(초호황기)에 올라탄 삼성전자가 심대한 생산 차질을 빚을 것이란 시각이 많습니다. 현재 삼성전자 초기업노조 조합원은 6만6000명이 넘고, 이 중 5만명이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 소속인 까닭입니다. 여기에 노조의 패널티 전략 등으로 인해 파업 참여율이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도 더해집니다.
특히 고대역폭메모리(HBM)를 포함한 메모리 반도체 라인이 멈춰 생산에 차질을 빚을 것이란 우려가 가장 큽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업계 최초로 HBM4를 양산 출하하고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가속기인 ‘베라 루빈’ 탑재를 위한 제품 양산에 들어간 바 있습니다. 하지만 하반기 베라 루빈 출시를 앞두고 삼성전자의 총파업으로 5~6월 생산 라인이 멈춰 설 경우 직접적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습니다.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재계 전반으로 미칠 파장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10일 시행되는 노란봉투법 이후 첫 대규모 파업 사례일 가능성이 높은 데다, 법이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고 있어 파업 강도가 더욱 세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재계에서도 이번 사안을 단순 노사 갈등이 아닌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첫 분쟁 사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예의 주시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는 “삼성전자의 파업 여부는 노란봉투법 시행과 맞물려 노동쟁의에 대한 아주 중요한 가늠자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며 “삼성전자 노사 갈등의 핵심은 임금에 대한 부분이기에 노란봉투법과 밀접한 연관은 없지만,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노조가 쟁의행위에서 강력한 협상 수단으로 이용할 가능성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