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록 우리 정부의 의도는 아니지만 일부의 무책임하고 무모한 행동으로 불필요한 군사적 긴장이 유발된 데에 대해 북측에 유감의 뜻을 표합니다. 관계 부처는 유사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즉각적인 제도 개선과 함께 당장 집행 가능한 조치를 신속하게 취해주시기 바랍니다."(지난 6일 오전 이재명 대통령 국무회의 발언)
"대통령이 직접 유감의 뜻을 표하고 재발 방지 조치를 언급한 것은 대단히 다행스럽고 스스로를 위한 현명한 처사라고 우리 정부는 평가한다. 우리 국가수반은 이를 솔직하고 대범한 사람의 자세를 보여준 것이라고 평하였다."(같은 날 오후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장 담화)
자칫 남북 간 군사적 충돌로 이어질 수 있었던 민간인의 무인기 침투 사건이 남북 정상 간 간접 대화로 이어졌다. 이 대통령이 북한에 공개적으로 유감 표명을 한 것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동생인 김 부장의 담화 형식으로 화답한 것이다. 통일부는 7일 "불필요한 군사적 긴장 고조 행위 중단에 대한 남북 정상의 의사가 신속하게 확인되고 소통이 이뤄진 것은 한반도 평화 공존을 향해 나아가는 의미 있는 진전"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남북 정상 간 소통은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이다. 북한이 '이재명 한국 대통령'이라는 정식 호칭을 사용한 것 역시 처음이다. 고무적이다. 취임 초 선제적으로 대북 확성기 방송 중지 등의 조치를 취하면서 시작된 남북 관계 개선 노력이 더디지만 한 발씩 앞으로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어떤 접촉 시도도 단념하라'는 사족이 붙긴 했지만 이 대통령의 유감 표명에 북한이 김 위원장의 평가를 전하는 형식으로 화답한 것 자체가 닫혀 있던 대화의 문이 열리고 있다는 신호로 읽히기 때문이다.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 기조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이 대통령의 유감 표명으로 기조를 한 번에 뒤집긴 어렵겠지만 이번 정상 간 소통을 계기로 남북 간 신뢰를 회복해 나갈 단초는 마련된 셈이다.
북한이 이 대통령의 유감 표명에 신속하게 반응한 것은 남북 관계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북한이 최근 통일전선부장 출신 장금철을 외무성 1부상에 임명하면서 노동당 10국장을 겸하게 한 것도 일종의 시그널로 보인다. 노동당 10국이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 정책을 시작하면서 대남 창구 역할을 해온 통전부를 축소·재편한 조직이기 때문이다. 통일전선부 폐지 이후 한동안 대남 창구 역할을 할 부서가 없었지만 통전부장 출신이 10국장을 맡으면서 정세 변화에 따라 대남 창구 역할을 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유감 표명과 함께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을 높일 수 있는 유사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즉각적인 제도 개선과 당장 집행 가능한 조치를 신속하게 취하라고 지시했다. 북한에 적대 행위를 할 의사가 없다는 것을 잘 드러낼 수 있는 조치 중 하나가 9·19 군사합의의 선제적 복원이다. 이 대통령은 이미 여러 차례 9·19 군사합의 복원 의지를 밝힌 바 있다. 다음달 열릴 미·중 정상회담은 북·미 정상회담 등 한반도 정세의 변곡점을 만들 가능성이 높다. 선제적 9·19 군사합의 복원 조치로 한반도 평화 공존 의지의 진정성을 다시 한번 보여주는 게 필요한 시점이다.
이석종 국방전문기자 ston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