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유미 기자] 민간 동물보호시설 운영자들과 동물보호단체가 농림축산식품부를 대상으로 신고제 개정과 입지 규제 완화를 요구하며 집단행동에 나섰습니다. 이들은 유예기간이 끝난 현행 제도가 시행되면 일정 규모 이상의 보호시설이 사실상 폐쇄 위기에 놓인다며 재검토를 촉구했습니다.
전국 동물보호단체, 동물복지 활동가 및 민간동물보호시설 관계자 100여명은 13일 세종시 농식품부 정문 앞에서 ‘민간동물보호시설 신고제 전면 개정과 입지 규제 해결’을 촉구했습니다. 이들은 신고제가 시행되면 100마리 이상 보호시설이 용도변경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폐쇄 위기에 놓인다고 목소리를 냈습니다.
첫 발언을 맡은 박운선 동물보호단체 행강 대표는 “개정된 동물보호법은 현실을 외면한 동물보호소 기준을 만들었다”며 “법이 시행되면 동물보호단체는 모두 범법자가 된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국가에서 못 하는 것(동물보호소)을 자발적으로 해왔다"며 "농식품부는 이를 장려하지는 못할망정 불법 사례들을 찾아내도록 규칙을 만들었다”고 지적했습니다.
민간보호소를 운영하다 농지법 위반으로 3개월 실형을 지낸 고길자 제주 행복이네 유기견 보호소장은 “그동안 국가가 감당하지 못한 생명들을 민간 보호소들이 책임져 왔다”며 “완벽하지는 않지만, 추위와 더위를 피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줬다는 이유 하나로 나라에서 이럴 줄은 몰랐다”고 목소리를 냈습니다. 이어지는 발언 후 이날 집회에 참가한 관계자 5명의 삭발식이 진행됐습니다.
'민간 보호소 신고제 개정 및 양성화 촉구 집회' 참가자들이 13일 세종시 농림축산식품부 앞에서 농식품부를 규탄하며 삭발식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2023년 4월27일 개정된 동물보호법 제37조는 민간 동물보호시설 운영자에게 지방자치단체에 시설 신고 의무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신고 없이 운영하면 500만원 이하의 벌금과 폐쇄 명령이 가능합니다. 농식품부는 동물보호법 시행령 부칙을 개정해 보호 동물 100두 이하 시설에 한해 3년 유예를 적용하게 했는데, 100두를 초과하는 시설은 오는 27일 이후 신고를 완료하지 못하면 형사처벌과 시설 폐쇄 위기에 놓이게 됩니다.
문제는 신고 요건으로 제2종 근린생활시설 또는 동물 관련 시설로의 건축법상 용도변경을 요구한다는 점입니다. 대부분의 민간동물보호시설은 소음·냄새 등 민원을 피해 도시 외곽의 절대농지(농업진흥구역)나 제1종 근린생활시설 부지에 있습니다. 그런데 절대농지에서는 농지법상 용도변경 자체가 허용되지 않고, 1종 근린생활시설 부지 역시 건축법상 2종으로의 변경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단체의 설명입니다. 단체는 “현행 신고제는 ‘신고’를 명령하면서도 신고에 필요한 용도변경이 물리적·법률적으로 불가능한 땅에 머물러 있으라는 모순된 구조를 안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는 “작년 4월27일부터 신고 의무가 발생한 100두 이상 시설은 추가 유예기한을 부여하는 것은 법 원칙상 불가하다”면서도 “다만 정부는 100두 이상 보호시설의 위법 사항 해소를 위해 관련 법령 개정을 추진 중에 있으며, 위법 시설 유형별로 이행 기한 부여, 이전 지원 등 맞춤형 양성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민간 보호소 신고제 개정 및 양성화 촉구 집회' 참가자들이 13일 세종시 농림축산식품부 앞에서 농식품부를 규탄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신유미 기자 yumix@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