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협상 기대감에도 변동성 '살얼음판'

2차 협상 기대감에도 '리스크 전이'
평균 기름값 2000원 시대 '눈앞'
환율·유가 내렸지만 여전히 '고점'
수출 현장 불확실성 '심화'
원유 수급 차질 관건…정부 '총력전'

입력 : 2026-04-15 오후 5:41:13
[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미국·이란의 2차 협상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또다시 중동 사태의 '출구전략' 기대감과 함께 긴장감이 팽배해지고 있습니다. 종전 협상 등 최악의 파국을 피할 수 있다는 관측과 수차례 어긋났던 평화 기조를 고려하면 여전히 살얼음판 위를 걷고 있기 때문입니다.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라는 거대한 암초에도 불구하고 4월 초까지의 K-수출 데이터는 우리 경제의 회복탄력성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2차 협상의 실질적 성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여전히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형국입니다.
 
 
미국·이란의 2차 협상 가능성이 제기된 가운데 15일 오후 기준으로 전국 주유소 평균 휘발유 가격은 전날보다 1.34원 상승한 리터당 1998.06원을 기록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2차 협상 '기대감'…분쟁 여파는 '경고음'
 
15일 한국석유공사의 분석을 보면, 중동 사태에 따른 국내 유가 급등으로 2025년 기준 20만명 수준이었던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일평균 이용자 수가 최대 200만명을 돌파했습니다. 이는 기름값 변동성에 대한 민감한 반응을 투영하고 있는 겁니다.
 
이날 오후 기준 전국 주유소 평균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998.06원으로 전날보다 1.34원 올랐습니다. 최고가는 2498원입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은 첫 1990원대로 진입했습니다.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으로 기름값 상승을 억누르고 있지만 2000원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는 상황입니다. 대외적인 공급 불안이 기름값 상승세를 밀어 올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2차 협상 기대감에도 원유 수급 차질이 정유를 넘어 전반으로 전이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우리 수출(3월 수출입 확정치)은 전년 대비 49.2% 급증한 데다, 이러한 흐름은 4월 초순(1~10일)에도 이어지는 등 36.7% 역대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사태 장기화로 인해 3월 중동 지역 수출이 10.7% 역성장한 데다, 원유 수입액이 8.7% 증가하는 등 에너지 비용 상승과 공급망 불확실성이 우리 경제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기관 관계자는 "미국과 이란의 2차 종전 협상이 이번주 재개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제금융시장에 낙관론이 확산되고 있다"며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살아나는 모습이지만 중동 분쟁 여파가 반영되면 하향 압력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진단했습니다.
 
15일 미국·이란의 2차 협상 가능성에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서울의 한 주유소에서 휘발유와 경유를 2000원대에 판매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물류 전반 애로 '가중'…지원 총력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던 폭등세는 2차 협상 기대감으로 94.79달러(브렌트유)에 머물러 있습니다. 시장에서는 다소 진정된 모습으로 분석하고 있지만 여전히 첫 공습 전(70달러대)과 비교하면 30% 이상 높은 수준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원·달러 환율도 완화 기대감에 이틀째 하락세를 맞고 있지만 1470원 초반에서 움직이는 데 그친 상태입니다. 상황에 따라 변동성을 보일 우려가 높다는 방증입니다.
 
특히 중동 전쟁 장기화로 수출 현장의 불확실성은 심화되고 있습니다.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해상운임 급등, 선복 확보 난항으로 물류 전반에 걸친 애로가 가중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추경)으로 확보한 1389억원 규모의 수출지원 예산을 긴급 집행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긴급지원바우처(255억원), 해외공동물류센터(59억원), 중동 해외지사화(75억원) 등 직접 수출 지원과 무역보험공사 1000억원 출연을 담고 있습니다. 이는 중동 사태 등 복합 위기를 겪는 기업들에 기존 지원액과 더불어 총 3조원 규모의 추가 유동성을 공급하는 셈입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15일 서울 종로구 석탄회관 대회의실에서 해양수산부, 외교부 등 관계부처와 석유화학업계, 해운업계, 정유업계 대표 및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나프타·원유 수급 대응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산업통상부)
 
"나프타·원유 수입비도 지원한다"
 
나프타와 원유 도입에 대한 전방위적인 지원책도 내놓고 있습니다. 일시적 긴장 완화에도 호르무즈 해협의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산업 전반의 '혈액' 역할을 하는 석유제품의 공급망 사수가 절실하기 때문입니다.
 
산업통상부가 나프타·원유 수급 대응 점검회의를 통해 결정한 지원안은 나프타 수입 비용 지원 6744억원입니다. 4~6월 체결된 나프타 도입 물량에 대해 전쟁 이전 가격과 실제 수입가 간 차액의 50%가 지원됩니다.
 
범위도 나프타뿐만 아니라 대체 원료인 액화석유가스(LPG), 콘덴세이트 및 에틸렌·프로필렌 등 기초유분까지 지원에 포함시켰습니다. 수급 위기가 큰 만큼,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공급 우선순위는 보건의료, 핵심 산업, 생필품 등 국민 생활에 밀접한 중요 품목으로 방점을 찍었습니다. 해당 분야에 원료가 최우선 공급될 수 있도록 석유화학 기업과 협력한다는 방침입니다.
 
'비중동 원유' 도입 운임에 대한 차액도 전액 환급키로 했습니다. 중동 의존도가 높은 원유 수급 체계를 개선하기 위한 도입선 다변화 지원책입니다. 운임 지원은 4~6월 사이 미주·아프리카·유럽 등 비중동 지역에서 도입하는 원유를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환급 규모는 기존 석유수입부과금 환급 체계를 개편하는 등 예상 환급 확대액 약 1275억원 수준입니다. 그럼에도 수출 가격이 수입 가격보다 더 크게 오르는 등 순상품교역조건지수가 전년보다 22.8% 급증한 점은 최대 난제입니다. 중동 전쟁 여파로 인한 인플레이션 압력이 더욱 고조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나프타·원유 수급 대응 점검회의를 "원유 수급 차질이 정유사를 넘어 석유화학, 그리고 공급망 전체로 전이되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각자도생이 아닌 공동체 정신이 필요하다. 공급망은 한 번 붕괴되면 이를 복구하는 데 막대한 시간과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이라며 "정부도 기민한 대응력을 갖추고 전방위적이고 신속한 지원을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14일 '거지맵'에 등록된 서울 서대문구 인근의 한 식당 앞을 직장인들이 오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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