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악재에 공사비 더 뛴다…역마진 리스크 확대

입력 : 2026-04-23 오후 4:42:56
서울 시내 아파트 건설 현장.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미국·이란 전쟁 장기화로 건설업계의 공사비 인상 압박이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고환율·고유가에 자재 수급난까지 겹치며 이미 90%대에 달하는 원가율이 다시 치솟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형 건설사들이 기존 계약에 대한 공사비 증액 정정 공시를 잇달아 내고 있습니다. 전쟁 발발 이전부터 누적된 자재비·인건비 인상에 중동발 원자재 쇼크까지 더해지며 증액 요인이 중첩되는 양상입니다.
 
건설사별로 살펴보면 현대건설은 사우디아라비아 아미랄 프로젝트, 자프라 유틸리티 공사와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재건축, 대장~홍대 광역철도 민간투자시설사업 등에서 계약액을 총 4462억원 올렸습니다. 대우건설은 장위10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 수도권광역급행철도 A노선 민간투자시설사업 건설공사, 흑석11재정비촉진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 청주테크노폴리스 조성 공사 등에서 공사비를 총 6812억원가량을 늘렸습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 역시 아랍에미리트연합(UAE) 고압직류 송전 공사에서 계약금액을 1071억원 올렸습니다. 
 
GS건설은 중동 전쟁 발발 이전인 올해 1월 이미 광명 철산주공10·11단지 주택재건축정비사업 계약액을 기존 3779억원에서 4103억원으로 8.5% 올린 바 있어, 전쟁 이전부터 공사비 압박이 구조적으로 누적돼 온 흐름을 보여줍니다.
 
건설사들은 선제적으로 리스크 관리에도 나서는 분위기입니다. 포스코이앤씨는 일부 사업장 시행사에 '건설 환경 악화에 따른 공기 지연 및 원가 상승 가능성'을 알리는 공문을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장 증액을 요구한 것은 아니지만, 자재 가격 상승이 지속될 경우 공사비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사전에 공유한 것입니다.
 
실제로 자재 수급 여건은 빠르게 악화되고 있습니다. 3월 자재수급지수는 74.3으로 한 달 만에 16.7포인트 떨어졌고, 4월 전망치는 70선 아래인 69.6까지 내려갈 것으로 예측됩니다. 이 지수가 70선을 밑도는 것은 2024년 이후 처음입니다. 2월 건설공사비지수는 133.69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문제는 이 같은 상방 압력이 이미 높은 원가율을 더욱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입니다. 시공능력 상위권 대형 건설사 7곳의 지난해 평균 매출원가율은 90.4%로, 2023년 92.6%, 2024년 91.5%에서 소폭 개선됐지만 여전히 90%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중동발 환율·유가 충격이 철근, 레미콘, 나프타 기반 마감재 등의 가격을 연쇄적으로 자극하면 개선 흐름마저 끊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증액 요구가 잦아지면서 발주처와 건설사 간 갈등도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현대건설은 서울 송파구 마천4구역 재개발 조합에 공사비 2899억원 증액을 요구한 데 이어, 은평구 대조1구역과 강서구 등촌1구역 등에도 공기 연장과 추가 비용 가능성을 알리는 공문을 발송했습니다. 재건축·재개발 사업은 공사비 인상분을 조합원이 분담해야 하는 구조인 만큼 협상 지연과 갈등이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큽니다.
 
건설업계는 자재 수급난이 석 달을 넘기면 대형 업체도 버티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증액 공시가 이어지는 현재의 구조가 굳어지면 공사를 해도 수익이 아닌 손실만 쌓이는 역마진 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옵니다. 전문가들은 고유가 충격이 수개월 시차를 두고 건설산업 전반에 후행 효과를 남기는 만큼, 지금이 계약 관리와 물가변동 조정 체계를 재정비할 시점이라고 지적합니다. 대외 변수에 따른 비용 변동성을 흡수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하지 못할 경우 향후 건설시장 전반의 불확실성이 더욱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정부는 이달 전국 274개 건설 현장을 특별 점검한 결과 전면 공사 중단은 없었다고 밝혔지만, 5월을 고비로 자재 수급 불안이 재심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정책금융 지원 규모를 기존 24조3000억원에서 25조6000억원으로 확대하고, 원자재 수급 불균형을 공기 연장 사유로 인정하는 등  부담 완화에 나섰지만 현장의 체감도는 아직 크지 않다는 게 업계 반응입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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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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