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종호기자] 지난주부터 정부는 그동안 격주로 열던‘국민경제대책회의’를 앞으로 매주 개최하기로 방침을 바꿨다. 국민경제대책회의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 청와대 지하벙커의 비상경제상황실(워룸)에서 시작된 ‘비상경제대책회의’가 종료된 후 올해 이름을 바꿔 부활한 것이다. 이 정부 들어 총82차례 열렸다.
대통령이 주재하는 이 회의를 격주에서 매주 개최로 바꾼 것은 최근 물가폭등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7일 서울 양재동 농협 하나로클럽에서 가진 국민경제대책회의에서 물가 문제와 관련, “자나 깨나 물가문제를 정부가 걱정하고 있다”며 “(기름값 상승 문제는) 소비를 줄이는 수밖에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올해들어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6일까지 총 8차례 ‘경제정책조정회의’를 열어 물가 문제를 직간접적으로 다뤘다. 이 회의는 2주에 한 번 열린 꼴이다.
정부는 또 지난달 2일 ‘물가장관회의’라는 것을 연 적도 있다. 경제정책조정회의와 별도로 물가장관회의를 개최한 것은 1월에 이어 2월에도 물가가 4% 중반까지 치솟았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아예 매주 금요일마다 ‘물가안정대책회의’를 열고 있다. 물가안정대책회의는 지난 1월13일 서민물가 안정을 위한 종합대책 이후 정례화 됐다. 8일 현재 12차례 대책회의를 가졌다.
올 들어 지난 3개월 동안 정부가 공식적으로 개최한 경제와 물가 관련 회의(경제대책회의, 경제정책조정회의, 물가안정대책회의 등)는 총 27차례였다. 공휴일을 제외하고 이틀에 한번 꼴로 ‘물가를 잡겠다’며 회의를 연 셈이다.
하지만 물가는 잡히기는커녕 더욱더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다. 3월 물가상승률은 2월보다 더 높은 4.7%였다. 4월에는 5%를 넘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여러차례 대책회의를 통해 만들어진 석유태스크포스(TF)팀과 통신비태스크포스팀의 성과도 보잘 것 없었다. 석유TF는 “정유사들의 가격 비대칭성은 확인했지만 폭리나 담합은 없다”는 맥빠진 결과를 냈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지난 6일 "스마트폰 요금이 비싸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굉장히 싼 것"이라고 밝혀 통신비TF 결과도 알맹이가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대책회의가 열리면 참석한 장ㆍ차관들은 약속이나 한듯 한 목소리로 "면밀하게 분석해서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면밀한 분석’만 할 뿐 ‘실효성 있는 대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과거에 나온 물가정책의 재탕, 삼탕 수준이거나 업계 찍어누르기식의 대책 뿐이었다.
일본 경영 컨설턴트 니시무라 가츠미의 ‘바보들은 매일 회의만 한다’는 책이 지난해 서점에서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른 적이 있다. 회의 자체가 바보같은 짓은 아니다. 시도때도없이 허구한 날 회의를 하면서도 대책과 실행계획을 내놓지 못하는 것이 바보같은 짓이라는 게 책의 요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