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명정선기자] "저축은행은 은행이라는 이름을 붙일 만한 곳이 아니다. 그런 곳에서 금융인으로서 도덕성을 바랬다는 것 자체가 불찰이었다" (금융위원회 A관계자)
"하이애나같은 x들 때문에 은행, 증권, 보험 맡는 금감원 식구들이 떼로 욕을 먹고 있으니 기가 막힐 따름이다." (금융감독원 B국장)
금융감독원 직원들의 비리사실이 속속 드러나면서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감독당국 내에서는 '비리사건의 주범은 옛 신용관리기금 출신'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또다시 비판을 사고 있다.
비리에 얽힌 금감원 직원 상당수가 옛 신용관리기금 출신인 것은 사실이지만, 부실감독과 비리를 불러온 금감원의 구조적 문제와 잘못에 대한 책임을 내부 '파벌'로 돌리고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13일 금융감독원과 금융권에 따르면, 저축은행과 관련해 검찰조사를 받고 있는 금융감독원 직원 5명 중 4명이 신용관리기금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용관리기금은 정부가 1983년 종합금융회사와 상호신용금고(옛 저축은행)를 따로 관리하기 위해 설립됐다. 1999년 은행감독원, 증권감독원, 보험감독원과 함께 금감원으로 통합 출범했으며 신용관리기금은 저축은행 검사업무를 담당해왔다.
부산저축은행에서 1억2000만원의 뇌물수수 혐의를 받는 이모씨와 보해저축은행 관련 4000만원 상당의 승용차 수수 혐의로 정모씨, 2억원 수수 혐의로 수배 중인 이모씨, 1500만원 상당의 승용차 수수 혐의를 받고 있는 김모씨 신용관리기금 출신이다
10년전에도 금감원 직원이 비리에 연루돼 금융권을 깜짝 놀라게 한 사건이 있었는데, 이 직원 역시 신용관리기금출신이었다. 2000년 장래찬 금감원 국장은 동방상호신용금고(옛 저축은행)에 대한 특별검사를 막아달라는 부탁과 함께 벤처기업의 주식을 넘겨받았다는 의혹을 받았다. 장 국장 역시 신용관리기금 시절부터 금고업무를 오랫동안 담당하면서 이들과 검은 유착관계를 형성해온 게 문제였다.
금감원 고위관계자는 "저축은행 검사업무를 담당했던 신용관리기금은 예전부터 금융사고 등 문제가 있어왔다"며 "금감원 통합 이후 신용관리기금 출신으로 임원승진한 경우도 없다보니 어느새 기피 부서가 되어버렸다"고 말했다 .
금융당국 내부에서는 저축은행이 출발부터가 다른 권역과는 달리 '수준'이 떨어져 관리가 어렵다는 얘기도 나온다.
금감원의 또 다른 관계자는 "과거 사채업자들을 제도권으로 편입시켜서 만든게 상호신용금고였고 이후 저축은행으로 이름을 바꿨지만 이들한테 은행이라는 이름을 붙여줄만큼 도덕성이나 금융신뢰를 기대하기는 어려운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게다가 저축은행은 대주주가 경영을 겸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맘만 먹으면 얼마든지 분식회계나 불법대출이 발생할 가능성이 타권역보다 높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중소금융쪽이 '상대적으로 일이 험하고 문제가 많다보니' 기존 신용관리기금출신들이 거의 전담하다시피 해온 셈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일부는 전문성을 이유로 20년가까이 한 권역에서 근무한 이들도 있어 저축은행간 유착관계가 형성됐을 가능성이 높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금융사고가 잦고 비리사실이 속속 드러나면서 신용관리기금 출신이 있는 중소서민금융부문의 분위기는 암울하다.
금감원 중소서민금융부문 관계자는 "금감원이 통합된 이후에 공채와 경력으로 뽑은 직원의 비중이 기존 신용관리기금출신보다 더 많아졌다"며 "무엇보다 이쪽 일이 험하고 문제들이 생기니까 기피하는 부서로 낙인 찍힐까 걱정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