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보험에 가입된 굴삭기에 화재가 발생한 경우 방화로 추정된다는 사실 외에 분명한 화재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면 보험금을 노린 굴삭기 주인의 방화로 단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3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D보험사가 "고의로 굴삭기에 불을 낸 만큼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며 추모씨(52)를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확인 청구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 보냈다고 25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굴삭기에 대한 1심의 시가감정 결과, 굴삭기에 설정된 저당권의 피담보채무액 및 화재 이후 굴삭기의 잔존물 가액 등에 비추어 추씨가 화재를 원인으로 보험금을 지급받더라도 굴삭기를 제3자에게 매도하는 것에 비해 훨씬 큰 경제적 이득을 기대할 수 있었는지 뚜렷하지 않다"고 밝혔다.
또 "추씨는 화재 무렵에 굴삭기를 추가로 구입했고, 화재 후에도 상당기간 동안 화재가 난 굴삭기의 할부금 채무를 계속 납부하였으며, 달리 화재 당시에 재정상황이 악화된 상태였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다"며, "추씨가 형사처벌의 위험까지 감수하면서 고의로 굴삭기에 방화할 이유가 있다고 단정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어 "원심이 인정한 사실이나 사정들만으로는 추씨가 고의로 화재를 일으키게 한 것이라는 점에 대해 진실하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 정도의 고도의 개연성이 증명된 것으로 보기 부족하다"며, "추씨의 방화 동기 내지 그를 추정할 수 있는 주변 정황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심리한 다음 추씨의 방화 여부에 대한 최종 판단을 하지 않은 원심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추씨는 2007년 11월 자신의 굴삭기에 대해 D보험사와 보험금 2억5000만원의 중장비안전종합보험계약을 체결했는데, 2008년 4월 굴삭기에 원인모를 화재가 발생하자 보험금을 청구했다.
보험사는 그러나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조사 결과 화재의 원인이 정차 중 방화로 추정된다는 점, 굴삭기에 1억5000만원 이상의 채무가 있는 저당권이 설정되어 있는 점 등을 근거로 보험금을 노린 추씨가 방화한 것이라며 보험금 지급 의무가 없음을 확인해달라는 소송을 냈다. 이에 추씨도 보험금을 지급하라는 반소를 냈다.
1, 2심 재판부는 보험사의 주장을 받아들였으나 추씨는 자신이 방화를 저지른 것이 아니라고 항변하며 상고했다.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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