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종호기자] 2013년까지 재정건전성을 이루겠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 이후 청와대와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가 ‘오락가락’ 발언을 연일 발표하고 있다.
지난 16일 재정부가 ‘증세와 감세조정 검토’를 시사하는 대변인 브리핑이 있고, 이를 해명하는 해프닝이 벌어진지 하루만인 17일에 청와대가 공식적으로 감세철회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리고 이틀 후인 19일 임태희 대통령실장이 감세 기조는 유지하되 적용 시기 연기 등 시행 방식은 조정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22일에는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회 예산결산 위원회에서 “정책을 번복하는 게 가장 나쁜 정책”이라며 감세정책을 예정대로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19일 임태희 대통령실장이 제기한 감세 시기 연기에 대해서도 “검토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재정건전성의 중요성을 언급한 대통령의 발언에 잘못은 없다.
문제는 재정건전성을 달성하는 데까지 필요한 정책이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재정건전성과 상충 되는 정책을 부여잡고 ‘복지 포퓰리즘’ 타령만 하고 있는 게 문제다.
대표적인 게 ‘부자감세’로 불리는 ‘감세정책’이다. 부자감세는 유지하면서 재정건전성을 유지하겠다고 주장하니, 주무부처인 재정부와 청와대 간에도 엇박자가 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감세를 하겠다고 하면 재정에 구멍이 날 것이 뻔하기 때문에 당장에 반론이 따르게 된다. 하지만 이런 반론에 대해 감세론자들은 현 정부의 감세정책 결과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했고 일자리와 세수가 증가했을 뿐 아니라 소득분배 개선 등 이른바 ‘낙수효과’가 입증됐다고 재 반론한다.
감세론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무기가 ‘래퍼곡선이론’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세금이 어느 수준을 넘어가면 일해서 세금 내느니 그냥 노는 편을 택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게 돼 오히려 국가의 조세수입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그래서 래퍼는 세금을 줄여주면 사람들의 근로의욕을 고취시켜 오히려 조세수입이 늘어날 수 있다는 이론을 만들어 냈다.
래퍼이론에 근거해 감세정책을 실행한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의 레이건 행정부였다. 그러나 실제로 세율을 낮췄더니 조세수입이 늘어나지 않는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했다.
더구나 미국 레이건 정부의 감세는 부의 재분배 효과를 감소시켰다. 레이건이 재임한 8년(1981∼1988) 동안 미국의 지니계수도 0.025가 나빠졌다. 즉, 감세로 인한 소비·투자확대로 경제가 살아나면 가난한 사람들에게도 그 혜택이 돌아간다는 ‘낙수효과’와 달리 오히려 계층간 소득격차가 더 커진 것이다.
물론 현 정부는 지난해 지니계수가 0.310으로 2009년 0.314보다 개선돼 지난 10년 동안 악화된 소득불평등이 개선됐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를 수치화한 통계청 관계자조차 '이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인 바 있다.
재정건전성이라는 국가의 최대·긴급 정책사안을 놓고 정부와 청와대, 정치권(여당)이 서로 다른 말을 하고 있는 것은 매우 걱정스러운 일이다.
더구나 재정건전성과 관련 박재완 장관이 22일 국회 예결위에서 “공기업 관련 등 여러 제도를 새로 도입하겠다”는 발언은 의미심장하다. 이달 들어 박 장관은 “세수가 줄어들 여지에 대비해 세외수입을 늘리기 위해 인천공항이나 산은금융지주, 기업은행 보유 지분을 당초 계획대로 매각할 방침"이라며 그 의지를 여러 차례 언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부자감세 철회 없이 재정건전성을 이루겠다는 목표 때문에 ‘공공기관 선진화’라는 명목으로 양질의 국가자산을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의심이 든다.
정부가 진정으로 재정건전성을 걱정한다면 국가 자산 매각을 검토할게 아니라 세입구조에 대해 솔직하고 깊이 고민하고 현재의 ‘부자감세’ 정책기조에 대한 재성찰부터 시작해야 한다.
예정보다 9일이나 늦춰 다음달 7일 발표를 앞둔 세제개편안과 오는 30일 나오는 2012년도 예산안에 진지한 접근과 재성찰이 반영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