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은 '버핏효과' 부자증세..韓은 '땅불리스 돈불리제' 부자감세

입력 : 2011-08-25 오후 5:55:24
[뉴스토마토 송종호· 손지연기자] "외국은 노블리스 오블리제, 한국은 땅불리스 돈불리제"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의 '부자증세 효과'(일명 '버핏 효과')가 프랑스 등 유럽 대륙까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부자감세'에 대한 사회적 비판과 논란이 커져가고 있는 우리나라에도 그 영향이 미칠지 주목된다.
 
한국은 부자들의 사회적 책임 결여에 대해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되어 온 데다, MB정부가 재정위기 우려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부자감세'를 고집하면서 최근 '부자증세'를 뜻하는 버핏효과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워런 버핏 회장이 지난 15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에 "부자들에 대해 증세하라"며 기고를 한 이후 프랑스 부호들도 세금을 더 내겠다고 선언했다.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프랑스의 재정적자 축소를 돕기 위해 부자들이 스스로 '부자 증세'를 제안한 것이다.
 
23일(현지시각) 로레알의 최대주주인 릴리안 베탕쿠르, 소시에테제너럴의 프레데릭 오데아 최고경영자(CEO), 에어프랑스 의 장시릴 스피네타 CEO 등 16명의 프랑스 부호들은 프랑스 주간지인 르 누벨 옵세르바퇴르(le Nouvel Observateur)에 프랑스 부자들이 더 많은 세금을 낼 것을 제안하는 청원서를 발표했다.
 
이들 부호의 선언에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바로 최고 소득자들에게 세금을 인상하고 자본이득세를 높이는 120억유로(170억달러)규모의 재정적자 감축안을 발표했다.
 
지난 2007년 당선된 사르코지 대통령은 부유층에게 면세 혜택을 줘 '부자를 위한 대통령'이라는 비난을 받아왔다.
 
이 같은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의 반응도 뜨겁다.
 
관련 기사에 대해 네티즌들은 "법인세, 소득세 내리고 소비세를 올릴 생각을 하는 우리와는 너무 다르다", "경제 위기를 이기고 국가 재정을 위해서는 부자증세가 정답이다", "우리나라 부유층은 왜 버핏같은 사람이 없나" "강부자, 고소영 정권은 본받을 필요가 있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전문가들 역시 "재정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부자증세가 필요한데, 우리 정부는 부자감세를 하겠다는 이율배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정부차원이 아니라 개인의 부를 나누기 위한 사회적 책임의식을 가진 부유층이 한 명쯤은 나올 때가 됐다"고 비판했다.
 
최치원 고려대 평화연구소 연구교수는 "우리는 급격한 산업화 속에서 시간적, 제도적으로 사유능력을 가질 기회가 없었다"며 "사유능력을 가진다면 자기가 열심히 일해 축적한 부라 할지라도 모두 자기 것이 아니라 공동체의 협조와 도움으로 '함께' 축적한 것이라는 의식을 갖게 된다"고 지적했다.
 
정세윤 참여연대 간사도 "미국의 농구스타 마이클 조던은 자신이 농구를 열심히 해서 부를 얻은 것도 있지만 자신을 좋아하는 팬(공동체)이 있었기 때문에 부를 얻게 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한국의 부자들이 갖고 있는 인식차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특히 최 교수는 "(MB정부의) 고위공직자들이 위장전입과 병역기피, 탈세, 논문조작  등으로  태반이 도덕성에서 문제가 있는 정부에서 자신이 부유하다고 세금을 더 내지 않아도 도덕적 비난의 여지가 없다고 여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부가 증세에 나서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김선빈 삼성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경기위축 우려감 때문에 정부가 조심스러워 하는 것"이라며 "더구나 미국이나 유럽보다 우리나라 재정이 상대적으로 좋아 증세를 정책의 우선순위에 두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 설명했다.
 
김 선임연구원은 "그동안 주요 선진국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위해 감세경쟁을 해왔다"며 "그러나 현재 상황에서 재정 확충 방법이 마땅치 않자, 엘리트한 타협의 형태로 부자들이 세금을 더 내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고 프랑스 부호들의 증세 입장을 해석했다.
 
강유덕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도 "프랑스 재계 지도층도 고통분담 차원에서 함께 나눈다는 의미가 있다"며 "노블레스 오블리주 차원에서 이해한다"고 밝혔다.
 
뉴스토마토 송종호 기자 joist1894@etomato.com 손지연 기자 tomatosj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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