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종호기자] 정부가 발표하는 통계를 보면 현실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시장의 식료품값부터 음식점의 한끼 밥값, 미용요금, 휘발유값, 집값과 전셋값, 공공요금 등 대부분의 일상 생활물가가 큰 폭으로 올랐지만 공식적인 소비자물가상승률은 4%대다. 청년백수가 주변에 넘쳐나는대도 정부의 청년실업률은 매달 7~8%에 불과하다. 대통령은 이를 두고 '세계적으로 괜찮은 실업률'이라는 평가까지 내놓는다. 정부 통계는 거짓말인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숫자장난에 불과한가? 통계의 허상을 찾아보고 개선점을 모색해본다. [편집자] ①물가통계
성인들의 기호식품 담배 가격은 최근 몇년간 얼마나 올랐을까? 보통 한갑에 2000~ 2500원 하던 담배값은 지난 2005년부터 3000원에 가까운 제품이 나오면서 25%~50% 정도 가격이 올랐다. 하지만 통계청에 따르면 2005년 이후 국내 담배값 인상액은 0원이다. 가장 많이 팔리는 2500원짜리 담배의 가격만 공식통계에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의 대중화로 휴대폰 사용자의 요금부담은 20~30%더 늘었지만, 통계청이 집계한 휴대전화 요금에는 스마트폰 요금이 반영되지 않아 오히려 6년 전보다 3%정도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3년전 가장 인기 있었던 휴대전화 제품 가격은 80만원 정도였고, 지금은 100만원에 가깝지만 통계청 통계에서는 이 역시 절반 넘게 내린 것으로 나왔다.
일상속에서 흔히 접하는 상품의 가격상승률(물가)이 왜 현실과 통계상에서 서로 따로 노는 것일까?
체감 물가와 공식통계 간 차이가 나는 가장 큰 원인은 현행 소비자물가지수에 산정하는 품목과 그 가중치가 국민들의 실제 소비생활과 다르다는 점이다. 소비자물가지수의 기준연도가 2005년이어서 지난 6년간 달라진 소비생활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오래된 품목을 갖고 낡은 방식으로 계산한 물가지수'라는 얘기다.
◇ 담배값 25~50% 올라도 상승폭 '0원'..낡은 방식 산출 문제
양동희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은 "소비자물가 통계는 전체 489개에 달하는 품목을 가중치를 둬서 평균을 내 산출한다"며 "보통 개인이 주기적으로 구매하거나 지출하는 품목은 40~50개 선으로, 체감물가와 공식 물가통계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통계청도 이런 문제를 알고 있기 때문에 5년 주기로 소비자 물가 지표를 개편해 왔다. 지금 적용되는 2005년 기준은 올해 안으로 지수개편을 통해 내년부터 2010년 기준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변화된 소비행태를 반영해 물가조사 대상 품목과 가중치도 달라진다. 교육비 등 최근 5년 간 가계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진 항목의 가중치는 높아질 예정이다. 담배 등 실제 지출에서 비중이 줄어든 품목의 가중치는 낮아진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8월 "현행 소비자 물가 통계는 지수 자체가 아웃 오브데이트(out-of-date, 시대에 뒤 떨어진)된 측면이 있다"며 "소비 수요 등을 반영하는 새로운 소비자 물가 통계를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물가통계 가중치 조정 주기도 현행 5년에서 2~3년으로 줄어든다. 개편된 소비자 물가는 이르면 다음달 1일 발표하는 10월 소비자 물가때 선을 보일 예정이다. 17일 통계청은 늦어도 12월 말에 발표하는 12월 소비자 물가에는 적용될 것으로 밝혔다.<관련기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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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개편될 예정인 소비자 물가가 산술평균이 아닌 기하평균으로 통계 계산 방식을 전환해 물가 상승률을 낮춰보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물가통계 개편 작업이 체감물가와 공식 통계 간 괴리를 없애주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정부와 별도로 물가를 확인할 수 있는 정보가 많아 정부 발표치에 신뢰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한 국내 리서치 회사의 선임연구위원은 "정보의 양이 과거와 달리 많다"며 "정부의 발표만을 믿었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실시간으로 소비자가 구입하는 품목의 가격변동을 인터넷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신혼부부에게 유모차와 분유, 기저귀 가격은 의미가 없고, 수험생을 둔 부모에게는 학원비 변동이 가장 큰 관심을 갖게 되는 품목"이라며 "개별 소비자가 해당 소비패턴을 찾아 물가변동을 확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즉, 통계청이 물가통계 개편에 있어 발상의 전환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국제기구 기준에 맞는 공식적인 물가통계 발표와 별개로 '실시간 맞춤형 물가지표'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10월부터 행정안전부에서 지방물가를 공개하는 것과 같은 형식으로 소득과 연령, 지역과 직업에 따른 '맞춤형 물가통계'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맞춤형 물가 산정 방식은 일본에서 시행하고 있다. 일본은 소득계층별로 소비자물가지수를 산정함으로써 서민들이 체감하는 장바구니 물가와 정부물가통계간의 괴리를 줄이고 물가대책의 실효성을 높여 나가고 있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유일하게 일본이 소득계층형 맞춤형물가를 발표해 과학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물가지수는 그 자체가 서민을 위한 것이고 고소득층은 물가상승률에 신경도 쓰지 않는게 현실"이라며 현행 물가지수 개편에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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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종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