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종호기자] 한·미FTA 추진을 위해 정부가 전방위적으로 비준을 촉구하고 있다. 특히 경제적 효과를 두고 한·미FTA비준이 늦어질 경우 막대한 손실이 예상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동안 정부는 2003년 한·칠레 자유무역협정을 시작으로 지난 6월 발효된 한·페루 자유무역협정까지 6개 국가와 자유무역협정을 맺었다. 문제는 이미 체결된 FTA의 경우 정부 전망이 실현되지 않았다는 데 있다.
그럼에도 지난 17일 이명박 대통령은 "안타깝고 답답하다"며 "FTA가 빨리 되면 젊은 사람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줄 수 있는데 걱정"이라고 말했다. 같은날 기획재정부는 '세계무역과 고용간의 함수' 자료를 통해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무역자유화를 통한 고용창출 효과가 상대적으로 클 것"이라며 "FTA를 통해 향후 60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보다 앞서 지난 15일 최석영 외교부 교섭대표는 "한미 FTA가 1년 늦어지면 연간 15조원의 손실을 보게 된다"고 말했다. 한미FTA 추진이 지연될 경우 고용과 무역수지 등 경제손실이 막대하다는 대국민 협박인 셈이다.
◇ FTA 경제효과 '글쎄'.."한·EU FTA 보고도 모르나"
기획재정부는 한·EU FTA 체결로 인해 GDP가 추가적으로 최대 5.6% 증가하고 단기적으로 3만명, 장기적으로 25만명의 일자리가 생길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 무역수지는 연평균 3억6000만달러 규모의 흑자가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18일 관세청의 무역통계조회를 보면 지난 7월1일 한·EU FTA가 발효된 뒤 10월 말까지 대EU 수출은 169억3877만달러로 지난해 7~10월보다 5.14% 늘었다.
수입액은 159억1748만달러로 22.8% 늘었다. 무역흑자는 지난해 같은기간 49억358만달러에 비해 80% 급감한 10억2129만달러에 그쳤다. 2000년대 이후 7~10월 간 대EU무역 흑자는 지난 2001년 16억6378만달러가 가장 낮은 수치였으나 한·EU FTA 체결직후 가장 낮은 기록을 경신한 것이다.
이에 대해 김형주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공교롭게도 4개월간 항공기와 무기류 수입이 몰려 있어 수입이 늘었다"며 "한·EU FTA발효 직후 나타난 수출입 움직임은 다소 예외적인 현상이다"고 진단했다.
조원경 재정부 대외경제총괄과장도 "한·EU FTA가 체결된지 얼마되지 않았고, 앞으로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며 "한·EU FTA가 발효된 지난 7월 이후 4개월간의 EU로의 수출품목 중 자동차(91%)와 자동차부품(20%) 등 자동차분야의 수출은 급증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EU와의 FTA를 체결했기 때문에 자동차 수출이 선전을 했고 유럽이 재정위기를 겪는 상황에서 그나마 무역수지 감소폭을 줄인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이해영 한신대 교수는 "현 정부가 G20을 하면서 31조가 넘는 경제적 효과를 본다고 했지만 모조리 엉터리 수치임이 들어났다"며 "한·EU FTA 체결 직후 무역수지 감소폭을 보면, FTA 체결로 경제적 효과를 달성할 수 있었다는 것은 정부의 허언임이 증명된셈"이라고 비판했다.
◇ 세계경제 안좋아 일시적 현상일뿐..칠레, 아세안FTA등 총체적 난국
일부 전문가들의 지적과 같이 EU 무역수지 적자는 일시적일 수도 있지만 한·EU FTA 이외에도 FTA 국가들과의 무역수지는 낙제점이다.
지난 9월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박주선 의원에 밝힌 한·칠레 FTA의 경우 7년 연속무역적자로 89억달러 누적적자를 보고 있다. 발효 전 해에 8억 달러던 적자 규모는 발효 이듬해 13억달러로, 그 다음해는 다시 22억달러로 늘어났다.
한·유럽자유무역연합(EFTA) FTA도 4년 연속 무역적자로 88억달러의 손실을 보고 있다.
18일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아세안 FTA 역시 발효 4년이 지나도록 320억달러였던 수출이 532억 달러로 1.7배 증가하는데 그쳤고 수입 역시 1.5배에 불과했다.
페루와는 올해 8월 FTA 발효 후 무역수지가 45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가격대체 효과로 우리나라 공산품 수출이 증가한 반면 광물 등 원자재 수입 규모도 증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03년 한·칠레 FTA협정 비준안 이후 정부는 자유무역협정을 맺으면 우리나라의 수출이 크게 늘어 무역수지가 개선된다고 일관되게 주장해 왔다.
물론 한·싱가포르 FTA(2006.3), 한·ASEAN FTA(2007.6), 한·인도 CEPA(2010.1)는 FTA 발효 이후 무역수지가 흑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낙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FTA 타결로 무역수지가 악화될 수 있지만 관세 철폐에 따른 수입가격 하락 등으로 개선될 소비자 후생까지 포함하면 경제적 이익은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즉, 무역 수지가 적자를 기록하더라도 교역량이 늘어났다는 점이 해당 국가 모두에게 이익이 발생했다는 논리다.
이 같은 설명은 체결 전 GDP와 무역수지 개선, 고용창출 등 장밋빛 경제효과 전망치와는 다른 접근 방식일 수밖에 없다.
국내 민간 경제연구소의 한 연구원은 "민간연구소에서는 FTA 추진에 따른 경제성장과 고용 등에 대해 수치화 하지 않는다"며 "관세가 조금 내려간다고 해도 국제유가 등이 오를 경우 무역수지는 큰폭의 조정을 받는다"고 밝혔다.
그는 "국책연구기관에서는 다른 모든 조건이 일정하다는 가정하에 무역수지와 고용률 등을 수치화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이를 정치권에서는 악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해영 교수 역시 "국책연구기관은 정치권의 요구에 맞춰 오염된 수치를 가지고 발표하고 있다"며 "국제적 기준에 맞게 발표를 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편, 지난달 20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한미FTA 끝장토론회에서 김종훈 통상교섭 본부장은 "경제적 전망은 틀릴 수 있다. 이에 대해 책임지라고는 아무도 이야기 할 수 없다. 경제학의 본질일 수 있고, 한계일 수 있다"며 "한·미FTA뿐 아니라 한·칠레 FTA와 한·싱가포르 FTA전망도 맞지 않았다"고 답한 바 있다.
이같은 발언은, 경제효과라고 발표하는 수치들이 굉장히 무책임하게 발표되고 있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증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