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순욱기자]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꿈꾸는 야권이 '혁신민주당'과 '통합진보정당'의 경쟁구도로 재편되고 있다.
◇혁신민주당 vs 통합진보정당 양강 구도로 재편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 새진보통합연대는 20일 오전 11시30분 국회에서 '통합진보정당' 건설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이들의 기자회견이 끝난 후 오후 2시 국회에서는 민주당, 혁신과통합, 복지국가소사이어티, 한국노총 등이 참석한 가운데 '민주진보 및 시민통합정당출범을 위한 대표자 연석회의'가 열렸다.
이날 연석회의에는 민주당의 손학규 대표, 김진표, 정동영 의원, 혁신과통합의 이해찬, 문재인 공동대표,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 최병모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 이학영 진보통합시민회의 대표 등이 참석했다.
이렇듯 야권이 두 개의 커다란 물줄기로 재편되고 있는 것이다.
◇혁신과통합의 대통합은 사실상 무산
동시에 문성근 국민의명령 대표와 문재인 혁신과통합 대표가 추진중인 '대통합'은 사실상 물건너가는 흐름으로 전개되고 있다.
내년 4월 국회의원 총선거에 출마할 예비후보 등록이 다음달 13일부터 시작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남은 시간 안에 대통합을 성사시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각 지역구에서 총선 출마 희망자들이 예비후보를 등록하기 시작하면 교통정리도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들이 대통합 반대세력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통합작업, 혁신민주당은 진통-통합진보정당은 순항 예상
이 때문에 '혁신민주당'과 '통합진보정당' 모두 다음달 13일 이전까지는 어떤 형태로든 통합작업을 마무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통합진보정당에 참여한 민주노동당은 27일 대의원대회, 국민참여당은 12월4일 전당대회, 새진보통합연대는 이번달 24일 각각 통합을 위한 절차를 마무리짓고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되는 다음달 5일 선관위에 단일정당으로 등록하기 때문에 예비후보 난립을 방지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혁신민주당 쪽 사정은 조금 복잡하다.
당장 손학규 대표가 추진중인 통합에 반대하는 당내 반대세력이 존재하고 있고, 각 지역구에는 이미 내년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 민주당 소속 예비후보들이 지역구를 다지고 있기 때문이다.
23일 중앙위원회를 열어 통합을 의결하는 절차를 갖게 되지만, 민주당 중심의 흡수통합을 주장하는 당내 반발 세력을 어떻게 극복할지가 관건이다.
문제는 23일 중앙위 의결을 통과하더라도 다음달 13일 이전까지 새로운 통합정당을 출범시킬 수 있느냐다.
물론 민주당 중앙위 의결만 거치게 되면 나머지 참여세력은 특별한 의결 절차가 필요없는 시민단체들이기 때문에 일정상 큰 문제가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총선 후보 선출절차 등과 관련해 심각한 잡음이 생길 수 있는 여지는 잠복하고 있다.
민주당 내에서는 이미 물밑에서 수많은 정치지망생들이 각 지역구에서 표밭을 갈고 있기 때문에, 이들이 기득권을 주장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이미 당원투표와 국민참여경선을 놓고 논란이 시작된 상황이다. 민주당 인사들은 당원투표를, 여타 시민사회세력은 국민참여경선을 주장하고 있다.
통합진보정당에 비해 혁신민주당의 통합작업이 상대적으로 힘들어 보이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혁신과통합, 스스로 운신의 폭 좁혀 사실상 역할 끝나
이와 함께 혁신과통합의 진로도 관심사다.
사실상 민주당 중심의 통합으로 비춰질 수도 있는 혁신민주당에 참여하는 순간, 그동안 추진해왔던 대통합은 무산된다.
문제는 혁신과통합이 대통합을 주장하면서도 '당위성'만 강조했을 뿐, 실질적으로 군소 진보정당이 민주당에 대해 갖고 있는 우려를 전혀 해소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은 당원들이 최종적으로 의사결정권을 갖고 있는 정당구조를 갖고 있는 반면, 민주당은 하향식 구조를 취하고 있기 때문에 대통합 추진과정에서 당내 민주주의에 대한 군소정당의 불신을 해소시킬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혁신과통합은 여기에 해답을 주지 못했다.
비록 혁신과통합이 '정파등록제'를 비롯해 다양한 대안을 제시했지만, 실제로 혁신과통합이 그런 대안을 추진할 수 있는 능력이나 힘을 가졌는지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뒤따랐다.
즉 혁신과통합이 대통합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민주당의 참여에만 매달리다가 정작 민주당이 가진 권력을 제어할 수 있는 장치나, 제어 가능성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오히려 일부에서는 혁신과통합이 통합진보정당과 보조를 맞추면서 민주당을 압박해나가는 포지션을 취했다면 대통합의 가능성을 조금은 더 높였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더구나 혁신과통합이 잠재적인 우군으로 생각했던 안철수 교수가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제3지대에서 민주당을 압박하는 역할에 중심을 두었다면 현 시점에서 혁신과통합의 역할론이 더욱 힘을 얻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통합진보정당의 출범으로 인해 대통합이 물건너간데다가, 지금 시점에 민주당 중심으로 전개되는 통합정당에 참여하지 않을 명분도 별로 없고, 이로 인해 안 교수가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을 없애버렸기 때문에 그 역할이 끝났다는 분석이다.
◇안철수 교수는 어디로?
야권이 혁신민주당과 통합진보정당으로 재편되면서 안철수 교수의 진로도 더욱 불투명해졌다.
안 교수의 포지션이 기존의 진보와 보수라는 프레임에서 스스로 벗어나있기 때문에 야권의 어느 정당도 참여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단 통합진보정당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또 민주당에 대해서도 비판적이었기 때문에 혁신민주당에 몸을 실을 가능성도 그리 커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안 교수가 박세일 교수 등이 추진중인 보수신당에 참여할 가능성도 크지 않다. 비록 박 교수가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정당'을 선언했지만, 기본적으로 한나라당쪽 인사들이 중심이 될 수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안 교수가 "한나라당으로는 희망이 없다"고 표현한 적이 있는데다가, 한나라당 색채가 강한 정당에서 정치에 참여할 경우 그가 가진 대중의 선호도는 급격히 소멸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결국 안 교수가 굳이 정치에 참여한다면 2002년 정몽준의 국민통합21, 2007년 문국현의 창조한국당처럼 새로운 제3당을 창당하는 수순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안 교수에게 남아 있는 또 다른 선택지는 현실정치에 참여하지 않고, 지금처럼 외곽에서 일정 역할을 하는 것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