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종호기자] 대기업 위주의 경제발전이 충분한 일자리를 제공하던 시대가 종료됐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특히 일자리는 사라지고, 경제 성장으로부터 소외된 장기빈곤층이 형성돼 고용창출에 집중하는 경제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함께 나왔다.
이같은 연구 결과는 현 정부가 대기업 중심의 성장 일변도 정책으로 '낙수효과'를 주장하던 것과 배치되는 것이서 주목된다.
5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990년대 이후 한국경제 구조변화가 빈곤구조에 미친 영향과 정책적 함의' 연구보고서를 발표하고 "1990년대 이후 경제구조의 변화로 대량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서비스업 생산성이 지체되면서 경제성장으로부터 소외된 장기 빈곤층이 형성됐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우리나라는 1990년대 무역과 산업구조 등 경제구조의 변화로 인해 10년동안 연인원 246만명의 일자리가 사라졌다"며 "이와 동시에 서비스부문의 생산성 지체로 고용과 소득의 창출이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윤희숙 KDI연구위원은 "대기업 위주의 경제성장이 충분한 일자리와 소득을 제공하면서 마찰적 실업만이 빈곤의 원인이었던 시대가 종료됐다"며 "중소기업 역량이 취약해 대기업 생산성 혁신과 성장이 경제 전체의 고용과 소득으로 파급되는 정도가 미미하고, 대부분의 고용이 속한 서비스업의 생산성이 지체되는 것이 현재 빈곤이 확대되고 유지되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탈공업화 이후 서비스업으로 경제가 자연스럽게 확대된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중소기업의 역량이 미흡한 상태에서 중국과의 무역이 급증해 노동집약적 부문이 급속히 붕괴했다는 점도 아울러 지적됐다.
또한 서비스부문의 임금이 제조업에 비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어 2008년 기준 57%수준에 불과했다. 이는 서비스업이 제조업으로부터 방출 노동력을 흡수하는 고용 저수지의 역할에 머물면서 소득 격차를 확대하고, 이것이 다시 경제 전체의 구매력과 일자리 창출능력을 제약해 빈곤을 심화시키는 악순환을 만들고 있음을 의미한다.
한편, 패널조사를 통해 확인된 빈곤상태에 있었던 가구주의 80.2%가 미취업자였으며, 항상 빈곤상태(3회 이상 빈곤경험)는 전체의 27.4%에 달했다. 이들 중 55.9%는 미취업자 상태였고, 자영자 비율 역시 19.9%로 높게 나타났다.
더구나 1995년 이후 저학력 인구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크게 감소해 장기 빈곤을 확대하고 있다. 전체 고용률은 1994년 62%에서 2010년 63.5%로 소폭 증가한 반면, 저학력 고용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 중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특히 저학력 남성 경제활동 참가율 감소폭은 8.7% 포인트로 OECD의 14.5배에 달하고 여성 저학력 인구의 참가율은 다른 나라의 추세와 반대로 감소해 고용의 구성이 저소득층, 남성에게 불리한 방향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상시적으로 빈곤한데도 미취업 상태를 유지하면서 빈곤 탈출 전망이 부재한 그룹이 커지는 것은 경제성장의 과실로부터 장기적으로 고립되는 소외그룹이 형성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때문에 보고서는 우리 경제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시키는 경제정책으로 빈곤정책을 우선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