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무관심·방기 속 183일째 위헌 상태

조용환 헌법재판관 후보자..침묵속 기다림

입력 : 2012-01-06 오후 4:08:49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헌법재판소 재판관 공백상태가 6개월 넘게, 정확하게는 183일째 계속되고 있다.
 
헌법재판소 창립 이래 처음 있는 일로, 9인 체제로 이뤄져야 할 헌법재판이 8인 체제로 실시되면서 헌법위반 상태가 장기간 지속되고 있다.
 
국회는 지난 1일 새벽 1시까지 본회의를 개최하면서 김용덕·박보영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은 통과시켰으면서도 조용환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은 안건에 상정조차 하지 않았다.
 
◇ 1일 본회의..조 후보 임명동의안 상정조차 안돼
 
이에 따라 한 달에 한 번씩 있는 헌재의 결정 선고는 6개월째 재판관 한명이 빠진 상태에서 선고되고 있으며, 지정재판부인 3부는 조대현 재판관이 퇴임한 지난 해 7월8일 이후 민형기, 송두환 두 재판관만 참여한 채 운영되고 있다.
 
당사자인 헌법재판소는 그동안 발만 동동 구르며 속을 태우면서도 반응을 자제 해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헌법재판소 안팎으로 국회에 대한 직간접적인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강국 헌법재판소장은 지난 4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재판관 공백사태를 "헌법위반이 이어지고 있다"고 규정하고, "헌재를 구성해야 할 책임있는 기관들은 헌법위반상태를 빨리 끝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작심한 듯 말했다.
 
그는 또 "재판관 한 명의 의견으로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주요 사건들은 뒤로 미뤄놓고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해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를 미루고 있는 국회를 에둘러 비판했다.
 
◇ "이강국 소장 더 세게 말해야"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 내부 관계자는 "'할 말을 하셨는데 더 세게 말씀하셨어야 했다'고 아쉬워 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귀띔했다.
 
이에 앞서 이공현 전 헌법재판관은 좀더 직접적으로 조용환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 처리를 요구했다.
 
이 전 재판관은 지난해 12월28일 한국일보에 기고한 '헌법재판소를 생각한다'는 글에서 "다시 (조용환 후보자에 대한)국회 청문회 의사록을 들여다 보면, 조 후보는 6·25가 남침이라는 것은 역사적인 자료를 보아 확신한다고 했고, 천안함 사건은 정부발표를 신뢰한다는 전제아래 '확신할 수 없다기 보다는 그렇게 표현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늘날 우리 사회는 민주주의가 뿌리내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런데 자기와 다른 사람이 이러한 정도의 시각과 주장을 헌법재판과정에서 펼쳐서도 안 된다고 한다면, 사회 구성원의 자유로운 의사표현과 참여는 어디에서 보장되는지, 우리 사회의 다양성은 결국 용인될 수 없는 것인지 안타까운 마음이 들 뿐"이라고 의견을 피력했다.
 
이 전 재판관은 후보자인 조 변호사가 대표로 있는 법무법인 지평지성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국회가 전적으로 직무를 유기하고 있다. 헌법위반상태의 전적인 책임은 국회에 있다"는 반응이 여전히 압도적이다.
 
◇ "올 총선에서 표로써 응답하겠다"
 
그러나 헌법위반 사태나 사법부 공백을 매우기 위한 새로운 제도의 도입이나 법령정비를 거론하는 초기의 반응과는 달리 "올 총선에서 표로써 응답하겠다"는 의견이 많다.
 
동국대 법학과 방희선 교수는 "임명동의안 처리는 국민들로부터 선출된 국회의원들이 민주적정당성을 부여하는 과정이니 만큼 이를 소홀히 한다면 국민들로서는 선거로 심판하는 방법 밖에는 없다"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헌법연구관 출신의 한 변호사도 “제도마련이나 법령 정비는 일시적 방편일 뿐 근본적인 것은 의원들의 예의와 자질의 문제”라며 “국민들이 국회의원들에게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하는 과정인 선거에서 엄정한 판단과 선택을 해야 하는 방법 밖에는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오는 15일로 예상되는 임시국회 본회의에서도 조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은 상정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이며, 한나라당과 민주통합당측 관계자들 모두 “원내 대표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는 상태로, 설 연휴 전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처리도 불투명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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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