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원고가 피고의 주소를 허위로 기재해 소송을 내는 바람에 소송서류가 다른 곳으로 송달돼 피고가 소송 사실을 모르는 상태에서 하급심 판결이 확정됐다면, 그 후라도 피고는 별다른 보완 없이 상소해 다툴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2심(주심 김능환)는 양모씨(43)가 공사비 잔금을 지급하라며 S토건 등을 상대로 낸 약정금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먼저 판결문에서 "원고가 피고의 주소를 허위로 기재해 소를 제기함으로써 그 허위주소로 소송서류가 송달돼 피고 아닌 사람이 그 서류를 받아 의제자백의 형식으로 원고승소의 1심판결이 선고되고 그 판결정본 역시 허위의 주소로 보내어져 송달된 것으로 처리됐다면, 그 1심 판결정본은 피고에게 적법하게 송달됐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그 판결에 대한 항소기간은 진행을 개시할 수 없어 형식적으로 확정되었다고 할 수 없고, 따라서 소송행위의 추후보완의 문제는 나올 수 없고, 피고는 여전히 그 1심 판결정본을 송달받지 않은 상태에 있으므로 이에 대하여 상소를 제기할 수 있다"며 "같은 취지로 판결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양씨는 2009년 7월 S토건과 전북 전주시 효자동 일대 근린생활시설 신축공사를 진행하기로 하면서 경비를 자신이 먼저 지급한 뒤 S토건으로부터 나중에 받기로 약정한 뒤 8000여만원을 들여 공사를 시작했다. 이후 양씨는 S토건에 공사비를 청구했으나 2000여만원만 지급받자 나머지 잔금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S토건이 소송에 참석하지 않자 양씨의 주장을 그대로 인용했고, 판결은 확정됐다. 그러나 S토건은 양씨가 소송을 내면서 S토건의 변경 전 주소를 피고 주소로 기입하는 바람에 소송서류를 받을 수 없어 소송에 참여할 수 없었다며 항소했고, 2심 재판부는 1심의 판결정본이 적법하게 송달됐다고 볼 수 없어 항소기간이 진행되지 않았다고 보고 S토건의 항소를 받아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