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새누리당에 맞설 단일후보를 내기 위한 야권의 연대 논의가 본격화 될 조짐이다. 그런데 협상의 방식을 놓고 민주통합당은 '지역별', 통합진보당은 '중앙별'로 하자며 이견을 보이고 있다.
◇통합진보 "야권연대, 중앙별로 시작하지 않으면 전국적 성사 어려워"
이정희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는 15일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민주당은 계속 지역에서 먼저 알아서 해봐라, 이렇게 말씀하시는데 그렇게 하면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서처럼 결국 수도권의 선거연대는 사실상 실패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당시 민주노동당이 그래도 야권연대를 해야 되겠다고 막판에 희생적인 결정을 해서 지역별로 성사를 시켰다"며 "지금 대선을 앞두고 있는 마당에 총선에서 다시 그런 결과가 빚어지게 하면 안 된다. 전국적으로 야권연대를 성사시키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민주당 중앙당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합진보당은 전날엔 야권연대 성사를 위한 양당대표 긴급회동을 공식적으로 제안, 중앙별 야권연대 논의를 시작하자고 민주당을 압박 중이다. 지난달 16일 독일식 비례대표제를 공동공약으로 하자는 요청이 묵살된지 4주 만이다.
우위영 대변인도 14일 국회 정론관에서 "총선 야권연대와 현안 공조에 대한 민주당 지도부의 소극적인 태도"를 꼬집으며 "당의 야권연대기구 협상대표로 임명된 장원섭 사무총장에 준하는 민주당 협상대표를 임명하라"고 촉구했다.
우 대변인은 "공당의 정치행보는 모든 것이 공개돼야 한다"면서 "민주당 임종석 사무총장이 지역을 중심으로 물밑에서는 협상이 이뤄지고 있다고 한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고 털어놨다.
그는 "두 번이나 구걸하듯 제안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라며 민주당의 공식적인 응답과 함께 중앙당 차원의 논의를 시작할 것을 강조했다.
아울러 "내달 22일에는 후보 등록이 시작된다"며 "그 전에 단일화를 하려면 최소한 경선을 주말인 17, 18일에는 치러야 한다. 물리적으로 금주 내에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심상정 공동대표도 지난 12일 기자들을 만나 "금주 내에 가시적인 성과가 나지 않으면 야권연대는 어렵다"고 시간이 없음을 역설했다.
◇민주 "부산·울산·경남, 지역별 협상 우선해야"
하지만 민주통합당의 입장은 다르다. 일단 시간이 없다는 것에는 동의를 하지만, 야권연대의 파트너인 통합진보당이 "야권연대 의사가 없는 것 같다"고 말한게 불만인 눈치다.
신경민 대변인은 통합진보당의 제안 직후 "민주당은 야권연대에 대해 내부적으로 논의를 해왔고 준비가 되어 있다"며 "협상대표도 금명간 선임이 되는대로 발표하겠다"고 반박했다.
신 대변인은 "저쪽에서는 우리와 어떤 논의도 없었다고 하는데 그 '어떤'이 어떤 것인지 잘 모르겠다"며 "어떤에 대한 개념 규정이 서로 다르다. 그리고 만족스러운 수준에서 나온 것이 없어서 그런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어 "지역적으로는 이야기가 많이 오고 갔다"며 "울산이 그렇다. 공단이 많은 지역이지 않느냐"고 반문, 울산 남구(을)과 동구에 후보를 내지 않기로 한 것을 환기시켰다.
같은 맥락에서 임종석 사무총장도 지난 12일 기자들에게 "부산과 울산, 경남지역에서는 대화가 어느 정도 진전됐다"며 "그렇기 때문에 공천 심사를 부울경에서 시작하는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신 대변인은 "문제는 협상대표를 선임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라며 "한명숙 대표께서 꾸준히 접촉 중이지만 야권연대의 성사가 굉장히 험난하기 때문에 쉽게 맡을 이가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하지만 "협상대표 선임이 어렵다고 금주를 넘어가면 상대방에 대한 결례"라고 말해 조만간 양당 협상대표들의 만남이 성사될 수 있음을 암시했다.
◇지역별 협상 외치는 민주통합당 속내는?
종합해보면 민주당은 부·울·경을 중심으로 지역에서부터 협상을 시작하기를 원하는 반면에, 통합진보당은 공식적인 야권연대 테이블을 꾸려서 중앙당 차원의 논의가 개진되기를 희망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입장 차이의 원인으로는 양당이 처한 현실을 들 수 있다. 지난 13일 발표된 리얼미터의 2월 둘째주 주간 정례조사에서 민주통합당(35.8%)과 통합진보당(4.2%)의 지지율 격차는 무려 31.6%p다.
이는 지지율이 높은 민주당으로 출마를 희망하는 예비후보가 몰리는 결과와 통합진보당의 초조함을 야기했다.
우선 민주당 공천심사에 713명이나 몰렸다. 호남과 수도권이 치열한데, 전북에는 49명이 지원해 4.45대 1의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고 서울이 119명으로 3.98대 1, 경기는 178명이 신청해 3.5대 1이다.
이 때문에 민주당 내부 교통정리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상황이 이러니 공천에만 탈락해도 반발이 극심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야권연대 협상대표를 맡을 사람이 없는 이유도 이와 관련이 있다.
더구나 내달 초 공천이 완료된 후 양자대결 경선에서 승리한 후보가 지지율 낮은 통합진보당 후보와의 단일화에 응하겠냐는 회의론도 만만치 않게 흘러 나온다. 경선을 통과한 후보로서는 야권단일화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여성 15% 의무 공천 방침에 반발한 민주당 남성 후보자 모임에서 헙법소원 제기 및 무소속 출마 불사 움직임이 있는 것도 야권연대가 여의치 않을 것임을 보여준다. 자당 내 여성 후보에게도 양보하지 않는데 통합진보당 후보로의 단일화는 '어불성설'이라는 얘기다.
일각에서 민주당이 지역별 협상을 우선하자고 하는 속내가 결국 수도권과 호남을 양보할 수 없다는 심보라고 보는 근거들이다. 유시민 통합진보당 대표도 이를 직감했는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저는 약간 비관적인 편"이라 밝히기도 했다.
◇중앙별 협상 우선하자는 통합진보당 속내는?
통합진보당은 민주당의 '지역별 야권연대' 방침에 중앙별 공식 논의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민주당의 지역별 우선 협상에 대해선 통합진보당이 강세를 보이는 울산이나 경남 진주, 거제 등에 몇 석을 양보하고 생색을 내려는 것 아니냐는 거부감이 크다.
노회찬 대변인은 이에 대해 15일 기자를 만나 "울산에 2명을 내지 않기로 한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며 "원래 구 민주노동당 강세 지역인데 임 사무총장이 그렇게 말한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고개를 저었다..
노 대변인은 한 라디오 프로에서도 "지역에서는 민주당이 이제까지 한달간 협상에 응하지 않고 있다 보니까 답답해서 지역끼리 대화라도 해보자고 서로 의향을 주고받은 정도"라며 울산에 민주당 후보가 나서지 않는 것의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한 핵심 관계자도 "원래 울산 남구와 동구는 구 민주노동당 성향이 강한 지역"이라며 "거기에 후보를 내지 않기로 한 것을 가지고 야권연대를 염두에 뒀다고 말하는 것은 생색내기"라고 불만을 터트렸다.
여기에 실제로 경남 지역 야권 후보들의 단일화를 추진하고 있는 주체도 민주당이 아니라는 주장이 거세다. 단일화를 주도하고 있는 곳은 시민사회 세력이라는 것.
경남지역 야권단일 후보 만들기를 추진 중인 시민단체 '경남의 힘'의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야권단일화에 응하겠다고 서약한 예비후보자가 8일까지 40명에 육박한다"며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이 협상을 시작도 못하고 있으니 경남에서라도 성사를 위해 노력 중이다. 민주당에서 먼저 시작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하지만 통합진보당이 중앙별 협상에만 목을 매는 것을 문제삼는 지탄도 분명히 존재한다. 현격한 지지율 격차는 도외시하고 야권의 맏형에게 제 몫만 요구한다는 곱지 않은 시선이 그것이다.
미미한 지지율을 반등시키지 못하는 정당이 무슨 염치로 제1야당에 지역구를 나누자는 제안을 하는 것이냐는 비판의 여론도 털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불과 50여일 앞으로 다가온 총선이다. 중앙별로든 지역별로든 야권연대의 협상이 시작되어야 하는 시점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그런데 시간은 하릴없이 흐르고 있고, 야권연대를 바라는 국민들의 시선에는 걱정이 가득하다.
일익을 담당할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이 서로의 입장차이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양당에 대한 양비론은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다. 이들이 유권자들에게 한 명의 단일후보가 적힌 투표용지를 선물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