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딸 정연(37)씨가 미국 주택 마련과 관련, 잔금 13억원(미화 100만달러)을 밀반출했다는 의혹에 대해 돈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경연희(43)씨가 이를 전면 부인했다.
인터넷 뉴스매체인 오마이뉴스에 따르면, 경씨는 "정연씨에게 돈을 요구한 적도, 돈을 받은 적도 없다"는 내용을 친구인 대리인 두 명을 통해 밝혔다.
경씨가 간접적으로나마 입장을 밝힌 것은 지난 1월 '조갑제 닷컴 대표' 조갑제씨의 의혹 제기와 이에 근거한 한 보수단체의 고소로 검찰 수사가 시작된 뒤 처음이다.
오마이뉴스에 따르면, 이들 대리인들은 "경씨는 박연차 게이트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된 2008년 12월 이후 노씨와 전화통화는 물론 어떠한 연락도 주고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고 밝히고, "경씨가 자신이 노씨에게 100만 달러를 요구했다는 언론 보도를 보고 '왜 그런 말이 나왔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며 속상해했다"고 전했다.
또 경씨 친구 중 한명은 "검찰이 당시 노씨의 통화기록만 확인해 봐도 두 사람 간에 서로 연락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2009년 1월이면 박연차 전 회장이 구속된 상태였는데, 당시 경씨가 노씨에게 연락해서 돈을 요구할 상황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경씨가 권양숙 여사로부터 일련번호가 나열된 새돈 100만달러가 든 가방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권 여사를 만난 적도 없고, 일련번호가 나란히 있는 달러를 가방채 가지고 있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된다"며 "미국연방은행 금고에서 박스째 가져오지 않는 이상 불가능한 얘기"라며 이를 전면 부인했다.
정연씨의 '13억원 밀반출 의혹'은 경씨로부터 미국 뉴저지주 웨스트뉴욕 허드슨클럽 빌라를 산 정연씨가 잔금 100만달러를 지급하기 위해 현금 13억원을 환치기 수법으로 2009년 1월 경씨에게 송금했다는 것이 주 내용으로, 조씨가 처음으로 의혹을 제기한 뒤 지난 1월26일 국민행동본부의 수사의뢰로 검찰이 수사에 들어갔다.
의혹을 조씨에게 제보한 전직 카지노 매니저 이달호씨는 "폭스우즈 카지노 호텔 특실에서 경씨가 정연씨에게 몇 번 전화를 걸어 100만 달러를 보내라고 요구했고, 이후 권 여사로부터 일련번호가 나열된 새돈 100만달러가 든 돈가방을 받았다는 얘기를 경씨로부터 들었다"고 주장해왔다.
경씨의 친구들은 또 "경씨가 이번 사건으로 극도의 불안상태를 보이고 있고 외출도 못하는 상태로, 이런 이유 때문에 자신들을 인터뷰에 대신 내보낸 것"이라고 밝혔다.
경씨는 이와 함께 친구들을 통해 "현재 이 사건이 너무 많이 왜곡되어 있다. 특히 정치적인 문제와 결부되어서 제일 왜곡되어 있는 것이 정연씨, 또는 노 전 대통령 가족의 돈이 경씨를 통해서 여기로 전해졌고, 그게 전부가 아니라 더 있는 것처럼 왜곡되어 있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이어 경씨가 "다른 것은 몰라도 정연씨 측으로부터 돈이 자신에게 전해졌다는 것만이라도 사실이 아니라는 게 밝혀졌으면 좋겠다"고 친구들을 통해 전했다고 오마이뉴스는 보도했다.
한편, 경씨의 친구들은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검찰이 경씨에게 13일까지 출석할 것을 요구하고 불응하면 미국에 수사공조를 요청하겠다고 연락해왔다"고 전했으나, 대검관계자는 "접촉을 유지하고는 있지만 구체적인 소환통보를 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