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길바쁜' 새누리.. '집안싸움' 민주

여야 대선국면 초반, 총선 되풀이?

입력 : 2012-04-30 오후 10:53:11
[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19대 총선이 끝나고 여야의 본격적인 대선레이스가 시작됐다. 그런데 8개월도 남지 않은 대선국면의 초반 형세가 총선과 비슷해 보인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명박 정권의 실정과 이 대통령의 측근 및 친인척 비리가 터진 새누리당은 총선을 앞두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구축했다. 민주통합당이 단독 과반을 차지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서였다.
 
이러한 위기속에 등장한 구원투수는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역풍에서 17대 총선에 등판했던 '박근혜'였다. 비상대책위원장에 취임한 그는 당을 추스리며 빠르게 1인체제를 구축, 여대야소를 유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민주통합당은 국민경선 100만명 돌파의 기세속에 지난 1월 통합지도부가 출범, 압승을 자신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한명숙 전 대표가 당을 정비하는 과정에서 당직자 임명 및 공천을 두고 논란이 일어났다. 비리 전력의 측근 중용과 일명 '노이사(친노·이대·486)' 공천은 그 도화선이었다.
 
한 전 대표의 리더십 문제가 불거지면서, 설상가상으로 통합진보당과의 야권연대도 삐걱거렸다. 가까스로 봉합하고 총선을 치렀지만 민주당은 127석에 그치고 말았다. 구심점이 없었다는 때 늦은 후회가 흘러나왔지만 한 전 대표는 책임을 지고 사퇴한 뒤였다.
 
◇朴, 도전 직면.. 오히려 대선레이스 개막
 
새누리당은 152석을 이끈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굳건해 보이던 독주체제가 김형태·문대성 당선인 탈당 사태로 주춤하더니, 비박계 잠룡들이 잇따라 도전장을 내면서 판도가 요동치고 있다.
 
지난 21일 김문수 경기지사에 이어 29일에는 정몽준 의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이재오 의원·임태희 전 청와대 대통령실장·안상수 인천시장도 다음달에 뛰어들기로 했다. 김태호 경남지사와 정두언 의원의 이름도 심상치 않게 거론되고 있다.
 
이들 비박계 주자들은 완전국민경선 도입을 촉구하며 연일 박 위원장에게 맹공을 퍼붓고 있다. 수도권과 2040세대의 표심을 확보해 박 위원장의 약점을 파고들기 위해서다.
 
아울러 내달 15일 열릴 전당대회를 두고 '박근혜 1인 독재체제', '민주주의 실종' 등 사당화 논란을 부추겨 '박근혜 대세론'에 흠집을 내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박 위원장이 총선에서 승리한 후 대선지지율 40% 고지를 3주 연속 유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아직까지 박 위원장의 위상은 굳건해 보인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도 "비박연대가 분위기는 고조하겠지만 별다른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각에서는 오히려 박 위원장과 비박계 잠룡들의 신경전과 잇따른 출마선언이 새누리당의 대선구도를 후끈 달아오르게 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완전국민경선'을 둘러싼 잡음만 해결된다면, 새누리당 대선후보 경선판은 지난 1997년 '9룡' 이후 최대가 될 조짐마저 감지되고 있는 등 큰 관심이 쏠리고 있어서다.
 
◇민주, 원내대표 경선부터 내홍 격화.. 대선출마 선언 전무
 
반면에 민주당의 상황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대선레이스 개막은커녕, 내달 4일 열리는 원내대표 경선을 둘러싸고 당내 진통이 심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애초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은 이낙연·박기춘·전병헌·유인태 후보의 4파전이 예정됐었다. 그런데 이해찬 전 총리와 박지원 최고위원이 '이해찬 당 대표-박지원 원내대표' 카드에 전격 합의한 사실이 전해지면서 상황은 묘하게 전개되기 시작했다.
 
비상대책위원장을 겸임하며 6월 전당대회를 관리하는 신임 원내대표의 위상 탓인지 박지원 지지를 선언하고 사퇴한 박기춘 의원을 제외한 후보 3인방이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구시대적인 밀실 야합'에 다름 아니라는 주장이다.
 
깜짝 놀란 박 최고위원이 원내대표 출마를 선언하면서 "호남과 친노가 만나 계파갈등을 불식해 정권교체를 이루기 위해서"라고 이 전 총리와의 합의 이유를 강변했지만 당권이 달린 문제인 만큼 좀처럼 통하지 않는 모습이다.
 
여기에 원내에 복귀하게 된 김한길 당선인과 이인영 최고위원 등도 공개적으로 이·박 연대를 비판하면서 분란은 거듭되고 있다. 원내대표 경선 결과를 좌우할 것으로 보이는 초선의원들도 마뜩찮은 표정이다.
 
더구나 민주당의 유력 대선후보인 문재인 상임고문과도 교감을 나눈 것으로 확인되면서, 손학규 전 대표와 정세균 상임고문 등 대선주자들의 심기가 불편해졌다는 점도 악재다.
 
민주당은 또 유력 대선주자들이 출마할 것이라는 하마평만 무수하고, 대권도전 의사를 분명히 밝힌 것도 아니라서 이미 갈 길이 바쁜 새누리당과 비교할 때 뒤쳐진 것 아니냐는 불안감도 감지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문재인 상임고문은 노무현 전 대통령 3주기 추모행사를 끝낸 후 적절한 시점에 대선출마 선언을 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손학규 전 대표는 유럽 순방길에 올라 정책을 다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 밖에 정세균·정동영 의원과 김두관 경남지사의 이름도 거론되고는 있지만 아직 누구도 분명히 출마의 뜻을 밝히지는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박근혜 위원장을 구심점으로 한 새누리당과 선명하게 대비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야의 강력한 리더십의 유무가 빚은 총선 결과가 대선에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의 근거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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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