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위원장 장명수)가 8일부터 대법관 후보를 추천받는 등 본격적인 대법관 인선작업에 돌입하면서 신임대법관이 누가 될지를 두고 법조계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오는 7월10일 퇴임하는 대법관은 박일환·김능환·전수안·안대희 대법관 등 4명이다.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박일환, 김능환, 안대희, 전수안 대법관
이들이 퇴임하면서 참여정부 때 임명됐던 대법관들은 모두 대법원을 떠나게 된다. 또 김영란·박시환·김지형·이홍훈 전 대법관 등과 함께 진보 성향을 보여 온 전수안 대법관이 이번에 퇴임함으로써 대법원이 보수적 성향으로 쏠리지 않겠느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대법관 제청권을 가진 양승태 대법원장은 지난해 9월6일 인사청문회에서 대법관 인사에 대해 "무엇보다 대법원의 법령 해석의 통일이라는 기능에 비추어 대법원의 구성이 좋은 모양새를 갖추어야 한다"며 "어느 한 측면으로 치우치거나 또는 편파적이다, 이런 모양새를 지녀서는 안 된다. 우선 외형부터 공정해야 한다"고 소신을 밝힌 바 있다.
◇'안정 속 다양성' 추구할듯
이에 비춰 양 대법원장이 취임 후 처음 제청해 지난 1월3일 취임한 김용덕, 박보영 대법관 인사는 같은 맥락에서 무난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 인사도 이같은 큰 틀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양 대법원장이 다소 보수적이라는 법조계 안팎의 평가를 고려하면 ‘안정 속 다양성 추구’쪽에 보다 무게가 실릴 전망이다.
특히 이번 인사에서는 안정적인 기수 안배가 기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평생법관제’라는 새 변수가 생겼기 때문이다.
평생법관제는 법원장 임기를 2년으로 하고 법원장을 마친 뒤에는 다시 재판업무를 맡아 정년까지 법관으로 근무하는 제도다. 고위법관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 양승태 대법원장이 취임과 함께 핵심 개혁과제로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일선 재판부 복귀 법원장들 후보군 부상
이에 따라 지난 3월 법원장에서 고법 부장판사로 일선 재판부에 복귀한 고위법관들이 강력한 후보군으로 떠오르고 있다.
양 대법원장이 평생법관제를 천명하던 지난 1월 법원장들은 줄사퇴를 했다. 그러나 조용호 서울고법(10기), 박삼봉 서울고법(11기), 최우식 대구고법(11기), 윤인태 부산고법(12기), 방극성 광주고법(12기) 부장판사 등 5명은 일선 재판장으로 돌아가면서 양 대법원장의 새 정책에 힘을 보탰다.
이들의 기수도 10~12기에 몰려 있어 경력면에서도 무난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7월10일 퇴임하는 4명의 대법관을 뺀 나머지 대법관 기수 구성은 8~16기까지 다양하다. 그러나 박보영 대법관(16기)을 제외하면 10~12기에 집중되어 있다.
지역이나 비서울대 등 출신의 다양성도 중요 고려사항이고 보면, 이들 가운데 조용호 부장판사와 최우식 부장판사가 우선 물망에 오른다. 조 부장판사는 충남 청양 출신으로 건국대 출신이다. 최 부장판사는 서울대를 졸업했지만 영남대 대학원 출신으로 향판인 점이 유리하다. 방 부장판사도 향판 출신으로 물망에 오르고 있다.
◇새 여성 대법관도 나올까
여성 대법관이 나올지도 관심이다. 여성 대법관으로 현재 박보영 대법관이 있지만, 김영란 대법관이 퇴임하기 전까지는 전수안 대법관까지 여성 대법관이 두명이었다. 이때도 대법관급인 법원행정처장을 포함한 14명의 대법관 중 여성 대법관 비중이 너무 적다는 지적이 있었다.
문제는 후보군이 상대적으로 작다는 점이다. 현재까지는 조경란 서울고법 부장판사(14기) 얘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 법원을 떠난 변호사 중에는 황덕남 서울법원조정센터 상임조정위원(13기)이 하마평에 오른다. 황 위원은 서울지방변호사회가 김영란 대법관 퇴임 때 후임으로 추천한 적이 있다.
이외 물망에 오르는 여성 법관들로는 문영화 특허법원 부장판사(18기), 민유숙 대전고법 부장판사(18기) 등이 있다. 재야에서는 국내 법관 최초로 세계여성법관회의 이사로 선임된 뒤 부회장을 역임한 김영혜 변호사(17기)가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경력면에서 아직 대법관직에 오르기는 이르지 않느냐는 지적도 없지 않다.
◇안 대법관 후임도 검찰 출신 유력
검찰출신의 안대희 대법관도 7월 퇴임하면서 검찰 출신 대법관이 새로 나올지도 주목된다. 검찰 출신 대법관은 김대중 대통령 취임 이후 현재까지 강신욱 서울고검장(고시 9회)과 안 대법관 둘 뿐이다.
때문에 출신의 다양성과 경험의 조화 면에서 검찰 출신 대법관의 탄생도 가능성이 높다는 게 법원 안팎의 관측이다. 안창호 서울고검장(14기)과 김진태 대전고검장(14기), 채동욱 대검 차장(14기), 길태기 법무차관(15기) 등의 이름이 나오고 있다.
이 외에 '대법관 후보 상비군'이랄 수 있는 법원장급의 고위법관으로는 고영한 법원행정처 차장(11기), 이성보 서울중앙지법원장(11기), 강영호(12기) 서울서부지법원장, 김창석(13기) 법원도서관장도 거론되고 있다. 강 법원장은 성균관대, 김 법원장은 고려대 출신으로 비서울대 출신이라는 면이 주목받고 있다.
대법관 추천위원회는 8일부터 14일까지 대법관 후보 추천을 받는다. 이어 다음달 1일 회의를 열어 후보를 선정해 양승태 대법원장에게 추천하며, 양 대법원장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후보를 제청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