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9일 검찰에 출석한 조현오 전 경찰청장에게 적용된 혐의는 형법상 '사자(死者)의 명예훼손'이다.
형법은 공개적으로 '허위'의 사실을 말함으로써 사망한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사람을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명예훼손은 검사들이 혐의 입증에 상당히 애를 먹는 범죄 중 하나다.
중견의 한 현직 검사는 "명예훼손은 사람의 머리 속을 들여다 봐야 하는 매우 어려운 범죄"라며 "차라리 돈의 흐름이나 계좌를 추적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조 전 청장의 경우는 어떨까.
일반적인 명예훼손의 경우 공공연히 사실을 퍼뜨려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사람은 처벌하게 되어 있다. 그 사실이 진실인지 허위인지를 가리지 않는다.
그러나 그 행위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는 처벌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이것이 명예훼손에 대한 '위법성 조각 사유'이다.
그러나 이 위법성 조각사유의 적용 대상에서 '사자의 명예훼손'은 빠져있다.
때문에 사자의 명예훼손의 경우 일반 명예훼손 등과는 달리 위법성 조각사유가 직접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즉 '사자의 명예훼손'의 경우 범죄 성립 여부는 행위자가 공개한 사실이 '허위'인지 여부에 집중되어 있고, 조 전 청장의 경우도 같다는 것이다.
만약 조 전 청장이 부하들로부터 '노 전 대통령에게 차명계좌가 있다'는 내용의 정보보고를 받은 다음 이를 진정한 사실로 믿고 공개했다면 어떻게 될까?
이에 대해서는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허위에 대한 인식이 없었다면 고의가 없기 때문에 범죄 성립이 안 되지만, 이는 주관적인 문제로 여러 사정을 봐서 규범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견해가 유력하다.
범죄가 성립된다고 보는 전문가들도 없지 않다. 조 전 청장이 그 정보가 진실이었다고 믿는 데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정보가 객관적으로 진실이었는지, 즉 '허위'였는지 여부가 범죄의 구성 요건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현재까지 조 전 청장의 주장대로 '노 전 대통령에게 차명계좌가 있었다는 증거'는 그 어디에도 없다.
다만, 노 전 대통령이 이와 관련해서 2009년 5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서 조사를 받은 내용이 현재 대검 중수부에 보관되어 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백방준)는 조 전 청장의 조사 결과에 따라 필요할 경우 요청절차를 거쳐 대검에 보관 중인 당시 수사자료를 검토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