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대법원 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28일 만삭의 아내를 목졸라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구속기소된 의사 백모(32)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 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했다고 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피해자의 사망원인이 질식사가 아닌 액사(목이 졸려 숨짐)라는 점이 먼저 확정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러나 욕조 안에서 숨진 피해자의 특이한 자세를 보면 질식사했을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고, 액사로 볼 수 있는 특유의 소견인 목부위의 피부까짐과 오른 목빗근 근육 속 출혈 및 오른 턱뼈각 주변의 피부 안 출혈 등도 사체의 이동·보관에 따른 훼손·변화가능성을 전적으로 배제할 만큼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분석이나 자료가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원심은 피고인의 이마, 팔, 등, 어깨 부위에서 발견된 할퀸 상처를 피해자의 목을 조르는 과정에서 입은 방어흔이라고 판단하고 있으나, 원심판결의 이유나 기록에 의하면 이 상처는 단순히 손으로 긁은 정도가 아니라 살점이 패여나갈 정도여야 한다"며 "그러나 피해자의 손톱 어디에도 피고인의 혈흔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와 함께 "원심이 살해동기로 판단한 피고인이 응시했던 전문의자격시험이 어렵게 출제되어 합격 여부가 불투명했던 점, 평소 컴퓨터 게임에 지나치게 빠져 있어 피해자와 사이가 안 좋았던 점 등은 부부싸움의 동기는 될 수 있을 지언정 살인의 동기로서는 매우 미약하다"며 "피고인이 순간적인 격분상태에서 보잘것 없는 동기로 살인했을 것으로 쉽게 추인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백씨는 지난 1월14일 오전 3시5분에서 6시41분 사이에 서울 마포구 도화동 자신의 집에서 만삭인 아내 박씨와 다투다가 박씨의 목을 졸라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의 사인이 목 부위의 피부 까짐과 근육 속 출혈, 기도점막 출혈, 뒤통수의 상처 등으로 미뤄 목눌림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고 "자신의 아이를 임신해 출산이 한 달 남짓 남은 아내의 목을 졸라 태아까지 사망에 이르게 해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면서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이에 백씨는 "아내는 '액사(손에 의한 목눌림 질식사)'가 아니라 욕실에서 미끄러져 기도가 막혀 질식한 것"이라며 무죄를 주장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도 "피해자의 오른 눈가에서 발견된 중력 방향과 다른 혈흔 방향 등 여러 정황을 살펴보면 질식사로 볼 수 없다"며 1심의 판단을 유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