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이명박 대통령의 형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77)의 사법처리가 임박하면서 이 전 의원에게 어떤 혐의가 적용될지가 관심이다.
현재까지 이 전 의원에게 적용될 것으로 보이는 혐의는 특가법상 알선수재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다.
이 전 의원은 지난 2007년 대선 직전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50·구속기소)으로부터 대선자금 내지는 장차 퇴출 저지 등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3억여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이후에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56·구속기소)으로부터도 2억여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알선수뢰죄 적용 가능성은?
이들 저축은행으로부터 돈을 받은 행위에 대해서는 우선 특가법상 알선수뢰죄가 검토될 수 있다. 청탁과 함께 임 회장에게 돈을 받을 당시 이 전 의원은 5선의 국회의원으로 공무원 신분이었기 때문이다.
뒤로 받은 것으로 알려진 돈이 총 5억원이 넘으니 이것이 사실로 확인되면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 선고될 수 있다. 또 받은 돈의 2배 이상 5배 이하의 벌금도 징역형과 함께 선고될 수 있다.
그러나 알선수뢰가 적용되기 위해서는 이 전 의원의 국회의원으로서의 지위 내지는 직무가 저축은행 퇴출을 결정하는 국가기관의 직무와 직접적인 관련성이 있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검찰 관계자는 "알선수뢰는 공무원이 그 '지위'를 이용해 다른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을 알선해주는 대가로 뇌물을 요구할 때 적용되는데, 여기에서의 '지위'는 다른 공무원의 업무와 직접적인 관련성을 말한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지방검찰청의 강력부장이 같이 근무하는 수사검사에게 알선해주는 것을 대가로 돈을 받으면 알선수뢰가 될 수 있지만, 같은 지역 시청 총무과장에게 알선해주는 대가로 돈을 받는 경우에는 직접적인 업무관련성이 없어 알선수뢰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를 이 전 의원 사건에 적용해 보면, 돈을 받을 당시 저축은행에 대한 정책을 직접 다루는 정무위원회 소속이었고, 솔로몬저축은행이나 미래저축은행의 퇴출 저지를 위해 다른 위원들을 알선해주고 돈을 받았다면 알선수뢰 적용가능성이 있지만, 이 전 의원은 당시 국방위 소속으로 직접적인 업무관련성이 인정되지 않는다.
파이시티 인허가 비리로 구속기소된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의 경우도 서울시 정무국장 때 돈을 받았지만, 인허가 업무를 다루는 공무원에게 직무상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가 아니었다는 이유로알선수뢰죄가 적용되지 않았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이 전 의원에게는 박 전 차관과 마찬가지로 특가법상 알선수재죄가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형사법전문가들 중에는 이 전 의원에게 특가법상 알선수뢰죄를 적용할 수 있다고 보는 사람도 없지 않다.
중견로펌에서 형사법을 많이 다뤄온 한 변호사는 "공직자로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이면 폭 넓게 대가성을 인정하는 것이 최근 판례의 경향"이라며 "지속적인 청탁과 금품이 오갔다면 뇌물죄, 금액이 크다면 특가법상 알선수뢰가 적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공천헌금'은 정자법 위반 가능성
이 전 의원은 또 코오롱그룹으로부터 자문료 명목으로 받은 1억5000만원과 여직원 계좌에서 발견된 뭉칫돈 7억원, 김학인 전 한국방송예술교육진흥원 이사장(49·구속기소)이 건넨 것으로 알려진 2억원에 대한 불법정치자금 수수 혐의도 받고 있다.
이 중 김 전 이사장으로부터 공천대가로 돈을 받은 것이 알선수뢰 내지는 알선수재에 해당되는지에 대해 논란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형사법전문가들은 회의적이다. 비례대표 공천을 공무로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지역의 한 형사부 판사는 "알선수뢰 내지는 알선수재로 보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공무원의 직무인 공무에 대한 것이어야 한다"며 "정당의 비례대표 추천행위를 공무로 볼 수는 없어 다른 것은 볼 것도 없이 알선수뢰나 알선수재의 구성요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다만, 김 전 이사장이 돈을 건넨 시점이 2007년 대선 직전이었다는 정황을 볼 때 불법적인 정치자금으로 볼 여지가 상당하다는 분석이다.
◇두 죄 모두 인정시 가중처벌
법정에서 이 전 의원에 대해 특가법상 알선수재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가 모두 유죄로 인정된다면 어떻게 될까?
이 경우 여러 범죄의 경합범으로 처벌될 가능성이 높다.
경합범의 경우에는 제일 무거운 죄의 2분의 1을 가중해 처벌한다. 알선수재와 정치자금법위반의 법정형은 모두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경합범 가중을 받게 되면 징역 7년6월까지 선고가 가능하다.
이같은 형이 선고되면 집행유예를 받을 수 없게 된다. 알선수재가 유죄로 인정되면 받은 뒷돈이 모두 몰수 내지는 추징된다.
이 전 의원을 지난 3일 소환해 16시간 강도 높은 조사를 벌인 검찰은 조사결과를 토대로 이르면 이번주 중 이 전 의원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