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관·정동영, 5년만에 뒤바뀐 운명

입력 : 2012-07-09 오후 4:24:58
[뉴스토마토 권순욱기자] 8일 전남 해남 땅끝마을에서 대선 출마를 공식선언한 김두관 전 경남지사. 그리고 9일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의 외침이 울려퍼진 서울 대한문 앞에서 불출마 선언을 한 정동영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두 사람의 운명이 5년 만에 극명하게 뒤바뀌었다.
 
8일 대선 출마를 선언한 김 전 지사는 2007년 대선에서는 각인되지 않은 정치인이었다. 그 당시 김 전 지사는 무관이었다. 2006년 2월 열린우리당 최고위원에 당선됐지만, 이어 6월에 열린 지방선거에서 열린우리당 후보로 경남지사에 도전했다가 지역주의의 벽을 넘지 못하고 낙선했다.
 
이어 2007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열린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예비경선에서 컷오프 탈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당시 컷오프를 통과한 후보는 정동영·손학규·한명숙·이해찬·유시민 등 5명이었고, 탈락한 후보는 추미애·천정배·신기남·김두관 후보 등 4명이었다.
 
그리고 당시 대통합민주신당 대통령 후보는 9일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정동영 상임고문이었다.
 
당시 김 전 지사 캠프에는 현역 국회의원이 한 명도 없었다. 조직도 없었고, 지지자 모임도 소규모에 불과했다.
 
정 상임고문 캠프에 가장 많은 수의 현역 의원들이 포진하고 있었던 것과도 대비된다.
 
그러나 5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2012년 7월 두 사람의 운명은 극과 극으로 갈렸다.
 
컷오프 탈락의 수모를 겪었던 김 전 지사는 민주통합당의 유력한 대선 주자로 발돋움했고, 그의 옆에는 원혜영 의원을 비롯해 15명의 현역 의원들이 함께 하고 있다. 추가로 여러 명의 의원들이 캠프 참여를 타진하고 있다.
 
'모다함' 등 수많은 자발적인 지지자그룹도 생겨났다. 5년만에 확 달라진 위상을 확인할 수 있다.
 
반면 정 상임고문은 막판까지 대선 출마 선언을 고민하다가 끝내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9일 "제가 가고자 하는 새로운 길은 그동안 추구해왔던 가치와 정책을 실현할 수 있도록 정권교체를 이루는데 저를 바치는 것"이라며 불출마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정 상임고문은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역대 대선 사상 가장 큰 표 차이로 패배한 이후 급격히 세가 약화되었고, 이후 당 대표 선거에서 잇따라 패배하며 정치적 위상이 급전직하했다는 평이다.
 
정 상임고문과 가까운 정치인으로 분류됐던 민병두 의원과 최재천 의원 등이 김 전 지사 캠프에 합류한 것도 위상추락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두 사람의 운명은 아직 알 수 없다.
 
정 상임고문의 불출마 선언은 트위터에서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호의적인 반응 일색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갈등, 열린우리당 해체, 대통령 선거에서의 참패, 공천탈락 반발과 무소속 출마 등 정 상임고문을 괴롭혔던 과거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있는 것이다.
 
김 전 지사도 트윗을 통해 "정동영 의장님이 대선불출마를 선언하셨네요. 대선에서 민주당 승리와 새로운 길의 완성을 위한 결정이라고 하시네요. 마음이 많이 아프고, 의장님의 담대한 진보의 가치를 계승하여 저 김두관 반드시 2012년 대선을 승리하겠다는 각오를 뼈에 새깁니다"고 소감을 밝혔다.
 
불출마를 선언하는 정 상임고문에게는 이제 새로운 정치의 시작일지도 모른다. 반면 배수의 진을 친 김 전 지사에게는 돌아오지 못하는 길일지도 모른다.
 
5년 만에 뒤바뀐 두 사람의 운명은 언제 또 다시 뒤바뀔지도 모르는 역사에 내던져졌다. 운명의 시간이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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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욱 기자